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뚝…“저희 가게 아니에요” 해명 소용없어

채널A 먹거리X파일 '대왕카스텔라'편.<캡쳐>
소비자들, 정직 업체 안타깝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핫도그·오징어 튀김 등 소규모 체인점들 타깃 될까 노심초사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지난 12일 방송사 채널A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먹거리X파일’이 시중에 판매되는 ‘대왕카스텔라’를 다뤘다.
 
프로그램은 이 제품이 유독 식감이 촉촉한 것은 식용유를 들이붓기 때문이며, 액상 계란을 사용하고 일부 업체들은 화학물질을 첨가한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1주일이 넘게 각종 포탈 검색어 순위 상위를 차지했고, 해당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이런 제조과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일부 정직한 카스텔라 업체들까지 피해가 확산되자 도리어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회현역 일대에 위치한 대왕카스텔라 업체들을 찾아가봤다. 대왕카스텔라는 지난해 8월 한 방송에 소개되며 인기를 끌어 올해 초 무려 3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겨났다. 인기를 실감하듯 이 일대만 해도 무려 7군데가 넘는 대왕카스텔라 업체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점주는 “우리는 방송에 나온 업체가 아니다”라며 “그 업체는 저 길 건너에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우리도 식용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방송에 보도된 업체들처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들은 유화제며 화학물질도 잔뜩 넣는데 손님들한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거짓말 하지 않았냐”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그는 “정직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곳까지 얻어맞았다”라며 “그 이후로 열흘이 지났는데 판 빵의 개수가 30개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피해를 입는 점주들이 늘어나면서 사과 방송을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는 “사과 방송 필요 없다. 이미 이렇게 된 이미지가 사과 방송한다고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며 “건강하게 만들면서 인식이 다시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손님 90% 줄어
 
실제로 저녁 때까지 이 곳을 포함한 나머지 대왕카스텔라 점포들을 차례로 방문해봤지만 단 한 곳에서도 카스텔라를 사는 손님을 발견할 수 없었다. 또 7개의 업체들은 적게는 절반, 많게는 90% 정도 손님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대왕카스텔라 점포 옆 가게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A씨는 “정말 사람들이(방송 전 후로)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저 카스텔라 사겠다고 우리 가게 앞까지 몇 개월 동안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요 며칠은 하루에 한 사람이 가게 앞에 서 있는 걸 볼까 말까다”고 덧붙였다.
 
피해는 대왕카스텔라 업체들만 입은 것이 아니다. 제과·과자점에서 파는 카스텔라 제품에까지 번졌다. 남대문 시장에서 수입 과자를 판매하는 B씨는 “수십 년 전부터 일본에서 들여온 카스텔라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최근 방송이 나가고 나서부터는 찾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아예 카스텔라를 안 찾는다”며 “수십 년 된 단골도 뜸하다. 남은 것만 팔면 당분간 더 안 들여 올 생각이다”고 씁쓸해 했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주부 D씨는 “TV프로그램 덕분에 불량식품들이 많이 고발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덩달아 피해 입은 착한 업체들은 안됐지만 아이들과 노인들이 즐겨먹던 음식인데 화학물질 같은 걸 첨가한 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다.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소비자 C씨는 “대왕카스텔라 사먹어 봤다”며 “방송 봤는데 개인적으로 기름 많이 쓰는 게 심각하게 보도가 될 정도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먹거리X파일 게시판에 등록된 한 피해 점주라 주장하는 이의 글. <캡쳐>
   구원운동 일기도
 
일부 정직한 업체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대왕카스텔라 구원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정직한 업체라 인증한 곳들의 주소와 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한 인터넷 개인방송 BJ(Broadcasting Jockey)는 개인 방송에서 업체들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직하게 장사하던 대왕카스텔라 업체들에게도 피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자 그들의 매장을 찾아 먹방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응원과 도움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질지는 알 수 없다. 먹거리X파일 게시판에만 이번 일로 인해 벌써 두 건이 넘는 대왕카스텔라 점주들의 폐업 소식 글이 게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한편 다른 종류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이 프로그램의 다음 타깃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핫도그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인터넷에 다음 타깃이 핫도그 프랜차이즈라는 소문이 돈다고 들었다”며 “거기서 문제가 터지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문 닫아야 한다”라고 걱정했다.
 
오징어 튀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점포 주인은 “음식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먹거리X파일) 타깃이 됐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길거리 간식들의 유행주기가 빨라 안 그래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들이 정상적으로 장사하는 가게들이 폐업하는 등 2차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문제가 된 사업체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선 방송 관계자가 논란 업체 아르바이트 생으로 위장 취업해 취재했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어 시청률을 위해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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