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삼성동 사저로 복귀했다.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로 떠난 지 1476일 만이다. 대통령이 사저로 복귀하던 날 사저 앞은 김진태·윤상현·서청원·최경환 의원 등과 취재진, 지지 단체 회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3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박근혜 결사대)’를 발족하고 오후부터 사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결사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극기 집회 관련 단체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지만 현장에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들이 일부 나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복귀 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하지만 사저 밖에는 매일같이 지지자들이 모여 박 전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

조원진 의원 사저 방문 “사저 거실이 너무 춥더라…”
녹색어머니회 “안전 우려… 등굣길만 하던 봉사 하굣길까지”


기자는 지난 13일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정릉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니 갓길에 ‘박근혜 국민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와 길게 늘어선 경찰버스들이 보였다. 경찰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선정릉역 부근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들과 경찰들은 모두 같은 곳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다. 그들을 따라가니 금세 사저 앞에 도착했다.

사저 앞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보다 취재진, 경찰들이 더 많았다. 사저 앞을 지나가던 경찰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날 오후 결사대회도 예정돼 있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전, 충돌 등을 우려해 경력이 배치 돼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히 오후에 배치 인원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사저 앞에서 있던 지지자 A씨에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시민들은 자기들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고 나락까지 끌어내렸다. 그것도 모자라 언론의 실시간 감시(촬영 취재)와 신변 위협까지 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말은 민간인으로 돌아갔다고 해놓고 얼마나 더 괴롭힐 것이냐”라며 “(현장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음해하는 세력들이 공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왔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을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 B씨는 “좌파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수백억의 뇌물을 먹었다고 검찰기소를 일삼았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의 사저를 보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사람이 얼마나 검소한지를 보란 말이다”라며 “이곳에 와 보기 전까지는 박 전 대통령이 당연히 좋은 집에서 살 줄 알았다. 하지만 단번에 봐도 녹슬어버린 CCTV, 보안 유지도 안 되고 방치돼 있던 사저에 들어왔다. 이렇게 전 대통령에게 대우해도 되는 것이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B씨는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난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너무나 불쌍하다. 좌파들은 최고의 축제를 즐기고 있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기듯이 보일러도 작동 안 된 사저로 가둬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다. 조 의원은 방문 이후 사저에서 나오면서 “(박 전 대통령 사저 복귀와 관련한) 여러 가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많이 힘들 것 같아 위로차 방문했다”며 “사저 거실이 너무 춥더라”라고 말했다.

조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대리인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도 지난 14일 오전 사저에 방문했지만 사전 방문 약속이 잡혀 있지 않아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다음날인 15일 한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보내준 차를 타고 들어가 만날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지지자들, 경찰에
취재 항의하기도


사저 바로 옆에는 고급 아파트가 있다. 이곳 경비원들은 종종 입구를 막아서는 지지자들과 경찰, 기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기자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 봤다. 지지자들이 사저 인근 건물 옥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서 촬영 중인 언론사 취재진을 향한 것이다.

사저 인근 건물 옥상에는 여러 언론사들이 지미집, ENG카메라, 망원렌즈 등을 동원해 취재를 하고 있었다.

지지자 중 한 명이 취재진이 올라가 있는 옥상이 있는 건물로 다가갔다. 그 지지자는 건물 1층 외부에서 진입을 통제하는 경찰들에게 “사유지를 촬영하는 게 맞느냐. (당신들이 우리를 통제하고 촬영을 허가하는 것은) 필리핀 경찰들보다 못하다. 저 사람들(취재진) 빨리 내려 오라고 해산 명령 내려라”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박 전 대통령이 샤워하는 모습도 찍을 것이냐”라며 항의했다.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노인이 등장했다. 노인은 “오늘 너희들의 행태를 낱낱이 보여주겠다”면서 사저 인근을 서성였다. 그러던 중 노인은 갑자기 사저 앞쪽으로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집회를 신고한 지지자들이 있는 쪽으로 가는 듯했으나 아니었다.

주민 “너무 시끄럽다”
지지자 “나라가 망했는데”


경찰들이 노인을 제지하자 노인은 “저기 (지지자들이 있는 곳) 들어가는데 왜 통제하냐”며 “헌재는 거짓 판결을 내렸다”며 연신 소리쳤다. 결국 경찰들은 노인을 사저 멀리 이동시켰다.

사저 앞은 한 시도 조용할 새가 없었다. 소란이 정리되나 싶던 순간 사저 인근 고급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C씨가 나와 아파트 앞에서 오토바이 스피커를 통해 군가를 틀어 놓은 지지자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지지자는 “사저 앞에 위치한 많은 기자들에겐 뭐라고 안 하면서 나한테 다가와 항의를 하냐”며 “기자들이 철수하면 나도 철수하겠다”고 대꾸했다. 옆에 있던 지지 세력들도 합세해 “우리는 집회신고도 마쳤다. 나라가 망했는데 이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 주민이라고 신분을 밝힌 C씨는 “당신들이 이렇게 와서 (집회를) 하니까 경찰, 기자들이 오는 것이 아니냐”며 “소리만 조금 줄여달라고 요구했는데 소리를 지르냐”라고 항의했다.

서로 간의 고성이 오가다가 지지자들 중 한 명이 “시끄러우면 이사 가라”라고 말하면서 결국 몸싸움까지 일어났다. 결국 경찰들이 이들을 말리면서 소동이 끝났다.

사저 인근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지자들과 경찰, 기자들이 몰리면서 아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교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니 아주머니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었다. 당초 회원들은 안전을 위해 아침 등굣길에만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하굣길 봉사까지 하고 있었다. 한 회원은 “후문이 사저와 근접해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후문을 잠그고 정문으로만 등하교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피해 의식해
‘소리치지 말자’ 현수막도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 5일째 되던 지난 16일 기자는 사저를 다시 찾았다. 사저 앞에는 여전히 지지자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사저 외부 벽면에는 13일에는 볼 수 없었던 장미꽃, 태극기, 응원 메시지 등 부착물들이 가득했다. 현장은 13일처럼 여전히 긴장감이 흘렀다.

지지자 쪽에는 주민들의 피해를 의식한 듯 ‘대통령님의 안정을 위해 저녁 7시 이후는 소리치지 마시고 이웃 분들에게도 폐가 되지 않도록 합시다’라는 새로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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