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포럼'·‘대한포럼’·‘용오름3040’ 조직 동원력 洪에 한수 위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김관용 대 홍준표’. 자유한국당의 신(新) 경선 흥행 카드다. 기존의 ‘황교안 대 홍준표’ 구도에서 황 대행의 빈자리에 김관용 경북지사가 낙점된 것. 지금까지 홍 지사는 황 대행이 출마 선언을 미루는 틈을 타 특유의 ‘사이다 발언’과 자신이 TK의 적자임을 내세우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왔다. 최근 그의 행보에는 경선 승리를 자신하는 기세 등등함까지 나타난다. 그러나 그에게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오리지널 TK' 김관용 경북지사의 등장이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황 대행의 지지율을 흡수하여 조만간 홍 지사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K 맹주’ 김관용 지사의 ‘보수 적자론’이냐 ‘돈키호테’ 홍준표 지사의 ‘강성 보수론’이냐, 이 둘이 경선 과정에서 써 나갈 드라마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뒤늦은 출마 선언 왜? “‘기각’ 확신했다”
- “조기 출마했다면 潘·黃 지지층 다 품을 수 있었을 것”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한국당은 ‘황교안 특례 규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도 ‘황교안 대 홍준표’의 경선구도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한국당은 황 대행의 대선 불출마가 확정되자 발 빠르게 경선 룰을 변경했다.
 
한국당 바뀐 경선 룰, 조직 동원력이 승패 가른다
 
애초 예비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뒤늦게 뛰어든 주자가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했던 ‘특례조항’을 없앴고, 현장 투표를 도입했다. 특히 각 후보 캠프의 요구를 반영해 본 경선에서 책임당원 현장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50 대 50으로 반영하기로 해 현장투표가 중요해졌다.
 
당장 개인의 인지도가 낮은 후보라도 1, 2차 컷오프를 치르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고, 본 경선에서도 현장에서 어떻게 책임 당원들의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게 됐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장에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조직 대결 성격이 짙어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으로 형성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독주체제를 흔들면서 경선 흥행몰이를 할 수 있는 카드로 김관용 경북지사가 떠오른 것이다.
 
일단 두 지사의 조직 동원력은 다른 후보들에 월등히 앞선다. 조직력이 끈끈하고 책임당원이 많아 TK를 연고로 한 지역적 유대감으로 보수층 결집엔 이들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관용 지사의 경우 출마 선언 직후 보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 대선 출마를 알렸다. 홍 지사 역시 최근 당내 의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지지세를 키우는가 하면 출마 선언 장소를 대구 서문시장으로 잡아 보수층 표심 얻기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대선 행보를 이어온 홍 지사가 국민 지지율은 앞설지 몰라도 조직 동원력만큼은 김 지사에 뒤처진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김 지사의 조직 동원력은 그의 온·오프라인 팬클럽인 ‘용포럼’만 보더라도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달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용포럼’ 출범식 당시 김 지사가 대선 출마선언을 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인원만 3천여 명이었다. 여기에 다수의 TK 출신 국회의원과 23개 경북 시·군의 단체장과 도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인 지난 17일에는 그의 정책 지원그룹인 ‘대한포럼’도 출범했다. 대한포럼은 대구·경북재경향우회와 대구·경북 출신 장·차관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기세를 탄 김 지사는 18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그의 청년경제인 지원조직인 ‘용오름3040’도 발족했다.
 
TK 민심, 박근혜→ 황교안→ 김관용?
 
이 외에도 한국당 내 비박계 후보 측에서는 김 지사의 친박계 조직 동원 가능성에도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집결력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호남 지역구의 이정현 전 대표가 당선된 사례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게다가 현재 한국당은 주요 비박계 의원들이 바른정당으로 건너가 친박 색채가 더욱 짙어져 있는 상황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당내 비박계 의원들이 바른정당으로 탈당하는 바람에 한국당 내 친박 색채가 더욱 짙어진 게 사실”이라며 “이들이 특정 후보를 밀면 조직투표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쯤 되자 불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표 역시 결국엔 김 지사에게 옮겨갈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일단 지금까지는 홍 지사가 수혜자인 듯 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이는 홍 지사의 ‘사이다’ 같은 발언 덕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울분에 가득 찬 보수층의 이목을 잠시 끈 것일 뿐 결국엔 ‘오리지널 TK'인 김 지사가 황 대행의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황 대행의 출마를 간절히 원했던 TK 민심에는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담겨 있다. 이들의 다음 안착지 역시 박 전 대통령에의 향수를 품고 있는 곳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김 지사와 홍 지사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린다.

우선 TK 현직 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한 것은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처음이다. 또한 김 지사는 경상북도 구미 출생이고 홍 지사는 경상남도 창녕 출신이다. 기본적으로 TK와 PK 민심은 다르다. TK 민심이 김 지사에게 옮겨 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여론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할 때까지 출마 선언을 미뤘다. 조기 대선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출마 선언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변의 계속된 조언에도 김 지사는 끝내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었다.

만약 김 지사가 조기 출마 선언을 했다면 황 대행의 표는 물론이고 중도 하차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표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지사의 측근에 따르면 김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헌법 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즉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대선은 정상적으로 12월에 치러질 것인데 지금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김 지사의 생각이었던 것.

반면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무죄 선고가 나온 직후 곧바로 대선전에 뛰어들었다. 비록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론과 정치권 모두 그의 행보를 대선 초석 다지기로 바라봤다.
 
탄핵 소추안이 기각될 것이라고 끝까지 믿었고,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 삼성동 사저로 옮겨가는 날 직접 위로를 건넨 김 지사와, 일찌감치 탄핵 이후 플랜을 그리고 있었던 홍 지사 중 TK 민심이 누굴 택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바른정당 품겠다는 洪에 등 돌린 TK
 
설상가상으로 집토끼와 산토끼 다시 말해 강경 보수와 중도 보수 모두를 잡겠다는 홍 지사의 욕심 역시 TK 민심을 또다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시청을 찾아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둘 다 같은 정당이다. 이혼한 게 아니라 별거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를 중심으로 통합할 것이다”고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시사했다.
 
물론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범(凡) 보수 대통합’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선거 막판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치권은 말한다. 보수의 심장 TK가 바른정당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쳐 있는데 TK 민심을 거머쥐어야 하는 한국당 대선 후보가 당내 경선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 굳이 바른정당을 품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진단이다.
 
한편 현재까지 자유한국당 내 대선 경선 주자는 김 지사와 홍 지사를 제외하고도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진태 의원 등 무려 1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과오가 있다.
 
이 전 위원은 97년 9월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하자 경선에 불복,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당시 그를 따라 나간 의원은 8명이었다. 이 전 위원은 그해 대선에서 492만 표를 얻었고 결국 이는 김 전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위원은 당적을 수차례 옮기면서 ‘철새 정치인’이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다. 그는 1988년 제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이후 97년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 도전했다 탈락했으며 2007년에는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5위를 기록했다.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집회’의 영웅으로 칭송받고는 있으나 결국 그 역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김 의원은 누구보다도 탄핵 기각에 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 하나로 인해 탄핵됐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의원이 최순실 씨의 존재를 몰랐든 알았든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대통령이 파면된 점은 TK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피해 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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