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관리·비난 여론·희박한 당선 가능성… 진짜 이유는
그간 황 대행은 대선 출마에 관련한 언급을 삼갔다. 기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면서 추측만 무성케 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는 외부 일정을 자제했다. 이 때문에 황 권한대행이 출마를 놓고 고심하고 있으며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황 대행은 예상을 깨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15일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 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 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은 황 대행의 ‘불출마 결단’의 이유로 제일 먼저 여론을 꼽았다. 황 대행이 표면적으로는 국정 안정과 대선 관리를 위해 불출마한다고 했지만 결국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오래된 출마 변수... 보수층 ‘피로감’ 커져
또한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황 대행은 대선 다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때 20%에 육박하며 2위를 기록,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한 자릿수로 떨어져 간신히 3위를 지키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의 출마 변수가 너무 오래 거론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데다 결정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결정이 ‘인용’으로 귀결되면서다.
이 밖에도 그의 불출마 배경으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황 대행이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로 향후 자신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기 때문임을 꼽는다.
즉 황 대행이 위험 부담을 안고 출마했음에도 자칫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적폐 세력’ 이란 꼬리표가 뒤따를 것은 물론이고 차기는 커녕 공직사회에서 어렵게 쌓은 명성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자신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다음 정부에 국정을 넘겨준다면 향후 더 큰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음을 의미한다. 황 대행은 올해 60세로 차기 대선을 준비해도 늦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태극기 민심’을 외면한 황 대행에게 차기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태극기 세력’은 황 대행의 출마를 간절히 원해 왔다. 마음 둘 곳 없던 이들에게 황 대행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박 전 대통령의 대체재였다.
그러나 황 대행은 본인의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을 염려한 탓에 ‘태극기 민심’을 외면하고 편안한 길을 택했다. 이는 ‘태극기 민심’에 화답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180도 대비되는 길이다.
이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High Risk High Return이라 하지 않았나, 겁먹고 안전한 길을 택한 황 대행에게 실망한 보수층이 차기에 또 다시 그에게 지지를 보내줄 리 없다. 김진태 의원이면 모를까”라고 직언했다.
고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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