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에 몸이 움츠러드는 요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쉼이 되는 때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저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고 돌아왔다. 춘천에서 홍천으로 맛의 탐닉을 위해 잠시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이 일과의 전부. 필요했다. 이런 시간, 이런 여행.

춘천, 낭만 한옥 나비야 게스트하우스

춘천 서면은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의암호와 마주한 호수 마을이다. 이곳에 주인장이 직접 서까래 주춧돌을 다듬고 깎아내어 지어올린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사진으로 본 소담한 우리네 정취가 마음이 들어 이 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서울에서 길을 떠나 나비야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저물어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강단 있어 보이는 주인장의 안내를 받아 방에 짐을 푼다. 가지런히 정돈된 이불, 오래된 궤짝 등으로 꾸민 온돌방의 모습에 잠시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잠들었던 시골집의 풍경이 떠오른다.

너른 마당 한편에 오늘 밤을 머무는 이들이 함께 닭갈비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슬슬 허기가 느껴지던 차, 주인장이 구워내는 닭갈비 냄새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조촐한 파티가 시작된다.

겨울밤 하늘 아래에서 조근 조근 펼쳐지는 각자의 소소한 이야기와 한편에 놓인 옛날식 난로의 온기가 차가운 밤공기를 찬찬히 데운다. 밤은 어느새 무르익어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고, 뜨뜻하게 데워진 도타운 이불 속에 몸을 묻고 잠을 청한다. 날이 밝아 눈을 뜨니 등허리에 땀이 촉촉하게 배어 나온 몸이 가뿐하다.

돌이켜보니 처음 보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사람들과 간밤에 보낸 시간이 꿈만 같이 느껴진다. 옷이 젖지 않을 만큼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숙소 주변의 산책로와 마당을 천천히 걸으며 오랜만에 이른 아침의 한적한 여유를 만끽해본다.
라모스버거

세계적인 코스메틱 브랜드 마케터에서 여성을 위한 수제 버거 연구소장으로 변신한 라모스 버거의 구희석 셰프. 그가 일본 나고야의 ‘더 코너 햄버거 앤 살롱(The Corner Hamberger & Salon)’과 이태원 경리단길의 ‘마더스 오피스’에서 익힌 노하우와 끊임없는 연구로 라모스버거를 춘천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매김시켰다.
공지천 근처의 너른 부지에 외할아버지가 짓고 어머니가 17년간 카페로 운영했던 아름다운 건물을 2014년에 구희석 셰프가 라모스버거로 오픈했다.

라모스버거의 목표는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제 버거 브랜드’가 되는 것.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소비자인 여성 고객을 만족시키면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련된 인테리어, 중독성 강한 맛,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라모스버거는 여성들의 취향 저격 브랜드로 꾸준히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모든 버거는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며, 버거 번과 패티 그리고 소스까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수제 버거들 중에 나고야버거, 줄리엣 그리고 뉴욕 치즈 여신이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샐러드 바와 수제 맥주 바이젠, 에일, 필스너를 한 번에 테이스팅해볼 수 있는 ‘트리플 악셀’ 은 수제 버거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황금수산 송어회
예로부터 겨울과 봄 사이에 그 맛이 가장 좋아지는 송어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겨울 보양식 중 하나다.

조선 후기의 어류학 기술서인 ‘난호어목지’에는 살이 붉고 선명한 것이 마치 소나무 마디를 닮아 송어라 부르며 동해 어류 중에서 가장 맛이 좋다고 기록돼 있다. 춘천에서는 송어 양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저렴한 가격에 신선하고 푸짐한 송어회를 맛볼 수 있다.
황금수산은 자체 양식장을 보유하고 있는 약 40년 전통의 송어횟집으로 덴마크에서 좋은 형질의 송어 알을 수입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직접 키워낸다.

이곳의 송어는 대성리, 포천, 가평 등지의 식당과 송어 축제 등으로 공급되며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송어는 회, 구이, 매운탕 등으로 즐길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담백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을 자랑하는 송어회가 으뜸이다.
볶은 콩가루, 상추, 오이, 초고추장 등을 한데 비벼 송어회와 함께 먹으면 겨울철 최상의 별미. 쫄깃쫄깃하고 아삭한 식감과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송어 한 접시를 금세 비운다.
춘천사랑 닭갈비막국수
춘천에서 닭갈비를 맛보는 것은 춘천 여행의 공식과도 같다. 춘천 낙원동에 있는 30년 전통의 춘천사랑 닭갈비에서는 석쇠 닭갈비와 철판 닭갈비를 모두 맛볼 수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깔끔한 인테리어와 유니폼을 단정하게 갖추어 입은 주인장이 손님을 반긴다. ‘적당히’를 원치 않는다는 전직 은행원 출신의 주인장은 손님들에게 최상의 맛을 올리기 위해 눈앞에서 손수 닭갈비를 굽고 볶는다.

이 집의 철판 닭갈비는 기름을 쓰지 않고 비트, 양배추,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야채즙으로 볶기 때문에 무엇보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더덕장아찌는 닭갈비의 기름진 맛을 보완해주는 특급 도우미. 낙원동 골목에서 유일하게 직접 뽑은 면으로 만드는 막국수 또한 이 집의 명물로 메밀 함량이 높은 면발과 매콤한 양념이 잘 어우러진다. 주문과 동시에 반죽을 해서 면을 뽑기 때문에 막국수는 미리 주문하는 것이 좋다.
옛날손장칼국수

옛날손장칼국수는 오래전부터 춘천의 이름난 맛집이었지만 최근 유명 음식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가정집을 개조한 이 집은 16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의 투박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입식 테이블과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는 크지 않은 내부의 풍경도 꾸밈이 없다.
이 집의 장칼국수에는 직접 담근 강원도식 막장 국물에 고랭지 바람에 직접 키우고 말린 시래기와 칼국수 면발이 담뿍 들어간다. 묵직해 보이지만 막상 맛을 보면 질리지 않고 한 그릇을 다 비워낼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고 구수한 맛에 놀라게 된다.
면발은 적당히 두껍고 적당히 쫄깃하며 시래기는 너무 질기지도 너무 보드랍지도 않아 투박한 강원도의 맛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나오는 아삭하고 매콤한 무생채무침이 별미로 장칼국수와도 어울리고 만두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취향에 따라 다진 고추를 장칼국수에 넣거나 만두에 얹어 먹을 수 있다.
자연 속 온전한 휴식
힐리언스 선마을

굽이진 산길을 돌고 돌아 깊은 산속에 위치한 힐리언스 선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통신 신호가 아슬아슬하다.
머무는 동안 잠시 일상을 놓을 수 있도록 휴대폰의 사용을 일부러 제한한 것. 세계의 유명 장수촌들과 같은 250m 고지의 비탈길에 위치한 힐리언스 선마을은 거동이 불편한 이를 위한 친환경 전기차 외에 어떤 차량도 다닐 수 없는 곳이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자연 속에서 온전한 나를 마주하고 치유 받는 국내 최초 웰 에이징 리조트로 자연 속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주인이 돼 완벽한 휴식을 취하며 건강한 습관을 배우고 실천하는 곳이다.
생활한복으로 갈아입고 잠시 방에서 쉬고 있자니 창밖으로 새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벗어나 누구의 방해도 없는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 발코니로 나가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셔 본다.
늦은 오후의 운동 프로그램이 끝나고 어느덧 저녁시간이 돼 ‘비움 식당’으로 향한다. 테이블마다 30분짜리 모래시계가 놓여 있는 것은 꼭꼭 씹어 30분 동안 천천히 식사하라는 뜻.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소금은 최소한으로 사용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간도 적절하고 깔끔한 맛이 마음에 든다.
홍천원조화로구이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촌의 초입에 있는 26년 전통의 홍천 원조화로구이는 이름 그대로 양지말 화로구이촌의 원조집이다.
처음에 우사를 개조한 허름한 공간에서 화로구이를 팔기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번창하자 그 주변으로 하나둘 다른 가게들이 자리를 잡으며 지금의 화로구이촌이 만들어졌다.
근처에 화로구이집들이 새롭게 문을 여는 것이 달갑지 않을 법도 한데 오래도록 알고 지내온 마을사람들이고 또 화로구이촌으로 명성이 높아지면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홍천원조화로구이의 장수 비결을 알려준다.

간장, 고추장, 생강, 마늘, 양파 그리고 토종벌꿀과 한약재 달인 물 등을 넣어 만든 양념에 숙성시킨 돼지고기는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살짝 태워 불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 돼지고기를 상큼한 상추야채무침이나 향긋하고 쌉쌀한 더덕과 함께 먹어도 좋고, 맛깔스러운 막국수나 시원하고 깔끔한 열무국수와 함께 한입 가득 먹는 맛도 기막히다.

아지매부침 홍천메밀총떡
홍천메밀총떡(이하 홍총떡)은 홍천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원래는 화전민들의 소위 없어서 먹던 음식이었으나 최근 웰빙 열풍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총떡이란 그 모양이 마치 총대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홍천 중앙시장에 형성된 부침개 거리에 홍총떡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아지매부침도 그중 한 곳이다. 아지매부침은 홍천의 청정한 자연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재료들을 엄선해 옛날 방식 그대로 총떡을 만들어오고 있다.
들기름을 두른 팬 위에 얇은 메밀전을 부치고 삶은 무, 절인 배추, 고춧가루 등을 넣은 소를 올려 돌돌 말아내면 홍총떡이 완성된다. 메밀전의 찰진 담백함과 배추와 무로 만든 소의 아삭 아삭한 식감 그리고 매콤짭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홍총떡은 저렴한 가격에 맛과 영양까지 풍부해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홍천에서 제사상에 꼭 올라가는 음식인 대적은 배추와 파를 놓고, 그 위에 넓게 메밀반죽을 덮어서 부치는 전으로 홍총떡과 함께 판매되고 있으니 같이 맛보기를 추천한다.
늘푸름 홍천한우프라자

늘푸름홍천한우는 홍천에서 사육된 순수 혈통의 한우 암소와 우량 형질의 수소 사이에서 태어난 수송아지를 홍천군과 강원대가 전국 최초로 개발한 알코올 발효사료를 먹여 27개월 이상 비육한 고급 한우다.
2016년 국가 브랜드 대상 4회 연속 수상,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 대상 3년 연속 수상에 이어 소비자가 선택한 최고의 브랜드 대상까지 수상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명품 한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는 홍천군 지정 향토 음식점 1호에 선정된 곳으로 3~5일 정도 숙성시킨 생고기만을 사용한다. 선홍색을 띠며 윤기가 흐르고 우유빛깔 마블링이 퍼져있는 한우고기를 살짝 핏기를 머금을 정도로 부들부들하게 익혀 먹으면 씹을수록 육즙이 배어 나오고 신선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한우고기는 소금에 찍어 먹어도, 간장양파를 곁들여 먹어도, 야채절임에 싸먹어도 그 맛이 뛰어나다. 후식으로 나오는 단호박식혜는 고기를 먹고 난 후, 기름진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느티나무집 감자옹심이

감자옹심이는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에서 먹는 별미로 천년고찰 수타사로 가는 길에 위치한 느티나무집에서 맛볼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일절 다른 재료는 넣지 않고 오로지 주인장이 직접 재배한 감자만을 이용해 옹심이를 만든다.
옹심이를 끓이는 국물에도 감자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담백하고 담담한 감자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기호에 따라서 들깨가루, 다진 양념 등을 넣어 맛볼 수 있다.

22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주인장은 좀 더 나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감자옹심이에 노란 국수 면발이 들어가 색감과 식감을 더해주는 것이 특이한데, 강황가루, 밀가루, 감자전분을 섞어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최근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는 비트와 초석잠을 이용한 총각무 비트 김치, 초석잠 장아찌도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은 메뉴. 감자, 초석잠, 비트 등 주요 재료를 모두 직접 재배해 더욱 믿음직스럽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프리랜서 박건우 기자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