[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응답하라 시리즈의 수혜주로 꼽히는 배우 정우가 이후 ‘쎄시봉’, ‘히말라야’ 등 다양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배우 흥행공식에 발맞추는 것이 아닌 연기적 성장에 초점을 두며 고군분투 중이다. 익히 진득한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가 작품을 담기위해 흘리는 땀방울은 잔잔한 감동의 뚝심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 ‘재심’을 통해 인간냄새 폴폴 풍기는 변호사로 분한 정우의 연기이야기를 만나봤다.

배우 정우가 연예계에 껍질을 깨고 나오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수년간의 단역을 비롯한 무명배우 생활을 경험하며 차근차근 정상에 올랐다. 덕분에 그의 연기와 내공은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로지 그는 작품에 맞춰 자신의 섬세한 감각을 다듬었을 뿐이다.

정우는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영화 개봉과 더불어 오랜만에 작품으로 대중을 만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에 있던 감정들이나 긴장감들이 잘 전달된 것 같다. 재미있게 봤다”며 잘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정우는 영화 ‘히말라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촬영을 한터라 설렘보다는 긴장을 많이 했다. “이번 작품은 쉽게 즐기면서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며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고 나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큰 고민은 없었다. 정우는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었다. 긴장감도 있었고 울컥한 부분도 있었다. 준영이라는 캐릭터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인간적이고 사실적이었다”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또 그간 여러 차례 실존인물을 연기한 경험도 이번 작품을 소화하는데 보탬이 됐다. “실존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도 있겠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창출해 내야 한다. 이는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변호사님을 촬영 막바지에 직접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영화적으로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변호사님이) 이해를 많이 해주셨다. 혹여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존중을 많이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곳곳에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정우는 “초반에 어려웠다. 내용이 강하고 자극적이다. 영화 자체가 무거워질 수 있어서 처음부터 긴장 속에서 끝까지 유지시키기가 쉽지 않았다”며 “초반까지 속물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유머러스한 모습들, 허점들이 나오는 캐릭터에서 연민의 정이 나올 수 있을까. 사건에 대해서도 이를 접했을 때 관객들이 훅 빠져들어 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고심한 흔적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정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중심이다. 영화는 진실을 파헤치고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정황들 그것을 변론하기 위한 준비들로 비쳐질 수 있는데 그건 표면적인 부분일 뿐이고 그 안에서 준영이라는 인물이 현우(강하늘 분)라는 인물을 믿고 이해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것이다. 상처를 사람으로 인해 받게 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상처를 받게 된다. 안아주고 감싸주는 것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그는 “(준영의) 가족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편집이 많이 돼서 아쉽기는 하다”며 “준영을 생각했을 때는 중요한 줄기지만 (감독님이) 전체를 보시면서 선택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우는 매 촬영마다 덜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과한지 아닌지를 걱정하며 수위에 맞춰 여러 버전을 촬영할 정도로 공을 들었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헤어스타일도 기존의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만들지 않았다.

정우는 “변호사를 가진 소시민이라고 생각했다. 대형 로펌에 출근하는 변호사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차도 없고 술도 좋아한다. 어딘가 모르게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는 약간 부자연스럽고 부스스하게 단추를 항상 단정하게 입지 않았다”면서도 “변호사라는 직업에 맞춰 와이셔츠에 정장을 입어야 돼 단추는 눈에 띄지 않을지언정 넥타이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세세한 묘사는 그의 작품에 임하는 자세로 귀결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사회 이슈나 사건 중심에 둔 것보다 아픔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우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흥분돼있지 않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코미디가 됐건 느와르나 휴먼이 됐건 조금 더 이야기가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도 시나리오에 그만큼의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기호흡에 대해서는 “선배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후배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중간에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면서도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영화 ‘쎄시봉’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춘 강하늘과는 친형제 이상의 궁합을 발휘했다.

정우는 “(하늘이를) 따로 만나거나 하지는 않았고 하늘이가 준비를 탄탄하게 해왔다. 연기 호흡은 좋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와 더불어 이렇다 할 법정 장면이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쉽지는 않았다. 기존의 법정 드라마 형식은 나중에 기회 되면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이번 작품의 인간적인 색깔에 빈틈 있고 정이 가면서도 인간적인 냄새의 변호사가 맘에 든다고 전했다.

특히 정우는 준영의 급변하는 감정선을 온전히 소화해 내면서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는 “석양을 보면서 이제 ‘니 변호사’라고 하며 마음을 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프로 믿었던 것 같지는 않다. 바로 의심을 하게 된다. 다 믿지 못했던 편견, 선입견으로 인해 진짜일까 아닐까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결국 준영은 현우에게 사과를 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게 된다”며 “준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처음 이야기 시작될 때부터 누군가에게 사과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변호사라는 핑계로 중간 중간 강조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감정 변화를 보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우는 인터뷰 내내 영화 ‘재심’이 울림이 있는 영화다. 색다른 감동을 느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내가 만약 준형이라면, 현우라면, 현우의 엄마라면 동휘라면 어떤 사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감동의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며 “분명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바른 길을 선택했을 때 쌓이는 또는 보이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정우는 “제가 생각하는 준영이랑 실제 변호사님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표현하는 모습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결혼이후 실제 변화된 삶에 대해 그는 “가장이라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점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이제 1년 남짓 된 것 같다. 마음가짐은 달라지는 것 같다. 배우로서도 한 남자로서도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함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그는 “생활하는 모습들이 행여나 과시하는 걸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경계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정우는 “액션도 하고 싶고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니깐 느와르 장르도 하고 싶다. 장르적으로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장르를 떠나 시나리오를 보고 찾는 데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에는 사람이 중심”이라며 “거창하게 목표랄 것은 없지만 상황만 된다면 영화든, 드라마든 다양한 작품으로 자주 인사드려야겠다고 생각은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정우는 또 “연기에 대한 갈증이라고 해야 하나 급한 불은 껐다. 1년 2개월 만에 촬영을 하다보니깐 기존 작품에 비해서 좀 더 힘들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며 “육체적으로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보다 기다림 끝에 작품을 만났는데 내가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힘들다. 스크린에서 욕심을 안냈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힘들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정우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작품인 것 같다. 단순하게 접근해도 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얘기하면 되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얘기하면 된다”며 “사람으로 상처를 받았으니 내가 감싸줄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은 어떠한 지 묻고 싶기도 하다”며 그저 생각하게 만들고 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정우는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준영’을 맡아 한때 성공과 경제력을 바라보다가 추락한 한 변호사가 우연히 접하게 된 억울한 사건을 두고 초심을 찾아가는 자기 성찰 같은 이야기를 그려냈다. 더욱이 실존인물인 캐릭터에 자기만의 해석을 더해 정우다운 진득한 연기를 선보임으로써 울림 있는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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