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었으나…넘어야 할 고비 산더미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2·4·5·6 지구, 조합·추진위 설립 등 가장 활발
최고층수·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갈등 불가피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재건축 주민동의율이 50%를 넘겼다. 이로써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전체의 83% 단지가 재건축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두고 봐야 한다’ 등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원인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초고층 건립안 등을 놓고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 현황과 예상되는 난제들을 짚어봤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의 재건축 지구는 총 9개 지구다. 그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특별계획 3 지구(구현대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 주민 동의율이 50%를 넘어섰다. 이는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를 밟았다고 볼 수 있다. 토지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가 설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구현대아파트는 강남 구청의 공식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압구정동에서 재건축 사업 진행이 가장 빠른 곳은 6구역(한양 578차)과 2구역(신현대 91112차)이다. 6구역은 통합 재건축 조합이 오는 5월 설립되고, 2구역은 추진위가 구청에 설립 신고를 낸 상태다.

추진위 구성요건을 갖춘 곳은 4구역(현대 8차, 한양 4·6차)과 5구역(한양 1·2차)이다. 5구역은 추진위 구성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지난달 28일 마쳤다. 이날 진행된 주민 설명회에 따르면 추진위 설립 예정 시기는 오는 7월이다.

4구역은 오는 5월에 주민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2구역(신현대)도 동의율은 아직 50%에 미치지 못했지만, 재건축준비위원회가 강남구청에 이달 설립신고를 마친 상태다.

최대 규모 단지 주민들 동의

구 현대아파트 단지까지 가세하며 전체 압구정 지구 재건축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난제가 산적해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상되는 난제 중 하나는 2018년 부활을 앞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초과이익환수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 가운데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공사비·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을 뺀 금액이 조합원 1인당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국가에 환수하는 제도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부터 재시행된다.

강남권의 타 지역 단지들은 이 제도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압구정 지구들은 2018년 부활되는 이 제도의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최고층수 대립도 갈등이 예상된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추진위들은 평균 45층 높이의 재건축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 내 재건축 최고층을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최고층 45층을 원한 강남구 주요 재건축 단지의 계획은 서울시로부터 모두 불허됐다.

매 단계 고비일 수도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지급해야 할 세금에, 최고층 건립 이익도 못 얻게 되는 주민들의 반발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구 현대아파트의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최고층 45층 주장 고수’로 주민들에게 재건축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 밖에 기부채납으로 인한 갈등도 있다. 기부채납은 재건축 시 학교·공원 등 공공시설 혹은 임대주택을 지으면 용적률 혜택을 받게 한 제도다. 하지만 압구정 재건축 진행 중인 단지들에서 기부채납 비율을 놓고 시와 주민들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구 현대아파트의 경우 시는 재건축 단지 한가운데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동호대교 옆으로 공원을 조성해야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압구정동 공인중개사 A씨는 “주민동의율 50%를 넘긴 단지들 중에서도 아직 재건축에 호의적이지 않은 소유주들이 많다”며 “몇몇 언론들은 재개발이 마치 곧 될 것처럼 말하던데 그건 아직 성급한 판단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압구정 일대 재건축으로 인한 갈등은 실거주 소유주와 투자 목적의 소유주들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 목적의 소유주들은 단기적 수익을 원해 최대한 재건축을 서두르는 편”이라며 “하지만 실거주 소유주들의 경우 급할 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거주 소유주들은 다가오는 대선 후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될지를 지켜보고, 또 서울 시장 교체로 최고층수 제한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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