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英총리 "브렉시트 '이혼'으로 부르지 말라"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유럽에 재편입하는 것을 돕기 위해 협정을 맺고 빚의 50%를 탕감한 것을 언급하며 영국 의회에서도 브렉시트(EU 탈퇴) '이혼 합의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EU 탈퇴파들은 EU 탈퇴 합의금을 '이혼'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강조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탈퇴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하원의 유럽안보 위원회 위원장인 빌 캐시 의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회의에서 EU가 영국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1950년대 독일의 채무 탕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캐시 위원장은 "1953년 런던체무협정(LDA)을 명심해야 한다"며 "독일은 2차 대전 기간 온갖 나쁜 짓과 부당한 침략에도 불구하고 빚 절반을 탕감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재 EU내 독일의 지배적인 역할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사실을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EU에 법적·정치적으로 빚지지 않았음을 강조하자는 얘기다.

런던체무협정은 2차 대전 이후 서독의 서구 재편입을 돕기 위한 방책의 일환으로 체결됐다. 이 협정에 따라 서독은 전쟁으로 진 빚의 50%를 탕감받았다. 부채 역시 경제 여건에 따라 상환하도록 했다.

국제 추세를 비교해 보았을 때 영국은 브렉시트로 EU에 '이혼 합의금' 약 500억 파운드(약 70조 원)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 EU는 연금 등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부담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내 놓으라고 압박할 전망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한 이들은 브렉시트 탈퇴에 관해 '이혼'이란 단어도 부정적 의미를 준다며 삼가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사진=뉴시스 제공>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보통 이혼하면 이후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서 자신은 '이혼'이 아닌 '새로운 관계 건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안팎에서 브렉시트를 '이혼'에 빗대고, 브렉시트 탈퇴할 경우 영국이 정산해 내야 할 분담금을 '이혼 합의금'으로 표현한다. EU 탈퇴파의 입장에서 이런 표현이 독자 번영을 제시하는 이들보다 탈퇴 후 겪게 될 충격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EU 잔류파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혼 합의금을 둘러싼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EU 관계자는 영국이 이혼합의금 지불을 거부한다면 해당 안건을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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