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재인산성’ 넘나

사진=[일요서울 | 정대웅 기자]
‘리더십 부재’ 등을 통해 문 전 대표 향한 공세 펼쳐
 
1차 경선 결과 따라 향후 대선 결과 달라질 수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안 지사는 ‘네거티브 선거전 지양, 정책 대결 승부’를 내세우며 공개 석상에서의 타 후보들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아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민주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자 안 지사의 공세가 강해지고 있다. 실제 안 지사는 TV 토론회와 라디오에 출현해 문 전 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1차 경선지인 호남 결과가 2차 경선지인 충청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에 안 지사는 호남과 충청 각각 비문 진영, 40·50대 중도보수의 지지를 얻기 위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중립·중도적 입장 때문에 ‘정체성의 모호함’ 등을 지적 받아온 만큼 문 전 대표와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상파 4사 합동 3차 대선예비후보 TV토론회가 지난 14일 여의도 KBS 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사드 배치 등 주요 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 앞서 안희정 캠프 총괄실장인 이철희 의원은 “지난 번(2차 대선예비후보 토론회) 토론처럼 중립적 자세를 보이거나 중재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쪽(안희정)은 통합 리더십, 한쪽(문재인)은 분열 리더십이라는 구도를 선명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안 지사가 ‘선의 발언’ ‘대연정’ 등과 모호한 화법으로 지적을 받아온 바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정체성 공세를 받은 만큼 이번 토론회에서 그동안의 모호한 태도를 벗어나 문 전 대표를 향해 주도적 공세를 펼치겠다고 선전 포고한 것이다.
 
실제 토론회에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그는 중재적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총선 당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을 언급하며 문 전 대표를 향해 “안타깝다고만 했을 뿐, 본인이 영입한 분을 직접 찾아가거나 설득도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손학규·박지원·김한길·안철수 등 모두 당을 떠났다. 문 후보가 당의 전직 대표이자 실질적 리더로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
 
또 안 지사는 전날 TV 토론회에 이어 라디오를 통해 문 전 대표의 ‘리더십 부재’와 ‘소통의 부족’을 다시 언급하며 문 전 대표를 향해 칼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집안으로 치면 ‘맏이’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맏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전 대표가 누구도 못 잡고 누구도 못 잡았다’고 하는 말은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예시”라며 “문 전 대표는 ‘분명한 확신을 갖고 당과 정치를 이끌고 있다’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안철수 전 대표 등이 탈당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야 할 주제들이 많았다”며 문 전 대표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확대 해석 경계
 
정치권에서는 첫 민주당 경선지인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큰 격차로 안 지사에게 승리를 거둘 시 2차 경선지인 충남과 3차, 4차 경선 결과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패배 혹은 근소한 격차로 승리할 경우 판도가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특히 안 지사가 1차 경선에서 승리하거나 근소한 격차로 패배할 경우 다음 경선지인 충청에서의 2차경선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에 안 지사는 호남(진보)과 충청(중도)의 표심을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탄핵 결과에 불복하는 의원들이 포진한 자유한국당과 대연정하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연정이 국회의원 한 분 한 분과 손잡는 게 아니다”라며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사람과 손잡자고 얘기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대연정의 뜻은 이어가며 진보 측의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 이어 그는 “대세론은 아직 없다”며 “‘대세론’이라 하면 후보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을 때를 말하지만 아직 그런 후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안 지사의 ‘투트랙 전략’ 본격 시동 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 발표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TK(대구경북)에서 문 전 대표를 제치고 25.1%를 기록하며 선두에 올랐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 일부를 흡수하면서 선전했으며 전 주 대비 2.7%포인트 오르며 16.8%로 2위를 기록했다. 이는 3주 만에 다시 15%를 넘어선 것.
 
호남의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 경선을 연다. 첫 번째 권역은 호남이다. 호남의 민심이 야당 대선 후보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호남 경선의 중요도는 높다. 후보들 역시 호남 방문 빈도가 가장 높다. 일각에서는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200만 명을 넘어가면 안 지사에게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측이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대거 경선에 참여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이 ‘돌풍’을 일으키며 20%까지 올랐지만 ‘선의’ 발언 등의 논란으로 지지율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늘어나도 이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호남과 충청 지지층을 얻기 위한 안 지사의 ‘투트랙 전략’ 성공 여하에 따라 그의 운명이 정해질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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