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와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관료·교수·언론인들이 새 집권세력에 줄 대기 바빠다. 새로 들어설 집권자에게 남보다 빨리 접근해 한 자리 따내려는 지저분한 작태이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B씨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에 몰래 다녀갔다고 한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쓸 수 있는 개발사업 프로그램(계획)을 작성해 문 후보 측에게 전달했다. B씨는 박근혜 정부 공무원으로서 박 정부에 제출하지 않고 숨겨두었다가 문재인 캠프에 들고 갔다는 소문이 나돈다. B씨는 나라의 녹을 먹는 공복으로서 차기 정권에서 큰 감투를 쓰기 위해 현직의 책무를 유기한 것이다.
대학 교수나 총장도 차기 정권에 줄 대려고 기웃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10월 출범한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무려 1000여명의 학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후보의 싱크탱크 조직에 들어가지 못한 교수는 자기의 책이나 논문을 대선 후보에게 보내면서 줄을 대려고 한다. 정책 현안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며 눈도장을 찍어 두려고도 한다. 아니면 옛날 제자들을 통해 대선 후보와 접촉하거나 신문에 특정 정당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구애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을 폴리페서(정치교수)라고 한다.
폴리페서들 중에는 정치적 신념이나 소신을 버리고 여러 권력자 주변을 넘나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요즘 입길에 오르내리는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폴리페서에 속한다. 김광두 교수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줄푸세(세금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 세우고)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올 해에는 문재인 후보 캠프로 들어갔다. 김호기 교수도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올해는 문 캠프에 합류했다. 이쪽 저쪽 가리지 않고 들락거리는 폴리페서야말로 세상 사람에게 아첨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전형적 유형이다.
곡필아세(曲筆阿世)하는 언론인도 적지 않다. 언론인으로서 정도를 벗어나 사실을 바른 대로 쓰지 않고 세상 사람에게 아첨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곡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그들 중 하나이다. 송 씨는 주필 재직 당시 대우조선해양 등을 위해 유리한 칼럼과 사설을 써주고 1억여 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송 씨뿐 아니라 언론인들 중에는 돈과 향응 외에도 특정 정당과 후보를 위해 곡필하며 감투 쓰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일부 관리, 교수, 언론인은 자존심을 팽개친 채 집권세력에 줄 대기 바쁘며 이념과 소신을 버리고 이 캠프 저 캠프를 기웃거리며 곡학·곡필한다. 모두가 자기에게 맡겨진 공적 책무를 사익추구의 도구로 이용한다. 그들이 공적 권한을 사유화(私有化)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돈·권력·향응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탓이다. 지난 날 곡학·곡필로 권력이나 돈 재미를 본 사람일수록 안면몰수하고 더 막간다.
교수·총장·언론인들 중 장관이나 총리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무능하고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찍혔다. 그들은 곡학·곡필하며 성실한 경쟁자를 밀쳐내는 데는 천부적 소질을 타고났지만 그런 잔꾀 처세술로는 큰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없다. 나라를 망친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곡학·곡필하는 추한 잔재주꾼들은 배제되어야 한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성실하며 권력과 돈에 줄 대지 않는 깔끔한 사람만이 높은 직위로 올라가야 한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대우받는 국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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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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