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 따기’ 임원 승진 재벌 3세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

일반 사원 임원 승진 0.74%뿐… 오너 자제는 입사부터 ‘팀장’
 
‘후계자의 초고속 승진’, 자칫 경영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현지시각)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경기 불황 여파로 사회 곳곳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의 일명 ‘금수저’를 물고 나온 재벌 3세들은 고속 승진과 배당금을 챙기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임원 승진’을 몇 년 안에 이뤄내고, 수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재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리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며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호전된다면 금리를 약 3∼4개월에 1번씩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당장 가계 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 기업의 신규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 악순환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별개로 한국경제는 침체기다. 소비감소와 고용감소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계속 거론돼 왔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5.0%로 지난해보다 0.1% 포인트 올랐다. 실업률이 5%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5.0%) 이후 처음이다. 동월 기준 2001년 2월의 5.5%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점점 심화되는 15~29세 청년실업률은 1년 전에 비해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다. 2월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포인트 하락한 12.3%로 나타났다.
 
높은 실업률을 극복하고 어렵게 기업에 입사를 해도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승진·승급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직급별 승진률이 유지된다는 가정에 따라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명의 입사 동기 중 겨우 7.4명만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임원이 되는 것은 더 힘들다. 대기업의 부장 승진비율은 1.8%, 임원 승진비율은 0.47% 밖에 안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장은 11.5%, 임원은 5.6%로 그나마 낫다.
 
그러나 ‘금수저’를 물고 나온 재벌 3세들은 미국 금리인상과 한국경제 침체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이들은 상무·전무·부사장 등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임원자리에 오르고 고액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CJ그룹은 지난 6일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승진자 가운데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2) 부장도 포함됐다. 그는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상무대우)로 승진하며 3세 경영참여의 본격화를 알렸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27) 씨는 2013년 CJ그룹에 입사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기임원인사발표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초고속 승진 외 배당금도 주목 받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경후 통합마케팅팀장은 1억3000만 원 배당금을 받았으며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은 5300만 원 배당금을 받았다.
 
박태영(40) 하이트진로그룹 부사장은 지난 2012년 하이트진로의 상무에서 8개월 만에 전무로, 이후 3년여 만에 2015년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박태영 부사장이 입사 4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 특히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은 하이트진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박 부사장이 소유한 회사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다.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가지고 있고,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 지분 58.44%를 쥐고 있다.
 
임상민(36) 전무는 상무에서 지난해 11월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손녀로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임상민 상무를 전무로 전격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상홀딩스는 지난 9일 보통주 1주당 170원의 현금 배당 결정을 공시했다. 대상홀딩스 배당금총액은 63억2055만여 원이다. 임상민 전무는 대상홀딩스 최대주주로 36.71%를 보유하고 있어 약 23억 원 의 배당금을 받는다.
 
경영수업과 능력검증 우선 지적도
 
대체로 전무 승진은 경영수업의 최종코스로 여겨진다. 오너 후계자들이 전무에 올라 성과를 낼 경우 경영권 승계는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단순 ‘경영 참여’가 아닌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업계관계자들은 젊은 후계자들의 ‘초고속 승진’은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와 사업구조 개편 상황에서 경영권을 안정화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오너 후계자의 초고속 승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조급한 경영승계로 인해 너무 젊은 나이의 후계자를 승진시키는 것은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영수업과 능력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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