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비친 한반도는 전운 감도는 지역

북한 공격 일단 시작되면 속전속결 진행
한·미·일 연합군에 무슨 수 써도 못 이겨 


북한이 지난 2월 12일 ‘북극성-2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 다음날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직후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직접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은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말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 하루 전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미국을 위협했다. 요즘 국내 언론에는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수행했던 미 해군 특수부대를 태운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한미연합작전 참가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했다” “북한 수뇌부 제거를 위한 훈련이 한미 합동으로 진행 중이다” “한미 양국군이 유사시 터널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를 수색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사진·영상을 곁들여 봇물을 이룬다. 

이런 보도는 한미 양국이 당장에라도 북한을 치기 바란다는 국내 여론이 형성되기라도 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예방 타격이든 선제 타격이든 북한을 친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바깥에서 보는 한반도는 전쟁 일보 직전 상황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2009년 창간돼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의 비즈니스·기술 뉴스 전문 웹사이트이다. ‘스트랫포(Stratfor)’로 일반에 알려진 미국의 전략정보 분석 전문 업체 ‘전략적 예측(Strategic Forecasting)사(社)’는 군사전략 분석과 전망에 특히 강한 정보 제공 업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돈을 내고 스트랫포에서 고급 정보를 사다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 전운(戰雲)이 짙어간다고 보는 BI가 최근 스트랫포의 북한 문제 전문 선임분석가 심 택에게 “만약 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북한에 궤멸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심 택의 답변으로 BI에 보도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먼저, 결정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작은 일이 아니다. 한국, 그리고 어쩌면 일본의 민간인, 그리고 태평양 주둔 미군이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미국 대통령도 가볍게 내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핵 시설과 지상군을 전면적으로 파괴 ▲가장 중요한 핵 시설만 재빨리 공격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前者)를 선택하면 미군이 동아시아에서 장기적 분쟁에 끌려들어갈 수 있으므로 후자(後者)가 낫다고 택은 말한다. 결정이 내려지면 개시 사격을 한다. F-22 전투기와 B-2 폭격기 같은 스텔스기와 순항 미사일로 북한 핵시설을 신속하게 타격한다. 잠수함과 수상함(水上艦)이 가세한다. 미국은 이미 북한과 가까운 기지들에 상당한 전투 역량을 결집해 놓고 있다. 

F-22와 F-35 같은 전투기도 거들지만 북한 미사일 생산 시설 파괴를 주로 맡는 것은 B-2다. 이 폭격기는 폭탄 13톤을 지하벙커에 투하할 수 있다. 그리고 항속거리가 길어 괌이나 미국 본토에서 곧바로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있다.

최초 표적은 원자로, 미사일 생산시설, ICBM 발사대가 될 것이다. 바다에서는 크루즈 미사일을 날려 보내면서 F-22가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고, B-2가 목표물들을 폭격한다. F-35와 F-22는 북한 전역의 산악지대에 감춰진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미친 듯이 찾아 나선다. 일단 공격을 가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북한의 보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핵 시설들이 잿더미가 되고 지휘부가 다수 파괴됐지만 북한군에게는 엄청난 분량의 재래식 포가 있다. 이들 포가 서울을 향해 불을 뿜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포탄은  서울까지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북한군은 서울 대신, 북한 지상군이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에 포격을 집중한다. DMZ 인근의 미군도 북한 포의 사정(射程)에 들어간다. 주한 미군은 북한의 방대한 포에 의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다. 

하지만 북한 포는 최신식이 아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미군에,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에 포격을 집중하느라 장거리 위력은 떨어진다. 북한 포가 불을 뿜으면 포좌(砲座) 위치를 알아낸 미군 전투기가 북한 포들을 신속하게 파괴한다. 다음 단계는 해전(海戰)이다. 북한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갖고 있다. 그런데 미 해군은 잠수함을 찾아내는 데 귀신이다. 

북한의 고물 잠수함은 한·미·일 연합 해군에 쉽게 포착된다. 그러면 SLBM을 쏠 새도 없이 해저(海底)로 침몰된다. 그러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만약 북한이 보복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역량을 잃어버렸으며 허약해 보인다”고 택은 말한다. 

심지어 궤멸적 공격을 받은 뒤에도 북한이 조용히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DMZ 땅굴을 통해 북한은 지상군의 남한 침투를 꾀할 것이다. 택은 미군이 DMZ 통과 후 북진보다 현 위치 방어를 택할 것이기 때문에 DMZ 지역에서 주로 전투가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비록 규모가 작고 고물이기는 하지만 북한 전투기들이 가능하면 제거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미군 특수부대가 공중으로 북한에 침투해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와 기타 공격용 장비를 파괴하거나 무력화한다. 

북한 전역에 흩어진 미사일 발사대 약 200개를 찾아내는 것이 미군에게 무척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발사대는 미군 정찰기가 포착하기 어렵도록  깊은 산속에 꽁꽁 숨겨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 특수부대는 전략 요충지에 전개해 북한군 동향을 관찰해 이를 공중 작전을 맡은 아군에 전달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태는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가? 북한은 사이버 공격에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사이버사령부는 이것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은 일부 미군 시설을 파괴하거나 서울의 일부를 초토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사일을 몇 발 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연합국 전략가들은 그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오래 정치 선전에 세뇌당해 온 북한인은 그들이 얼마나 불리한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택은 강조한다. 만약 북한이 대규모 보복을 단행하기로 한다면 북한은 그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분쟁의 지속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 전반적인 게임에서 북한이 미국·한국·일본에 맞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택은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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