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표심 잡기 의혹, '민심얻기용'이란 비판

.<뉴시스>
컨소시엄 반대 외치던 産銀, 여론 의식해 허용
재계, “금호타이어에 이득 되도록 결정 나야”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앞두고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이 마찰을 빚는 가운데,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혼탁해지는 모습이다.
 
대선후보주자들은 앞 다퉈 호남 유일 기업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게 놔둘 수 없다며 중국기업 더블스타의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로 사드 갈등 문제를 거명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표심잡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또 한 번의 소용돌이를 예고한다. 상황이 급변하자 더블스타 역시 고용 보장 등을 약속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으나 재계는 이번 인수전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탁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13일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보유지분 42.01%와 경영권을 9550억 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동시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개인에 한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을 통보했다. 이에 박 회장이 오는 4월 13일까지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넘어간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확정된 듯했다. 박 회장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자금 부족으로 금호타이어 본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후 박 회장은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자금을 조달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조차도 녹록치 못하자 박 회장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에 입찰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더블스타도 6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요구했다.
 
산은의 반응은 단호했다. 산은은 박 회장에 주장에 대해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 개인에게 귀속된 권리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권리를 나누는 컨소시엄 방식은 여기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애초 컨소시엄을 구성할 거였으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본 입찰에 참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는 참여도 않고 이제 와서 컨소시엄을 허용해 달라며 매각 룰 자체를 뒤엎으려고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금융권에서도 원칙적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애초 박 회장 개인에게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한한 데는, 기업 부실의 책임이 있는 전 사주가 우호 세력을 동원해 지분을 되찾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개입과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깊어지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먼저 야당 대선후보주자들이 앞다퉈 호남 유일 기업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게 놔둘 수 없다며 더블스타의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0일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을 통해 “향토 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며 “3800명 노동자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문 후보는 이어 “매각의 우선 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안희정 민주당 대선 후보는 금호타이어 인수 관련 의견을 피력하며 금호타이어가 군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방산 업체라는 특수성을 인수 업체 선정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호타이어 재입찰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더블스타의 인수를 적극 반대하며 박 회장의 채권단을 향한 컨소시엄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이 후보는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무분별한 해외매각을 중단하고, 국내 컨소시엄에도 공정한 인수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산은 압박 수위는 더 셌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은과 채권단에서는 박 회장 개인을 우선인수청구권자로 지정하고도 매각과 관련된 정보는 하나도 제공해 주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중국기업에게만 컨소시엄 구성 권한을 준 것은 대단히 불공정한 처사”라며 “금호타이어 중국 매각 추진이 혹시 사드 무마용 혹 중국 달래기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치권의 입김이 세지고, 사드 보복으로 국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자 결국 박 회장 컨소시엄 구성안에 반대하던 산은은 ‘조건부 허용’의 태도 변화를 보였다.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전날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채권은행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제시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수자금 확보 방안과 관련해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여부에 따른 조건부 허용’등 두 가지 안건을 전달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더블스타 측도 고용 승계와 인수 시 중국 시장 1위와 글로벌 타이어 기업 10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들은 이런 정치권의 개입은 금호타이어 인수의 원론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익창출이며 금호타이어가 어느 기업에 인수되든지 그 기업과 시너지 효과 여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산은 관계자도 정치권의 발언들이 부담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의 발언과 여론의 반응이 부담되지만 원칙이 중요하다. 조만간 중지가 모아질 것”이라며 “끝까지 공정하게 인수 과정을 마무리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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