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문재인 총선 승리 국내 대선주자 1위에 올려
- 인명진, “대선 후보 내 감개무량...” 어안이 벙벙할 뿐

 
대한민국은 혼란스럽다. 안팎이 다 그렇다. 안보 위기는 심각하다. 중국은 미군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를 빌미로 우리나라에 대한 전면적인 보복조치에 나서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갈등도 동북아시아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추가 핵 실험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모양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4월, 7월 경제위기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가계 부채와 기업 부실이 겹쳐 구조적 붕괴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 등 악재가 수두룩하다.

혼란 수습과 위기 극복은 결국 정치의 몫이다. 40여일 후면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다. 새로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탈당 명분으로 삼은 것은 통합정부 구상이다.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종인 없었다면 문재인 대세론이 있었겠나?
 

지난해 12월부터 대선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비토론도 언제나 따라다닌다. ‘문재인 아니라면 누구든지 상관없다’는 여론이 저변에 깔려 있다. 지난 31일 동아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맞붙는 5자 구도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6.8%로 1위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에서도 27.5%로 1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의 최근 상승세는 문 전 대표의 비토론 때문이기도 하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 논단이 밝혀지면서부터 강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탄핵 정국 이전에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제외하고 국내 대선주자 중 줄곧 1위를 달렸다.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내 1당에 올랐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민주당과 문 전 대표는 큰 위기에 빠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20%대 초반으로 급락하고 연쇄 탈당 조짐이 나타나면서 당이 와해 위기로 치달았다. 민주당의 붕괴 위기는 김 전 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진정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수도권, 영남권에서 크게 약진했다.

문 전 대표는 총선을 계기로 국내 대선주자 중 1위에 올랐다. 총선 승리의 1등 공신은 당연히 김 전 대표이다. 만약 김 전 대표가 아니었다면 민주당의 총선 승리도, 문 전 대표의 대세론도 없었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를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1년여 전 안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을 향해 “분열세력, 정권교체 방해세력”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변신이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하지 않고 그냥 놔뒀으면 문 전 대표 대세론도, 친노패권도 걱정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왜 그랬을까. 의문이다. 그때는 몰랐다고 하면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일까. 이제 와서 문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보수 자멸 위기, 인명진 책임은 없나?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은 쇄신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날렸다. 첫 번째 기회는 지난 2016년 4월 총선 패배다. 당시 한국당은 총선에 패배하고도 책임이나 변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

한국당 쇄신의 두 번째 기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지난해 12월이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친박이 당권을 다시 장악한 것이다. 비박계 중심으로 연쇄 탈당이 이루어지면서 한국당은 큰 위기에 빠졌다. 와해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 한국당의 붕괴 위기는 인명진 목사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인 전 위원장은 지난 30일 고별사에서 “당의 존폐를 염려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대선 후보까지 내게 돼서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범 보수 대선주자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20%를 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오는 12일 치러지는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당초 무공천 약속을 뒤집고 친박 후보를 공천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친박이 다시 당권을 잡았다는 조롱까지 퍼지고 있다.

도대체 인 전 위원장은 왜 그랬을까. 의문이다. 만약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면 한국당은 변화와 쇄신의 기회를 살렸을지도 모른다. 숨만 쉬고 있는 보수 정당, 대선 지지도 10%를 넘기는 후보가 한 명도 없는 것이 보수의 현실이다. 자화자찬과 변명으로 채워진 인 전 위원장의 고별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김 전 대표와 인 전 위원장은 왜 그랬을까. 김 전 대표와 인 전 위원장은 몇 안 되는 원로이자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정치행위에는 깊은 성찰과 이름값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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