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 의혹, 본인 위한 변론은 잘 해낼까

지난 13일 ‘헤어롤 재판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했다. 사상 첫 대통령 탄핵 결정의 법봉을 휘두른 만큼 그의 ‘화려한’ 이력이 세간에 회자된다. 이런 관심은 고스란히 이선애 헌법재판관 후보자(변호사)로 향하고 있다. 퇴임한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예정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이 후보자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해명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이미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애 후보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법조계에서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선애 후보자는 이론 및 뛰어난 실무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헌법재판관으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책임감이 강하고 인화력이 뛰어나 선후배와 동료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대법원은 이 후보자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역경을 극복한 희망의 상징’. 대법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학창시절 부친을 여의고 의류노점상을 하는 새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사실상 가장 역할을 했다.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학업에 정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다음은 대법원의 평가다. ‘역경을 극복한 모습으로 사회에 감동을 줬다.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꾸준한 기부활동과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법조인 생활을 하면서 어린이, 외국인과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단체에 기부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는 등 사회 전반에 넓은 시야를 갖고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게 대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이 후보자는 이정미 전 재판관 후임으로 지명됐다. 대법원은 헌법재판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은 물론, 국민을 위한 봉사 자세, 도덕성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헌재의 기능과 역할을 중시해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가 주요 인선기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여성 헌법재판관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점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판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제31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등으로 수료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12년간 판사로 재직하며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대전지법,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을 거쳤다.
 
12년간 판사 재직
헌법연구관 역임

 
이후 2004년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나 2006년까지 헌재에 파견돼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헌법재판 실무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6년부터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남편 김현룡(사법연수원 22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사이에 딸 둘이 있다.
 
이 후보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남긴 발자취는 이렇다. 그는 위법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끌어낸 바 있다.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변경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09년 화제가 된 변론이 있었다.
 
당시 남성 3명이 “로스쿨 전체 정원 2000명 중 100명을 할당받은 이화여대가 여성에게만 입학을 허용해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2월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어 양측의 주장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는데, 이화여대 측 대리인으로 나섰던 인물이 이 후보자다.
 
차세대 ‘여성 지도자 양성’인 만큼 여성만 입학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충분하다며 원고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화여대가 로스쿨 인가를 받을 당시 사법시험 합격자 등을 고려해 전국 5위의 우수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100명의 정원으로 인가를 받은 것이지 여성 할당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결과적으로 우대 조치에 해당한다고 해도 여전히 법조계는 여성의 진출이 현저히 적은 영역으로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도 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이화여대가 125년간 유지한 ‘재학 중 결혼 불가’라는 학칙을 바꾼 바 있는데, 여성만 입학할 수 있는 전통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꿀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여대로서의 전통과 정체성, 그에 맞춘 교육법은 이화여대가 꼭 지키고 싶은 부분으로 국가의 강제로 변경된다면 이는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이화여대 로스쿨의 ‘여성만 입학 허용’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 활동 경력
논란…“업적만 보라”

 
논란이 되는 경력도 없지 않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단인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등 일부에서 우려를 표하는 반면, ‘상관없다’는 인권위와 헌재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후보자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유영하 변호사도 2014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상임위원으로 근무했다.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한 시기는 22개월가량이다.
 
그러나 업적만 놓고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후보자는 인권위원을 지내면서 다양한 인권정책 분야에서 시정 및 정책개선 권고를 적극적으로 끌어냈다. 2014년부터 1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증진과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또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며 시민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 권리 등 다양한 인권정책분야와 각종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관여했다. 뛰어난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3년 임기에 이어 올해 연임됐다. 그는 대입 수시전형에서 검정고시 출신자의 지원이 전면 제한되지 않도록 신입생 선발제도 개선 권고, 대학원 학사 운영 시 임신·출산 및 육아 사유로 휴학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마련 권고, 환경미화원 채용시 업무 내용과 남녀 체력을 고려한 객관적 평가요소를 마련해 여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시험개선 권고 등의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지명자는 법무부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과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 위원,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인사청문회 검증
통과할 수 있을까

 
오는 24일 오전 10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무난히 검증을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최근 제기된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해명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지법으로 발령받은 1999년 3월부터 2000년 8월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에 거주했다. 이후 시부모님과 분가해 2004년 1월까지 반포동 미도아파트에 살았다.
이 후보자는 미도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면서 2002년 1월 같은 동의 다른 집을 사들였다. 그러나 이사를 곧바로 안 했는데 이를 두고 투기를 위한 매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를 통해 해명자료를 발표하고 “임대차기간이 서로 맞지 않아 즉시 입주가 어려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매입가가 당시 시세보다 낮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 거래된 같은 아파트 1층 다른 세대의 거래가액과 큰 차이가 없다”며 “실제 거래가격 그대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02년 1월 매입한 미도아파트를 2008년 5월 7억900만 원에 팔았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나온 같은 기간 다른 세대의 거래가액을 보면 7억2000만 원 등으로 이 후보자가 판 가격과 실제 큰 차이가 없다.
 
이 후보자는 노후에 거주할 목적으로 현재 남편 명의로 경기 성남 분당구에 있는 58평형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이라는 중대한 직책에 지명된 이상 능력과 자질은 물론 도덕성에 대해 정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과 국회, 언론으로부터의 검증 요구에 겸허히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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