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와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술 접대’ ‘골프 접대’ ‘고가 선물’ 등의 조공 관행이 조금은 사그라들고 있는 분위기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9월 28일 4년간의 논란 끝에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법이다. 이후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같은 해 3월 27일 제정됐다. 또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법 시행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적용 대상에 대한 논란이다.

‘유치원 교사 포함’ ‘어린이집 교사 미포함’···적용 대상 논란
성의·보답 차원도 예외 없다···상한액 설정됐지만 꺼리는 추세


김영란법의 시작은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으나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으로 확대됐다.

김영란법은 14가지 유형으로 분류돼 있다.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 업무 개입, 입학·성적·수행평가 등 학교업무의 처리·조작, 채용·승진 등 인사에 개입, 법령을 위반한 행정처분·형벌부과의 감경·면제, 특정인의 계약 선정 또는 탈락에 개입, 보조금·기금 등의 배정·지원, 투자 등에 개입 등이다.

공직자를 비롯한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법안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또 직무 관련자에게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제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당사자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 제3자를 위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자(민간인)는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제 3자를 위해 다른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 등은 3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하지만 직무 수행, 사교·부조·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은 상한액이 설정 돼 있다.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 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 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 원이 기준이다.

어린이집 알림장
노골적 멘트(?)에 경악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제2조 제1호의 ‘공공기관’에는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이외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이 포함된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로 유아교육법에는 국립유치원, 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직원 및 임직원은 모두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어린의집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육하는 기관으로 유아교육법이 아닌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기관이다. 원칙적으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결국 유치원 교사에게 선물을 줄 경우에는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으나 어린이집 교사에게 선물을 줄 경우에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공무를 수행하는 교사 등인 경우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에 포함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국공립이 아닌 개인 보육기관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 손자를 보내고 있는 A(53·여)씨는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를 대신해 손자를 돌보고 있다. A씨는 지난 명절 어린이집 알림장에 적혀 있던 글에 대해 얘기해 줬다. 그는 당시 알림장에 ‘어린이집은 김영란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그런 내용의 알림장을 받으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경악스러웠다”고 말했다. 알림장 내용이 마치 ‘어린이집은 김영란법에 포함되지 않으니 선물을 하라’는 식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A씨는 “과거 엄마들끼리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티타임에서 나오는 얘기로 원장이나 선생이 노골적으로 촌지나 선물을 요구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젊은 엄마들의 유언비어라고만 생각했었지 학부모들이 다 읽어보는 알림장에 이렇게까지 적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B씨(37·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어린이집에서는 알림장을 통해 ‘김영란법이 시행되니 선물 등을 하지 말아 달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올해 갑자기 ‘어린이집은 김영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B씨는 “어린이집의 공지 의도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하지 말라고 하면 신경을 안 쓸 텐데 재 공지를 해서 김영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니 마치 선물을 하라는 것처럼 이해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B씨는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 생일이나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에 선물을 챙겨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준비해서 보내기도 하고 다른 아이 엄마들이 보내오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기도 하고 협찬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관공서·기업·학교 등
변화 몰고 온 김영란법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농축수산물 판매 위축으로 농축수산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과거 회식, 거래처 접대, 미팅 등으로 밤낮 없었던 공무원들이나 직장인들은 저녁 약속이 줄어들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기도 했다. 또 대기업이나 관공서 등의 구내식당은 이용률이 20~30% 증가했다.

하지만 경찰서 등에는 고마운 마음으로 음료수 등을 갖고 오던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과거 사건을 해결해 준 경찰에게 최소한의 보답·성의 차원에서 음료수 등을 들고 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경찰들조차 꺼려하는 추세다.

과거 유행했던 초·중·고교 학생들의 ‘반장 턱’도 사라졌다. 반장에 뽑힌 학생이 ‘반장 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와 ‘앞으로 잘 해보자’는 뜻이었지만 학교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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