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을 3월10일 파면하였고 검찰은 21일 그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수수와 집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는 박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에 이어 네 번째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대통령은 임기를 미치지 못하고 시위 군중에 의해 쫓겨났거나 최측근에 의해 시해되기도 했다. 세 대통령의 친인척들은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지난 날 역대 대통령들의 치욕적 종말은 다음 3가지 유형으로 분류 될 수 있다. 
첫째 치욕적 종말 유형으로는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셋을 들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잔여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민중봉기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은 최측근의 권총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에 의해 각기 끝났다. 세 사람이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이유에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국정을 한 사람의 측근에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기붕을 믿고 장기집권을 기도하다가 민중봉기로 축출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차지철 경호실장을 2인자로 키웠다가 그에 반발하는 김재규 중앙정부 부장에 의해 시해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에 의존하던 끝에 최의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되고 말았다. 박정희는 이기붕 전횡으로 빚어졌던 이승만의 불행을 잊었고, 박근혜는 차지철에 패착했던 아버지의 비극을 교훈으로 삼지 못함으로써 각기 불행을 자초했다. 
둘째 대통령의 치욕적 종말 유형으로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세 사람의 검은 돈 챙기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 대통령은 재벌들에게서 수천억 원의 불법 통치자금을 거둬들였다. 노태우 대통령도 전두환만큼 끌어모았다. 둘은 퇴임 후 뇌물수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하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들이 청와대에서 돈 먹었다가 쇠고랑 찼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기업인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챙겼다. 그는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던 중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향집 근처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했다. 노무현도 전임 대통령들의 비극을 값진 교훈으로 삼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셋째 유형으로는 친인척 비리로 수모를 당한 세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오직 자기 아들만 믿었다. 둘째 아들 김현철 외엔 아무도 신뢰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신뢰를 독점한 김현철은 ‘소통령’으로 설쳤다. 결국 그도 쇠고랑을 찼고 아버지 김영삼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전임 김영삼 아들의 추한 몰골을 지켜보았으면서도 아들 홍일·홍업·홍건 셋의 검은 돈 거래를 방치했다. 세 아들은 뇌물수수로 구속됐고 김 대통령도 국민 앞에 머리숙여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형인 이상득의 권력 남용을 방관했다. 이상득도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통하며 세도를 부리던 끝에 징역살이를 했다.
9명 대통령의 3개 유형 비극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임자들의 잘못을 값진 교훈으로 삼지 못한 탓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과 제도에 입각하지 않고 대통령 권력과 사사로운 인맥을 통해 통치한 데 기인한다. 대통령이 법과 제도를 벗어나 권력과 인맥으로 통치하는 한 비극적 종말은 피할 수 없다. 대통령 9명의 불행을 지켜보면서 법과 제도에 준거한 통치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새삼 통감한다. 19대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의 불행을 교훈으로 삼지 않고 법과 제도를 벗어난다면 전임자들처럼 치욕을 면할 수 없다. 차기 대통령은 법과 제도에 따른 통치를 확립함으로써 대통령의 비극과 권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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