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장이랑 김 대리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던데…”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기업 입장, 업무 효율성 저해…직원 이탈도 발생해
개인의 행복 추구권 침해, 회사가 금지할 수 없어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는 연간 평균 직장에서 2000시간을 넘게 보낸다. 국내 대기업의 직원 수가 적게는 300명부터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의 경우 25만여 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많은 이들이 회사에서 일 년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기업 내부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일부 기업은 남 모를 고충을 겪고 있다. 일요서울은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를 들여다봤다. 이번 호는 직장내 사내연애로 인한 해프닝을 다뤘다.

#1. 박모씨(28)는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4개월 차 신입사원이다. 최근 박 씨는 업무보다 힘든 것이 자신의 선임 A씨와 과장 B와의 사이에서 ‘눈치 보기’다. A씨와 B씨는 사내연애를 하다 헤어진 커플이었던 것.

입사 후 이 사실을 몰랐던 박 씨는 선임 A씨와 친하게 지냈고, 어느 날부터 B씨의 이유 모를 꾸중을 듣기도 했다. 최근 박 씨는 다른 선임에게 A씨와 B의 이전 관계를 들었고, 그 후 A씨에게 업무 지도를 받는데도 B 과장의 눈치를 보게 돼 불편한 심정이다.

#2. 식품기업에 다니는 김모(27)씨는 최근 옆 부서 C씨로 인해 마음이 복잡하다. 김 씨는 신입사원 C씨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고 둘은 첫 회식 이후 출퇴근길도 같아 매우 가까워졌다. 하지만 김 씨는 다른 사내커플들이 헤어지고 이직하는 등 안 좋은 결말을 봐 온 터라 C씨에게 더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취업포탈 인쿠르트가 자사 회원 522명을 대상으로 사내연애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7.3%가 사내연애 또는 남녀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미묘한 관계를 뜻하는 일명 ‘썸’을 타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7% 사내연애 경험

이들의 사내연애 혹은 썸을 탄 상대는 같은 부서 동기가 28.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타 부서 동료가 25.8%, 타 부서 후배 12.1% 순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 중 연인으로 발전한 계기에 대해서는 33.5%가 ‘프로젝트나 업무에 함께 참여하면서’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직장 동료들과의 개별 모임에서’가 20.1%, ‘사내 회식자리에서’가 18.7%, ‘출퇴근길에서’가 11.7%를 차지했다.

이 조사 응답자에 따르면 사내연애의 가장 큰 장점은 155명이 선택한 ‘업무 관련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있어서’였다. 다음으로는 152명이 선택한 ‘연인을 매일 볼 수 있어서’가 2위를 차지했고, ‘짜릿한 로맨스를 즐길 수 있다’가 151명으로 근소하게 3위를 기록했다.

사내연애의 단점으로는 ‘헤어지는 경우 당사자 및 주변 사람들과 불편한 사이가 된다’는 답변이 1위로 가장 많았으며 ‘다른 동료들로부터 연인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97명)’도 있었다. 그러나 헤어진 연인들은 직장 동료 사이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들의 38.3%가 ‘이별해도 공과 사를 구분해 업무적으로만 대한다’가 가장 많았다. ‘친한 동료로 지낸다’는 의견도 35.8%로 많았다. 이 밖에 ‘둘 중 한 명이 퇴사 한다(13%)’, ‘피해 다닌다(10.8%)’ 등 답변도 있었다.

한편, 본인은 사내연애나 혹은 썸을 경험했으나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타인에게 사내연애는 추천하지 않았다. 응답자 중 55.6%가 사내연애 혹은 직장 내 썸을 추천하는가 항목에 ‘아니다’를 체크했다.

남에겐 추천하지 않아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최근 사내연애를 장려하는 파격적인 내규를 만든 기업도 있지만 연인들의 결과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업무 효율 저해’ ‘직원 이탈’ 등의 문제도 발생해 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 기업은 내규에 사내연애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만든 회사도 있지만 이는 지극히 직원 개인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어 드문 경우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외식 브랜드 맥도날드는 감정에 기반을 둔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직간접적으로 보고 관계에 있는 직원 간 사내 연애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

반대로 사내연애에 긍정적인 기업도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17번째 사내부부가 탄생해 한 해에만 35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사내 20, 30대 기혼 직원 230명 중 15%가 부부사원이다.

에어부산은 사내 부부가 많고 출산율도 높다는 것은 근무환경이 좋고 친가족적인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회사는 각종 사내 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는 등 직원 간의 유대감 증진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연애 금지는 법적으로 부당한 처사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의 사내연애로 인해 피해가 왔다는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해고, 휴직 등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또 사내연애 금지를 내부규정에 포함해도 이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이는 헌법 제 10조에 위반되기에 ‘무효’ 처리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