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법정으로…거액 세금 마련 어떻게?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서미경(57) 씨가 ‘롯데 비리’ 재판에 출석했다.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돼 연예계에 입문 후 1981년 돌연 유학길에 오르며 자취를 감춘 지 36년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났다. 검찰 수사 당시 수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던 서 씨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의 귀국 이유에 대해 구속 면제, 재산 처분 등의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 씨가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향후 경영권 향배에 중요한 핵심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속될 게 뻔한데 안 나오고 버티겠나.” 지난 20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서 씨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서 씨는 이날 무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갔다.
 
롯데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해 횡령·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가 첫 재판에 모두 출석했다.
 
서 씨는 그동안 일본에 체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당시 변호인을 통해 일본에 체류하는 서 씨에게 ‘자진 입국해서 조사받으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서 씨가 매번 소환에 불응해 대면조사 없이 재판에 넘겼다. 신동빈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서 씨를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여자친구’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청사에 들어선 서 씨는 “검찰 조사에 왜 매번 출석하지 않았는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어떻게 따냈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입을 닫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두문불출 ‘샤롯데’
왜 출석했나

 
재계는 서 씨의 출석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앞서 강제 입국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커 재판에 출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재계 관계자는 “서 씨가 한국에 들어와야 할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일본에서 강제 추방당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강제 송환을 추진한 바 있고, 법원 역시 구속영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 절차를 밟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은 일본에 체류하는 서 씨에게 여권 강제 회수 조치와 함께 무효화했다. 여권무효화 상태인 서 씨는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귀국해 법정에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법 19조에 따르면 장기 2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기소된 경우 외교부 장관이 여권 반납을 명할 수 있다. 지정한 반납기간 내에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여권 효력은 상실된다. 이 경우 서 씨는 일본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강제 추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 씨는 일본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일본 입국이 제한된다. 서 씨의 딸(신유미·33)이 영주권을 취득해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강제 추방 전에 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귀국의 또 다른 목적도 제기된다. 거액의 세금 부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산을 처분해 세금 납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일에 싸여있던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보유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검찰 수사 결과 총수일가 보유 지분은 총 13.3%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서 씨와 그의 딸 유미 씨(6.81%)가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영자 이사장 3%, 신동주 전 부회장 1.6%, 신동빈 회장 1.4%, 신격호 총괄회장 0.4% 등 순이다.
 
서 씨 모녀의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지만,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모녀에게 양도, 편법 상속 등을 통해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세한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서 씨 모녀의 탈세액이 2000억 원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공소시효(10년) 만료가 임박한 297억 원에 대해서만 먼저 기소됐다.
 
검찰은 추후 탈세 인정 금액을 높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거액의 세금 부과가 예상되는 만큼 서 씨가 귀국해 지분 매각 등 재산 관계를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서 씨 모녀는 신 회장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매입을 제안했다가 검찰 수사로 인해 진행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경영권
향배 가른다

 
서 씨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지분은 향후 그룹 경영권 향배를 가를 ‘핵심 키’로 해석된다. 이미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서 씨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생 신 회장과의 지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 씨 측은 이를 거절하고 신 회장 측에 매각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 입장에선 서 씨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고, 서 씨는 더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서 씨 모녀가 보유한 지분을 확보하는 쪽이 유리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데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서 씨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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