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 희생 되새기며 대한민국 수호에 만전 기해야

<정대웅 기자>
김혁수 전 제독, “북한,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도발 감행해”
군 관계자·정치권 등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안보’ 강조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2010년 3월 26일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 덧 7년이 흘렀다. 최근 사드 배치 등 외교·안보 문제로 동아시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7주기를 맞았다. 3월 24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기도 하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에서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호국영웅들의 기념하는 날이다. 

예비역 장성 등 군 관계자들과 정치권 등은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이들을 기억하자고 다짐했다. 아울러 북한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엄중한 상황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외치며 대한민국 수호에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6·25전쟁 이후 북한 도발에 따른 우리 군의 피해가 가장 컸던 사건이다.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밤 9시경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하며 6.3노트(시속 11.7㎞) 속도로 기동하던 중 선체 중간 부분이 두 동강 난 채 침몰했다. 

이 사건으로 함정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은 구조됐지만, 4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또 UDT(해군 특수부대) 한주호 준위가 천안함 수색작전 과정에서 희생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끄집어보는
그 날의 일들

 
사건 직후 정부는 침몰 원인을 규명할 민·군 합동조사단을 꾸렸고, 합동조사단은 같은 해 5월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북한제 중어뢰로 인한 ‘버블제트’(수압·부력 등이 연쇄 작용해 선박을 두 동강내는 현상)로 천안함이 침몰했으며, 수중폭발의 시뮬레이션, 폭약성분 분석, 수거된 어뢰부품들의 분석 결과를 통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대해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어뢰 조각에서 발견된 ‘어뢰 1번’은 가장 큰 논란과 함께 각종 패러디도 양산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침몰 원인에 대해 의문도 형성했다.
 
이와 관련해 김혁수 전 해군 제독은 “아직도 국민의 30%가 믿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소행 결론에 대한) 수많은 증거가 있지만 회수한 어뢰 잔해에 적힌 ‘1번’이라고 적힌 어뢰관리번호, 북한의 수출용 어뢰설계도, 과거에 회수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가 (명백한)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좌초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곳에는 암초가 없으며 암초에 부딪히면 선저가 앞에서 뒤로 길게 찢어지지 중간에 10m가 날아갈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미국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서는 “길이 110m가 넘는 미국잠수함은 최소 안전수심이 50m인데 30m정도의 천안함 침몰위치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74명의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의한 피격이라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김 전 해군 제독은 천안함 7주기에 관한 사회적 의미에 대해, 희생 장병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제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시에 정규 해군작전 세력이 상대방 해역에 들어가 함정을 공격한 예가 없다. 북한은 상상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도발을 감행한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46명의 전사자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하지만 천안함 폭침 자체, 즉 북한의 만행을 잊지 않고 다른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해상기동훈련 실시
‘서해 수호’ 발언 잇따라

 
‘서해수호의 날’을 맞은 24일 해군은 동·서·남해 한반도 전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서해 도발 관련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서해 해상기동훈련을 지휘한 김명수 제2해상전투단장은 “서해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55명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응징할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며 그곳이 적의 무덤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서해 수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대전현충원은 서해수호 3개 사건 전사자 모두가 안장된 곳이다. 기념식에는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 북한군 격퇴 유공자, 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며 이들의 노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에서도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을 되새기자는 각종 발언과 행보가 잇따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도부 전원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명연 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서해 수호를 위해 희생한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며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그 주를 아예 ‘천안함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지난 20일 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천안함 기억 배지’ 착용 세리모니를 하기도 했다. 범보수 대선 주자들 가운데선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이 당일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홍준표 경남 지사는 전날 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 장병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권 지도부는 호남 경선 일정 등의 이유로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을 되새기며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주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강안보’로 먼저 가신 이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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