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비문(非文)세력 끌어안기가 여의도에서 화제다. 문 후보 측은 지금까지 줄곧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모르는 만큼 지지 세력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특히 ‘비문’ ‘반문’ 등을 끌어모아 ‘제3지대’ ‘반문지대’를 만들겠다는 경쟁 후보들이 있는 만큼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문 후보는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도 이러한 공격을 막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이른바 ‘비문’ 인사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입을 시작했다. 김두관 의원,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당내 경쟁자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들까지 캠프로 영입했다.

문재인 “박원순 시장·김부겸 의원 모두 한 팀”
김두관 “경선 갈등, 정권 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으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처음 영입된 인사는 임종석 전 의원이다. 그는 전 서울시 부시장으로 현재 더문캠에서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두 번째 영입 인사는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하 전 부시장 영입에는 임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부시장은 혼자만 온 게 아니었다. 그는 김수현 서울연구원장,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더문캠에 합류했다.

문 후보는 이들을 영입하면서 특별히 박원순 시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3월 7일 여의도에 위치한 더문캠 브리핑룸에서 열렸던 하 전 부시장 영입 기자회견장에서 “박 시장이 서울시에서 이룬 많은 혁신을 우리 정책과제로 받아서 그 혁신을 전국적으로 확산되게 하겠다”며 “박 시장이 이번 대선을 위해 준비한 정책 가운데 앞서가는 정책을 우리 정책으로 확대하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 전 부시장, 김수현 서울연구원장,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등 박 시장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분들, 함께 시민운동을 하신 분을 박 시장께서 저희에게 보내주셔서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비록 경선을 포기했지만 문 후보는 최대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이다.
 
박원순 측근 끌어안고
혁신정책·인맥풀 공유

 
하승창 전 부시장은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를 총괄해 박 시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그의 합류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기자들도 실제 하 전 부시장에게 문 후보 캠프 합류에 대해 박 시장과 상의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 전 부시장은 “당연히 말씀드렸다. “(박원순 시장이) 제가 가진 생각을 존중해준다고 했다. 가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도 “(박원순 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렇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제가 지금 우리가 경쟁하고 있는 우리 당의 주자들뿐만 아니라 함께 경쟁하다가 불출마 선언을 한 박 시장, 김부겸 의원이 모두 한 팀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나의 팀으로 합쳐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하 전 부시장은 더문캠에서 만든 사회혁신위원회 ‘더혁신’에서 사회혁신 분야 정책생산과 인재풀 형성을 담당하고 있다. 더혁신은 박 시장의 대표적인 모범사업과 정책을 더문캠이 이어받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문 이탈 막기 위해
김두관·김부겸 손잡은 文

 
박원순 시장 측근 끌어안기가 혁신정책의 공유 목적이라면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의원 영입은 비문세력 끌어안기 성격이 크다.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비문계로 그동안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김두관 의원이 지난달 25일 문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했다. 김 의원은 문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 겸 지방균형발전위원장을 맡는다. 김 의원은 문 후보와 지난 2012년 당 대선 후보직을 놓고 경쟁한 바 있다.

그는 “최근 경선 과열로 인한 갈등을 보면서 5년 전 경선 갈등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으로서 정권 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라고 합류 배경을 전했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의 합류는 두 사람의 전격적인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며 “문 후보의 강력한 지방분권 의지, 김 의원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지방균형발전위원장을 겸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김부겸 의원은 그동안 꾸준히 문 후보를 비판해 왔다. 지난해에는 야권연대와 관련 “야권대연합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국가 대개혁과 개헌을 완수해 제7공화국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며 “각 당의 계파 패권주의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없애야 한다. 제왕적 총재가 밀실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평상시에 줄을 세우는 잘못된 정치를 없애야 한다”라고 당내 친문계를 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김 의원의 부산 지지자 200여명이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의 지지조직인 새희망포럼의 부산지역 활동가들이 대거 문 후보 부산 시민통합캠프에 합류했다. 김 의원이 공식적으로 문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물밑 접촉이 시작된 분위기다.

문 후보의 김부겸·김두관 의원 끌어안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두 의원에게서 노무현 그림자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뚝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부겸 의원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결과 김 의원은 ‘야권 확장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3선을 했던 군포를 버리고 떠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2014년 대구시장 시장 선거에서도 떨어졌지만 다시 도전한 끝에 20대 국회의원에 당선 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 의원에게는 ‘제2의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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