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향수 자극 포켓몬 고에 자극받았나

스타크래프트 경제적, 문화적 ‘파급효과’에 주목
 
마니아층 ‘향수’ 자극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StarCraft: Remastered)를 첫 공개했다. 공개와 동시에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며칠간 이름을 올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리마스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열풍과 비슷한 맥락으로 마니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포켓몬고 열풍에 자극받은 블리자드가 리마스터를 통해 유저들을 다시 모니터 앞에 앉히기 위해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일요서울은 리마스터와 관련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봤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6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엄 3층에서 열린 아이 러브 스타크래프트’ 행사장에서 스타크래프트 출시 20주년을 맞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공개했다.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처음 출시돼 만 19주년, 햇수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출시 시기와 관련해 블리자드는 “올여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마스터드는 기존 게임 플레이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18대9 와이드 스크린이 가능한 4K UHD 그래픽을 지원하고 고음질 오디오를 구현하는 등 그래픽과 음질을 대폭 개선했다. 또 한국어를 포함한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일각에서는 리마스터 등장에 대해 지난해 7월 북미 등지에 발매된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해석한다. 포켓몬 고는 출시 첫해 5개월 동안 세계 매출액이 7억8800만 달러(한화 9471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블리자드 측이 새로운 게임 출시의 중요도를 분산해 마니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리마스터’를 채택한 것으로 풀이한다.
 
특히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내한해 직접 무대에 오른 점이 주목할 점이다. 그는 중요한 발표사항이 있을 때만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스타크래프트 관련 발표가 주로 한국에서 이뤄졌던 점 역시 중요 포인트다. 지난 2007년 스타크래프트2 제작발표 역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이뤄졌다.
 
스타크래프트의 영향력
 
이처럼 블리자드가 한국 게임 시장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한국 게임사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스타크래프트의 출현은 초고속 인터넷 확대, PC방의 활성화,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 양산, 게임 중계 전용 방송사 등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하나가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16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직접적 e스포츠 산업 규모가 ▲방송·스트리밍·포털·온오프라인 매체 등 미디어 부문 매출 459억5000만 원 ▲구단 운영 예산 부문 매출 221억 원 ▲대회 부문 매출 42억4500만 원 등 총 723억 원으로 이는 전 세계 시장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e스포츠 시청자들이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시청한 종목(복수 응답)은 ▲리그오브레전드(56.8%) ▲스타크래프트2(48.8%) ▲서든어택(25.8%)순이었다. 20년 가까이 된 게임이 하나의 신산업을 창조하며 몇 백억 원에 달하는 돈을 이끌고 다녀 리마스터가 한국의 e스포츠 시장에 다시 큰 반향을 일으킬 경제적 잠재성이 크다.

또 한국 게임 시장이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끊임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점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시장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1998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엔솔로지(스타1)’는 2009년 기준 전 세계 판매량 11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이중 450만 장 즉, 전체 판매량의 약 40%가 한국에서 판매됐다.
 
이번 출시는 유료화로 이뤄질 전망이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구입하겠다고 말한다. 스타크래프트와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30·40대가 현재는 경제활동인구가 돼 경제적 빈곤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정적 시각도 존재
 
다수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관계자는 “리마스터를 환영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1.18 패치를 하면서 무료 선언을 한 블리자드가 이번 리마스터로 배틀넷을 유료화해 PC방에 과금을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이 반기지 않는 이유는 과금 문제인 것이다. 스타크래프트1은 CD를 사서 이용했기 때문에 별다른 과금 없이 PC방 점주들이 무료로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리마스터가 출시되면 스타크래프트2나 디아블로 등처럼 배틀넷을 이용해 유료 과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PC방 점주들은 여태껏 무료로 쓰던 게 유료화되면 부담이기 때문이다.
 
현재 PC방에서의 유료 게임들은 게임을 이용한 만큼 과금한다. 대략 1시간에 230~270원 정도 시간별로 부과하다 보니 PC방 요금이 평균 1000원 이하일 때 4분의 1을 블리자드 측에 과금하는 셈이다.
 
특히 4K 지원 해상도 구현을 위해 기존의 모니터보다 향상된 모니터를 사용해 PC점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냐는 질문에 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관계자는 “지금 나온 (모니터)사양에 맞추겠다는 거다. 현재 32인치 모니터가 많기 때문에 비율이 너무 넓다 보니 20년 전에 나온 게임이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며 “모니터에 대한 문제는 크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자체가 PC방 부흥을 일으킨 게임이며, 경제활동인구가 PC방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 긍정적인 전망이 더 높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새롭게 나왔다고 해서 아예 새로운 게임이 아니다. 유저들이 더 늘어나거나 그런 효과는 크게 기대 안 한다. 학생층에서 중장년이 된 마니아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금 상위에 있는 게임들과 게임 장르가 다르다. 스타크래프트가 밤을 새우고 장시간을 요하는 게임이 아닌 타 게임의 서버 점검 때나 잠깐 하는 게임이 돼버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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