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뱉은 한마디다. 황 대행의 입을 바라보던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의 불출마 선언 배경으로 옮겨갔다.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황 대행이 자신의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까 염려해 불출마를 선언했다’라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을 얻는 추세다. 즉 황 대행이 위험 부담이 큰 이번 대선은 거르고 차기를 노려보겠다는 의중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것. 이에 [일요서울]은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 배경을 심층 취재하며 차기 대선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를 예측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태극기 민심 외면 黃, 차기는 없다
- 대선 관리·비난 여론·희박한 당선 가능성… 진짜 이유는


그간 황 대행은 대선 출마에 관련한 언급을 삼갔다. 기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면서 추측만 무성케 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는 외부 일정을 자제했다. 이 때문에 황 권한대행이 출마를 놓고 고심하고 있으며 곧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황 대행은 예상을 깨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15일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 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 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은 황 대행의 ‘불출마 결단’의 이유로 제일 먼저 여론을 꼽았다. 황 대행이 표면적으로는 국정 안정과 대선 관리를 위해 불출마한다고 했지만 결국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오래된 출마 변수... 보수층 ‘피로감’ 커져

또한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황 대행은 대선 다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때 20%에 육박하며 2위를 기록,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한 자릿수로 떨어져 간신히 3위를 지키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의 출마 변수가 너무 오래 거론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데다 결정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결정이 ‘인용’으로 귀결되면서다.

이 밖에도 그의 불출마 배경으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황 대행이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로 향후 자신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기 때문임을 꼽는다.

즉 황 대행이 위험 부담을 안고 출마했음에도 자칫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적폐 세력’ 이란 꼬리표가 뒤따를 것은 물론이고 차기는 커녕 공직사회에서 어렵게 쌓은 명성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자신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다음 정부에 국정을 넘겨준다면 향후 더 큰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음을 의미한다. 황 대행은 올해 60세로 차기 대선을 준비해도 늦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태극기 민심’을 외면한 황 대행에게 차기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태극기 세력’은 황 대행의 출마를 간절히 원해 왔다. 마음 둘 곳 없던 이들에게 황 대행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박 전 대통령의 대체재였다.

그러나 황 대행은 본인의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을 염려한 탓에 ‘태극기 민심’을 외면하고 편안한 길을 택했다. 이는 ‘태극기 민심’에 화답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180도 대비되는 길이다. 

이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High Risk High Return이라 하지 않았나, 겁먹고 안전한 길을 택한 황 대행에게 실망한 보수층이 차기에 또 다시 그에게 지지를 보내줄 리 없다. 김진태 의원이면 모를까”라고 직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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