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검증받은 광역단체장들 연이어 대권 출마 시사

지역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역량’도 대선에 영향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19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11인의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이 주목 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두 번째 광역단체장 출신의 대통령 배출 여부 때문이다. 앞서 광역단체장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것은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이 줄지어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가 중도 하차하자 일각에서는 대선이 이들에게는 ‘정치 무덤’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경선 완주와 대선 출마를 통해 ‘세(勢)’ 형성과 후보단일화를 통한 차기, 차차기 대선에서 ‘지분’을 얻는 등 수확이 존재하지만 조용히 물러난 점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광역단체장 11인의 대선 출마선언부터 중도 하차, 경선을 앞둔 광역단체장들의 뒤를 쫓아가 봤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데 이어 본격화된 것. 이에 이미 국민들에게 검증받았던 광역단체장들이 연이어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 하지만 10인의 광역단체장 중 절반은 중도 하차했다.

특히 박원순 서울 시장은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을 세우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주자로 거론됐다. 그는 설 연휴 이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라고 밝히며 대선 불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당내 유력 후보인 그의 불출마 선언은 야권 대선 구도에 변화를 일으켰다. 앞서 박 시장은 김부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경선 룰 확정에 반발한 바 있다. 그의 급작스런 불출마는 ‘아름다운 경선’ ‘정권교체를 위한 공정선거’를 내세운 민주당 경선 이미지에 시작 전부터 타격을 입혔다. 또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기동민 의원을 비롯해 어기구, 이철희 의원이 “안희정 충남지사는 싸가지 있는 진보”라며 지지를 선언해 ‘문재인 대세론’ 속 민주당 대선 구도 변화에 정점을 찍었다.

불출마 선언 이유

자유한국당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 11일 범 보수층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한 바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났기 때문에, SNS 글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다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김 전 지사는 친박계 일부를 비롯해 원내외 인사들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포함한 다양한 인사와 접촉해 출마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대권 참여가 기정사실화 됐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야권 내 대선 잠룡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지난 2일 “이번 20대 국회 의정 활동 목표가 양극화 해소다. 그런 일에 집중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지사직을 사퇴하며 당내 경선에 나선 바 있어 이번에도 자신의 지역구 지지층에게 실망을 주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 15일 19대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13일 자유한국당의 경선 룰에 반발해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바로잡았다. 특히 김 전 지사의 불출마 선언 배경은 박 전 대통령 지지 발언 등을 통해 여론의 악화를 의식한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지난 1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 지사는 오랜 정치 경력에 비해 ‘세 확장’이 절실하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그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대권에 나서는 것은 불문율이라고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원 지사는 바른정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치단체장의 한계

반면 대선후보 중도 하차를 제외한 전·현직 광역단체장 출신 대선주자들은 모두 6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경기지사 출신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 국민의당 대선 후보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도지사들의 대권 행렬 참여도가 높다.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인 만큼 지역적인 특성을 유리함으로 이끄는 데 광역단체장들이 적역일 것이라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경기도 인구수는 약 1300만 명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감소세지만 올해 1월 기준 990만 명으로 서울·경기의 인구수를 합치면 약 2300만 명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인구수가 지난 2월 기준 약 5100여 명으로 봤을 때 절반에 가까운 수가 서울·경기에 집중됐다. 이에 정치권 역시 대선 주자로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등 규모가 큰 지역의 광역단체장이 유리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마치고 업적을 발판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끌어간 유일한 사람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 복원, 시내버스 전용차선 등이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또 서울시장 경력과 대기업 CEO 경험으로 경제대통령의 능력이 검증된 지도자라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적인 특성을 앞세운 전·현직 광역단체장 출신 대선주자들 가운데서 19대 대선에서 제2의 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역적인 특성’보다 ‘개인적인 역량’이 광역단체장들의 대권 행보에 더 큰 변수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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