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3월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격 구속됐다. 이로써 박전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불명예를 안게 됐고 3번째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박 전대통령의 구속이 5월 조기대선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은 귀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범여권에서는 ‘샤이보수’가 본격적 수면 위로 부상해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반면 야권에서는 ‘정권교체’의 프레임이 더 공고해졌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차기 대선 판세를 가를 중대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바야흐로 분노한 보수 진영과 ‘샤이보수’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여야 대선 후보의 셈법이 복잡해지며 대선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 ‘분노’한 우파 ‘反문재인 전선’ 선봉장
- 샤이보수 등 ‘대동단결’… 文·사법부 전면전 
<국회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은 보수·우파 진영을 충격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박 전대통령 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을 찾을 당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얼굴은 검찰에 소환돼 ‘미소’를 머금은 때와는 달리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8시간40분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초췌했다.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자신감 있는 모습은 없어졌고 헝클어진 올림머리가 카메라에 그대로 잡혀 박 전 대통령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朴, ‘올림머리’ 헝클어진 모습…
지지층 ‘발끈’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응한 배경에는 ‘설마 구속까지야…’로 요약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영장심사를 받는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법정에 나와 구속 수사의 부당함을 토로할 때는 어느 정도 자심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게 범여권 내 시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전격 구속되자 보수층 내에서는 “정말 몰랐느냐”라며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자유한국당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에 사실상 연금된 상태에서 검찰에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지지층에게 아직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줘 지지를 간접적으로 호소하려고 한 게 아니었겠느냐”고 옹호하는 반응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의도했건 안했건 ‘침묵’속 법정 출석은 지지층을 요동치게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당장 친박 핵심으로 한국당 대선 주자로 나선 김진태 의원은 구속 직후 “법치주의 弔鐘(조종, 죽은 사람을 애도(哀悼)하는 뜻으로 치는 종)이 울린 날”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늘이 무너져도 이제부터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한탄했다.

탄기국을 이끌었던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불의와 거짓을 물리치고 정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무고한 대통령께서 나오실 때까지 자리를 지키자”고 외쳤다. 이어 그는 “애국동지들이 힘을 합쳐 불법 탄핵의 진상을 규명하고 반드시 대통령님을 저 안에서 꺼내드려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사모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촛불 반역자들에게 처철한 응징을 돌려줄 것”, “오늘은 국치일 영원히 잊지 말자”는 등 선동성 구호가 난무했다.

박 전대통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 관련 책임을 사법부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돌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제부’이자 여동생 박근령 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헌재는 정치적 타살을 했고, 검찰은 정치적 부관참시를 했다”며 “박근혜 순교는 잠자는 보수를 깨운 격이고 문재인은 정권교체를 포기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 총재는 “영장청구는 문재인 자충수고 검찰개혁의 신호탄이다”라고 강조했다. 보수의 분노가 사법부와 문재인 후보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령 남편, “박근혜 순교
잠자는 보수 깨운 격”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노한 보수’와 ‘동정론’이 일고 있는 ‘샤이보수’의 표심이 이번 대선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숨어 있던 ‘샤이보수’의 표심 향배에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되자 “한때 국가원수였던 사람을 구속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는 동정론이 대구/경북 등 보수지역 텃밭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대통령’까지 오른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로얄 패밀리’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구치소 생활을 해야 하는 박 전 대통령 앞에 놓인 현실은 지지층에게 ‘동정론’을 일으킬 공산이 높다. 당장 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서 혼자 밥을 먹고 설거지도 해야한다. 여성 미결수 신분으로 연두색 춘추복 수의를 입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음식도 구중궁궐 초호화 요리가 아닌 1식에 1414원하는 1식3찬이 원칙이다. 지난 금요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조식은 식빵·케첩·치즈, 중식 뼈우거지탕, 석식 시금치된장국으로 때웠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박 전 대통령의 고민은 특유의 올림머리다. 올림머리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유지하기 힘들다. 월1회 미용사가 방문하지만 커트서비스만 받을 수 있어 생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거나 커트머리를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초췌한 모습이 재판 중 카메라에 잡히거나 구전을 통해 전해질 경우,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역주의가 재가동돼 전통 보수층의 결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경환·김진태·조원진 등 ‘삼성동 호위무사’들은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며 보수 결집을 부추길 공산도 높다. 이런 표심이 범보수 단일 후보로 쏠림현상이 나타나 총결집하면 대선 판세가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흐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야권에서는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아우르는 범보수 단일화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 “국정 농단 세력과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당 유승민 후보 역시 ‘조건부 단일화론’을 내세워 탄핵 반대 세력과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반문연대 전선은 약화되면서 대권 경쟁이 4자 구도로 짜일 수도 있다. ‘4자구도=보수필패론’으로 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게 된다. 결국 야권에서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다 단일화가 힘든 보수 현실을 감안, ‘문재인 필승론’을 장담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향후 친박 ‘백의종군’을 어떻게 갈등 없이 이끌어낼지가 향후 범보수 단일화 성패를 가를 1차적인 관문인 셈이다.

“朴 구속, 보수 발목 잡기보다
새로운 출발”


한편 폴리뉴스의 김능구 대표는 이와 관련 “이번 대선에 박 전대통령 구속이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궤멸 수준의 보수 세력 쪽에서 보면 대통령 탄핵국면이 일단락되고 대선을 향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전대통령의 구속이 보수 세력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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