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이도 목적지까지 vs 안전은 아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4차산업혁명이 자동차 시장과 보험업계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전 차량에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기능(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이 탑재되더니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까지 이동이 가능한 자율주행(오토파일럿)차량까지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테슬라코리아가 스타필드 하남에 첫 전시장을 오픈, 모델 S 90D를 선보이면서 자율주행 관련 보험 상품도 잇달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차량 사고 발생 시 보험 혜택과 관련해서도 해결할 문제가 많다. 일요서울은 논란의 결정체로 떠오르는 ‘자율주행차량’에 대해 알아본다.

임종룡 “자율주행차 등장 땐 보험산업 지각변동”
美 자율주행기능 탑재 차량…급발진 사고 ‘아찔’

먼저 자율주행차량에 대해 알아보자.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운전자가 차량을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다. 정확하게는 무인 자동차와 다른 개념인데 혼용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2월 12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율주행차의 실제 도로 주행이 가능해졌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는 실제 도로주행을 허가받은 제1호차로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고속도로 1곳과 수도권 5곳 등을 시험운행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테슬라코리아가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스타필드 하남에 첫 전시장을 오픈하고 자율주행차량 판매를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차량 주문까지 마쳤다고 알려졌다. 다만 이 차량은 현재는 자율 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옵션으로 따로 장착은 할 수 있다. 국내 인증이 되지 않아 이 기능을 사용하면 불법 주행이다.

도이 아츠코 테슬라 대변인은 지난해 블로터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에서 오토파일럿을 포함해 현재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차량 인도가 시작되는 오는 6월까지 오토파일럿 인증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자율주행차량을 선보이면서 관련 보험상품 출시로 이어질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요 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자동차보험 산업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기대를 한껏 높였다.

 임 위원장은 “자동차 기술과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등이 융합된 자율주행차는 이동 수단의 신 지평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소유자와 제조사 중 누구의 책임으로 보는지에 따라 보험 상품이 달라질 수 있다. 또 기술적 오류나 해킹에 대비한 새로운 보험 수요도 생겨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고 나면 누구 책임? 운전자 vs 제조사

다만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지 않고 동승만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양한 갈등 요소를 안고 있다.

일례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자동차 보유자 또는 운전자가 직접 몰지 않았음에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운행자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테슬라가 국내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진 모델S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자율주행 기능으로 운전하다 사고가 나 운전자가 사망한 바 있는 모델이다.

당시 모델S는 맑은 날 옆면에 하늘을 배경으로 흰색을 칠한 대형트럭을 인식하지 못해 충돌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6개월 조사 끝에 자율주행 시스템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나, 우려는 여전하다.

또 미국에 거주 중인 배우 손지창 씨가 최근 테슬라 차량을 몰다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겪은 것이 알려지면서 안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기형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9일 발간한 ‘영국의 자율주행자동차 보험제도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영국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현재 자동주행모드에서의 사고책임과 의무보험제도를 규정한 법안을 의회에서 심의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자율주행차의 사고책임을 제조사가 부담하고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운전자가 책임지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모델’을 도입하려고 했다. 이 방안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신속한 치료를 비롯한 손해배상의 이행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업계는 또한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의무보험이 아닌 임의보험이고 약정 보상한도액이 있어 대형사고가 나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피해자가 운전자의 보험회사에 한 번만 보험금을 청구하면 해당 사고를 처리하는 단일보험증권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방식에서는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서 사고가 제조사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 제조사에 구상권을 행사한다.

피해보상의 대상도 과실 없는 운전자와 승객, 제3자까지 포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관계 법령에 따라 자율주행차라 해도 손해배상의 책임을 운전자가 부담하게 돼 있다.
단, 운전자가 운전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제3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고,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이나 기능상 장해가 없음을 모두 입증한 경우에 면책된다.

이기형 선임연구위원은 “단일보험자방식은 신속한 피해자 보상과 자율주행자동차산업의 발전 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사고 시 제조사와 운전자, 보험사 간 책임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자율주행 개발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제조사에만 과도하게 책임을 물으면 국내 업체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상용화 로드맵 공개
 

정부도 2020년까지 부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교통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새로운 보상제도를 마련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13일 발표한 ‘제2차 자동차정책기본계획’(2017∼2021)에는 2020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고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레벨 0∼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하는데,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레벨2’ 양산이 가능한 단계로 평가된다.

레벨2는 정해 놓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 차량이 속도를 늦추면 감속도 하는 ‘ACC’와 차선 이탈 방지 기술인 ‘LKAS’를 갖춘 수준이다.

레벨3는 맑은 날씨 등 제한적인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나 운전자는 여전히 필요한 단계를 말한다.

운전석에서 운전자가 사라지는 것이 레벨4부터다. 차량이 웬만한 환경에선 스스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어 운전석이 비어도 된다.
레벨5는 기상이변 등 거의 모든 상황에서도 자동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서 ‘제한된 차량’은 운전자의 조작으로 수동운전과 완전자율주행운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된 차를 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판매 시 고객들에게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자율주행 기능을 전적으로 믿고 운행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도록 테슬라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 세계가 앞다퉈 뛰어든 자율 이동의  교통수단, 어떤 나라가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지 겨루는 글로벌 각축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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