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동원력이 승패 가른다…安측 지지층 불만 고조

▲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정대웅 기자>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후보 선출일을 4월 4일로 확정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선관위가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다. 당초 5일로 정했다가 세월호 인양 일정을 고려해 하루 앞당긴 결과다. 양측은 여전히 이를 수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경선 방식의 유·불리를 잘 따져야 짧은 대선 일정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룰은 ‘경선 불참’ 카드를 꺼낸 손 전 의장의 의견을 더 반영해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하지 않고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20%’로 합의됐다. 이로써 조직 동원력이 승패를 가를 중요 요소로 떠올랐다. 이렇게 되자 일부 안 전 대표 측 지지자와 당원들은 ‘떼쓰기 전략에 손을 들어줬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형편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경선 방식을 놓고 손 전 의장 측은 ‘100% 현장투표 또는 80% 현장투표 20% 숙의 배심원제 도입’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당초 요구했던 모바일 투표 반영을 포기하고 ‘현장투표 40%·여론조사 30%·공론조사 30%’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투표 100%를 고수하며 합의 불발 시 경선 불참을 통첩한 손 전 의장 측과 결국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20%’ 방식에 합의했다. 앞서 당의 최종 중재안인 ‘현장투표 75%+ 여론조사 25%’보다 손 전 의장의 입장이 더 반영된 셈이다.
 
가까스로 경선 방식은 합의를 봤지만 후보 선출일을 놓고 또다시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안 전 대표는 후보 선출일로 4월 2일을, 손 전 의장은 4월 9일을 각각 주장한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낮은 만큼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경선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손 전 의장 측은 경선 기간이 민주당과 겹치면 언론에 부각되지 않는다는 손 전 의장이 격돌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는 결선투표가 치러지지 않을 경우 4월 3일 확정된다.
 
후보 선출 방식
누가 유리할까

 
우선 후보 선출 방식이 확정된 만큼 경선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 손 전 의장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반응이 많다. 조직 동원력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손 전 의장 측이 민심과 당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안 전 대표에게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전에 선거인단 신청도 받지 않고, 신분증만 갖고 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현장투표다.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일반 국민들이 과연 먼 투표소까지 와서 투표를 할지, 중복투표는 제대로 막을 수 있는 것인지,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은 없을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본선 경쟁력과는 동떨어진 경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안 전 대표는 명실상부 당의 적자다. 창당 과정에서의 지분이 크고, 대표 예비대선주자로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연대론이 불거지던 당시 ‘자강론’을 밀어붙인 안 전 대표는 아직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연대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당에서도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 힘을 실어줬다. ‘안철수 사당’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당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 인식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의 무난한 당선을 예단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투표가 80%나 차지하는 경선이 철저한 조직 동원 선거로 진행된다면 국민의 지지율과 별개로 동원을 더 많이 하는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학규 전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 <정대웅 기자>

‘경선불참’ 카드
비판의 목소리

 
경선룰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안 전 대표 측 지지자 및 당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안철수 팬클럽 ‘국민희망’을 주축으로 한 당원 20여명은 지난 14일 당사를 방문해 당 대선후보 선출일을 정한 지도부에 항의했다.
 
이들은 당직자들과 만난 뒤 성명을 통해 “국민의당 7개 권역 순회경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특정 후보 떨어뜨리기 일정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국민의당 당원들은 목숨 걸고 단호히 거부한다”며 “이는 특정 후보 측의 일방적 떼쓰기 전략에 손을 들어준 것이며 대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서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는 전형적인 구태”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시각에서는 국민의당에 아무런 기여도 한 것 없는 손 전 의장이 경선불참을 무기로 당과 경선을 휘두르고 있다는 불만을 가질 만하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손 전 의장의 일방적 요구에 무한정 끌려 다니는 박지원 대표에 대한 항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당이 전략적으로 본선 승리를 발판을 마련해야지 본선승리의 발목을 잡아서 되겠느냐”라며 “경선 룰에서의 양보는 차치하더라도 경선 일정마저 전략적 판단 없이 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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