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전에서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구호로 내걸었다. 세계화에 소외당하고 소수인종 유입에 불안감을 느낀 백인 저학력, 저소득층이 그에 열광했다. 이러한 소외 백색의 열광이 예상 밖 트럼프 당선을 이끌었다.
낙선한 클린턴은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을 고수하며 ‘함께 하면 강하다’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클린턴은 흑인 등 소수인종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무난히 대통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패하고 말았다. 
클린턴이 의외로 패한 것은 프레임 전쟁에서 트럼프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주창한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론은 너무나 진부했다.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 국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국민들이 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클린턴은 현실안주(Status Quo) 프레임을 말하는데 트럼프는 ‘변화’ 프레임을 들이댐으로써 클린턴의 ‘대세론’을 굴복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치 프레임은 이처럼 ‘대세론’을 잠재울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단 하나의 프레임이 다른 모든 의제를 압도해 버리기 때문에 프레임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은 민주 대 독재라는 프레임 속에서 ‘정권교체’를 구호로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패착이었다. 박근혜 당시 후보와 새누리당이 형식적 민주주의에 비교적 잘 적응한 당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결국 당시 당락을 좌우한 50대들에게 야권이 주장한 ‘정권교체’ 프레임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제19대 대선에서도 야당은 ‘정권교체’라는 구호를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최순실 사태를 ‘정권교체’의 당위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프레임은 최순실 사태가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 식상한 ‘정권교체’ 프레임이 대선 기간 내내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국수주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치사한 방법으로 전방위 경제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반한(反韓) 정서까지 조성하며 25년 전 한·중 수교 이전으로 돌아갈 기미조차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또한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이미 상당수준 발달했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역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국방백서에 명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야당 대선주자들은 한가하게 ‘정권교체’만 외치고 있다. 정권교체만 하면 중국의 국수주의에 대항할 수 있고, 정권교체만 하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지? 
많은 국민들이 좌파정부 10년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선정국엔 오로지 정권교체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세력의 프레임만 가득하고 나라를 지킬 강력한 대한민국 가치 수호의 프레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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