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제정세는 초강대국 미국과 대국굴기(大國崛起)로 현상타파를 외치는 중국 간의 G2 대결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은 모두 우리의 소중한 파트너이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은 ‘생존의 문제’이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경제의 문제’이다. 생존과 경제라는 본질적 차이가 대한민국을 시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우파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안보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좌파가 집권할 경우 ‘친(親)북·친(親)중·반(反)미·혐(嫌)일’ 프레임이 예상된다. 이 프레임으로는 국가위기 극복이 불가능하고, 한미동맹이 파탄 날 우려가 있다.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생존전략이자 외교술이다. 이익과 노선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 함을 뜻하며, ≪史記(사기)≫ ‘소진장의열전(蘇秦張儀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군사동맹 중심의 국가 외교정책을 가르키는 이 말이 오늘날은 정치권의 연대와 후보 단일화를 뜻하는 것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합종은 소진이 주장한 것으로, 전국 칠웅 중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약한 6국을 종적(縱的)으로 연합시켜 최강국인 진(秦)과 대결할 공수동맹을 맺은 것이다. 연횡은 장의가 주장한 것으로, 합종을 깨뜨리기 위해 진(秦)이 6국과 개별로 횡적(橫的) 동맹을 맺은 것이다.

냉전시대에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권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서유럽의 집단방위기구로 창설된 NATO는 합종과 비슷하며, 한국이 미국과 군사동맹으로 동북아의 거친 격랑을 헤쳐 나간 것은 연횡과 닮았다 하겠다. 전국시대 각국은 자국의 국익을 위해 합종과 연횡에 가입했다. 여기서 ‘아침에는 북쪽의 진(秦)나라로, 저녁에는 남쪽의 초(楚)나라로 간다’는 ‘조진모초(朝秦暮楚)’라는 말이 나왔다. 이는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과 국익을 위한 실용외교에서 불가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계(苦肉之計)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대란대치(大亂大治, 크게 어지러울 때는 크게 다스려야 한다)’의 난세다. 대통령의 탄핵으로 체제전복은 대내적 선전·선동과 촛불시위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좌파들은 효순이·미순이→광우병→세월호 등을 반정부 정치투쟁으로 연결시켜 마침내 최순실 사태로 우파정권을 무너뜨렸다. 조기 대선을 앞두게 된 지금처럼 국민이 사분오열된 때는 정치세력 간 합종연횡이 필요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3당(민정·민주·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DJP연합으로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제 깜깜이 대선이 4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심각하게 고려할 문제다.

지난 3월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선출됐다. 이로서 보수 우파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지사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으로 압축됐다. 남은 일은 어떻게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분열된 보수 통합을 이뤄내느냐다. 단일화 정신에는 최종 경선과정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김진태 의원의 소신과 원칙, 이인제 전 최고위원의 경륜과 비전, 김관용 경북지사의 통합과 사람중심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 답이 선(先) 후보 단일화, 후(後) 보수 정당 통합이다. 여기에는 구국(救國)의 길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다. 따라서 그 어떤 조건도 붙으면 안 된다. 조건을 붙이는 것은 보수 공멸의 길이된다. 나눠먹을 것도 없는 쪽박 난 집안의 친박·반박 싸움은 무의미하다. 한국의 외교·안보가 주변부화·왜소화·고립화의 길로 가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우파 분열로 좌파 독주와 독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역사에 오점을 남기고 영원한 패자가 되는 일이다.

자유한국당 책임당원 현장투표의 투표율은 18.7%로 18대 대선 경선 당시 투표율 41.2%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원들이 패배주의와 무기력증에 빠져있다는 증거이다. 홍준표 후보는 먼저 자유한국당 당원들과 보수우파 유권자들에게 대선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탄핵찬반으로 나뉜 보수를 하나로 묶어 ‘대한민국 체제지키기 투쟁’으로 단결시켜야 한다. 경제와 외교·안보 위기 해법과 국민통합·미래비전을 제시하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보수 척결과 적폐 대청산’ 같은 문재인식 ‘뺄셈과 배제 정치’의 위험성을 경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후보에게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없다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켜 줘야 한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권교체가 아니다. ‘인물VS인물’, ‘노무현VS반(反)노무현’, ‘자유민주수호VS체제전복 세력 간의 대결구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되풀이 되는 대통령의 비극,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가 보수층 표심을 결집할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민심은 대세론을 허용하지 않았다. 좌파후보에 대한 ‘쏠림현상’도 이제 서서히 걷혀질 것이다. 안희정과 손학규에 걸었던 스윙보터(부동층) 민심이 보수 쪽으로 옮겨 올 수도 있다.

홍준표 후보는 열 두 척의 배로 왜(倭)를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卽生)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좌파진보 후보들과 보수 단일후보 간의 4자대결 구도에서 보수를 결집시키는 배수진(背水陣)을 쳐야 한다. 배수진은 전세(戰勢)를 역전시켜 승리하는 전술이다. 선거 막판에는 분권형 개헌과 연정(聯政)을 고리로 안철수 후보, 김종인 전 대표 등과 보수중도 대연합에 승부를 걸 수도 있을 것이다. 단, ‘반(反)문 연대’나 ‘묻지마 연대’는 안 된다. 안보관과 성장론, 복지정책 등에 관한 정당 간의 입장 조율과 보수의 재건 및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명분과 원칙 하에서 가능하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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