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같은 민족인 유태인들 손에 죽임을 당했다.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를 처벌해 달라는 유태인들에게 "그는 죄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태인들과 기득권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집요하게 빌라도에게 요구했다. 빌라도는 결국 거세게 반발하는 광장의 유태인들에게 예수의 운명을 맡기고 자신은 손을 씻었다. 예수는 그렇게 광장민심에 의해 십자가형을 당했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어 세계적인 종교가 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2차 세계대전 발발후 독일 나치의 히틀러는 예수를 죽인 유태인들에 대해 반감을 사고 있던 유럽인들의 정서를 이용해 6백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했다. 예수를 죽여야 한다는 당시 유태인들의 광장민심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결과적으로 광장민심은 대학살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왔다.

광장민심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수의 처형 과정을 보면, 선동자들은 시민들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조사했을 것이다. 더불어 시민들을 자극할 선정적인 구호도 준비했을 것이다, 또 시민들이 많이 모이도록 가가호호 다니면서 홍보했을 것이다. 그렇게 광장에 모인 유태인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외치는 선동가들에 열광했다.

독일 나치의 유태인 학살 과정 역시 다르지 않다. 나치는 유럽인의 반(反)유태인 정서를 철저하게 조사했을 것이다. 역시 선정적인 구호를 마련했을 것이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 광장에 운집한 독일 국민과 군인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해대는 히틀러에 열광했다.

광장민심을 달리 표현하면 수요자 중심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 매우 선정적인 초청장 발송(SNS), 언론 광고 등을 통해 수요자들을 광장으로 이끄는 수법으로 경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교회 목회자들도 이 방법을 쓴다. 신자들의 기호를 정확하게 읽고, 거기에 안성맞춤의 목회를 하는 교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같은 수요자 중심의 마케팅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단들에 의해 특히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이 수법은 광장 민심을 들쑤셔 넣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김없이 철저한 조사와 선정적 초청장(SNS) 발송, 언론 광고 등이 동원됐다. 이들은 수요자들이 광우병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알아낸 후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라는 선정적인 문구가 담긴 문자와 관련 동영상들을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했다. 언론을 통한 ‘광우병’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음은 물론이다. 광우병 파동에 대한 광장 민심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틀렸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도 잠재적인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미국과의 FTA는 매국(賣國)행위라는 매우 선정적인 구호가 확산됐다. 언론도 거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設)도 다르지 않다. 한 네티즌이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삽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한 TV 방송사는 충돌설을 제기한 문제의 네티즌과의 인터뷰 내용을 무려 1시간여에 걸쳐 내보내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쳤다. 그러나 수면 위로 드러난 세월호에서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할 정도의 파손 부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의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도 광장 민심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요자 중심 마케팅이 그 위력을 발휘했음은 당연하다. 처음부터 박 정부에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집회를 시작했고, 이들은 일반 시민들의 구미를 당기는 루머를 양산한 뒤 이를 SNS로 확산했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도 이에 합세했다. 특히 대형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대대적인 홍보전은 효과 만점이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들만 말하는 선동가들에 열광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아이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말에도 환호했다. 광장민심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 민심은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쫓아낸데 이어 구속까지 하게 만들었다.

광장민심은 진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상대 진영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부풀리고 날조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자기들 주장이 틀렸다 해도 결코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진실이 밝혀지면 침묵하거나 숨어버린다. 광우병 파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사죄했다는 말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한·미 FTA가 매국행위라고 외쳤던 정치인들이 사과했다는 말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을 퍼뜨린 사람들이 사과했다는 말 역시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괴담(怪談)꾼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장성훈 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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