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이제는 가수 타블로의 아내로 더 익숙해진 배우 강혜정이 틈틈이 시간을 마련해 영화 작품으로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안내자 역할을 맡아 그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배우로서 또 다른 날갯짓을 예고하고 있다.
 
한동안 한국영화의 주역으로 정점을 찍었던 배우 강혜정은 결혼 이후 육아에 전념하며 좀처럼 대중들에게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기꺼이 자신의 가정을 위해 배우라는 가능성을 잠시 접어두었지만 이제는 틈틈이 자신의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강혜정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소감과 함께 근황을 전했다.
 
“잘나왔다. 감독님이 연출을 잘 하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힌 그는 “사실 욕심내고 들어간 비중이나 그런 것들이 없어서 해야 될 역할에 대해서만 충실했다”고 담담히 전했다.
 
  특히 작은 분량에도 강혜정은 주인공 대호의 친구이자 의사로서 ‘루시드 드림’을 알려주는 안내자 역할을 맡은 까닭에 감독만큼이나 관련 공부에도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꿈이라는 게 태몽, 길몽, 흉몽, 공유몽이나 자각몽 등에 저의 세계에는 있지 않았던 단어였다. 다만 소위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진짜로 있는 거야’라며 의구심이 생겼는데 이것저것 찾아보고 실제로 공부해보니깐 동아리도 있고 매니아들도 형성돼 있있다. 또 쉽게 빠져들기 위한 안경 같은 것도 개발이 됐다”며 놀라웠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욱이 그는 꿈이라는 것에 대해 아직도 잘 믿지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그 때문에 실제 연기로 이어지기 까지는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혜정은 “뭔가 전문가적이고 지적으로 보여야 하는 등 대단히 숙제긴 했다”며 “차라리 욕쟁이 국밥할머니를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다만 어떤 연출가도 그 같은 캐릭터는 주지 않는다는 게 그의 답답한 속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발끝을 못 쫓아갔다”는 혹평을 내렸다. 이 같은 평가는 강혜정이 늘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식이다.
 
그는 “평소에도 (연기에) 만족도가 없다. 노력한 만큼은 있겠지만 늘 제 자신에게 인색하다. 후하지 않다.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서 강혜정의 출연분량은 과거와는 비교될 정도 줄었다.
 
강혜정은 스스로도 “그렇게 많이 안 나와요. 잠재적으로 나온다”면서 “이걸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설경구 선배와 고수 씨와 함께 한다는 이유와 김준성 감독님을 딱 만나봤을 때 뚜렷한 캐릭터와 그것이 믿고 가는 것에 기반이 됐다. 물론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건 (작품을 선택할 때) 질을 따지지 양을 따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 캐릭터가 소중한지 필요한지 이런 것은 저에게 중요하다. 극중 소연(강혜정 분)이 없으면 대호를 안내할 사람이 없다. 또 디스맨(박유천 분)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보를 전달해 주는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강혜정은 지금은 작은 역할이 더 좋다며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이 좋다. 실제 간이 작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에는 여러 근거가 있다. 강혜정은 ‘올드보이’나 ‘동막골’에서도 비중이 크지 않았고 양도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늘 새로운 걸 하려고 한다. 우려먹기보다는 또 다른 뭔가를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좀 밝지 않은 것도 좋고, 밝아도 통통 튀거나 명랑한 거, 거친 것도 좋고 섬뜩해도 상관없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눈빛에 가득했다.
 
 이에 ‘루시드 드림’은 강혜정에게 분량을 떠나 극적이 무언가가 없었던 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는 “적당한 이야기 전개와 적당한 클라이 막스, 기술로서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 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영화에서는 정신 줄을 놓을 수 있는 순간이 없어서 좀 어색했다. 다른 영화에서는 극단적인 강점신을 찍는다거나 했을 때 간혹 (몰입하는 행동이) 작게 가동 되면 회로가 끊어질 때가 있다”며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강혜정은 꼭 ‘루시드 드림’ 뿐만 아니라 요즘 한국영화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세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있고 2007년이나 2008년에는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를 가지고 만들어 냈던 풍요로운 시기였다. 그 이후에는 주로 흥행배우들만 나오는 작품들이 득세했다”면서도 “배우는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주어진 것에 충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2014년에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개훔방’은 특별하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저의 캐릭터 분량을 늘린다고 해서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특별한 영화였고 많이 안타까웠다”고 소회했다.
 
더욱이 강혜정은 “아이들이 한 고생에 대해 보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못됐던 게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IPTV에서 한동안 상위권에 있다고 해서 위안을 삼았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혜정은 최근 한국영화의 경직성을 체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성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미씽’을 언급하며 “‘미씽’ 같은 영화가 잘 돼야한다. 작품이 잘 나왔고 배우들도 열연했다. 그렇게 하나씩 잘 되다 보면 앞으로 한 두 개씩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희망 고문이 될 수 있지만 다시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강혜정은 앞으로 상징적인 인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닥터스트레이지의 틸타 스윈튼처럼 걸크러쉬를 넘어선 에인션트 원(틸타 스윈튼 분)같은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성에 대한 성질이 느껴지지 않는 중성적인 인물에 관심이 많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럼에도 강혜정의 삶의 중심엔 배우가 아닌 여전히 그의 소중한 딸 하루와 가족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작품 활동을 못했던 안타까움에 대해 그는 “그때그때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우울해졌던 순간들도 있긴 한데 그런 순간들이 휴지조각처럼 작게 느껴지는 건 힘든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너무 컸다”며 딸 이하루가 너무 큰 의미라고 소개했다.
 
강혜정은 “항상 치유 받고 있는 것 같다. 자신과 현실, 나가야 할 것 같은 길에 대해 침착하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힘 또한 ‘하루’로 인해서 얻어지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하다보면 내일이 찾아올 것”이라며 “저는 그러기엔 영악하게 양쪽을 잡고 있지는 않고 있다. 평범한 것 일수도 있지만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 하나에만 해당하는 것들은 미루더라도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놓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변에 (복귀하시는) 선배님들이 많다. 정말 많이 버티시다가 나오시는 건지, 누리다가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학생 때까지 아이를 돌보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된다”며 “또 남편을 생각하면 같이 직업군이 뚜렷이 있는 입장에서 한 사람에게만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하는 건 뭔가 외로운 일인 것 같아 보인다”고 전했다.
 
종종 남편과 영화를 보러 다닌다는 강혜정은 “10년 전과 다를 때는 극장갈 때인데 멀티플렉스가 편하다. 자리가 남은 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게으름이 많은 시스템에서는 편리하다. 하지만 낭만이 없다”며 “추운 바람 맞으며 바깥에서 표를 사고 무슨 영화인지 건물 뒤로 가서 포스터를 본적이 있다. 그렇게 서울극장과 단성사를 오가며 왔다 갔다 했던 시절의 낭만을 한참 잊고 있다가 한 멀리플렉스에서 낡은 피아노를 한 대 발견했다. 근데 그 피아노를 치시는 분이 있는데 차디찬 콘크리트가 돼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감성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어느 샌가 그 연주 모습을 보러 종종 간다”며 “유행에 민감해지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제는 아날로그 감성을 영위하며 살겠다는 마음가짐 덕분에 강혜정은 작품 활동도 조금함보다는 기다림으로 대신할 생각이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거품 같은 것은 빼고 편하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분위기가 바뀌고 흘러가다보면 표현의 문화도 바뀐다. 그런 주기가 한 5~8년씩 걸렸던 것 같다. 다가오는 그림에서는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이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만들어진 추리물을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만 그는 “도드라지는 활동보다는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무엇이든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로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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