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력은 ‘배은망덕’, ‘배신의 아이콘’으로 부른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가 끝나고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던 그때 박 전 대통령만큼이나 안절부절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검찰과 김수남(57·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지만 이들이 두려워한 것은 오히려 기각이 될 경우 검찰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 31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김 총장의 아이러니한 인연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수 진영 측에서는 김 총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검찰수사가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이지만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김 총장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30년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 ‘구속’으로 종결?
“칼(김)이 칼을 쥔 자(박)를 칠 수 있느냐” 비판도


김수남 검찰총장은 1959년 12월 29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법시험 합격 후 대구지방법원에서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했으나 3년 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거처를 옮겼다. 이어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마치고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김 총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30년가량으로 전해진다. 김 총장의 부친인 고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은 1988년 당시 학교 비리와 관련 재단과 갈등 구도를 겪다 사퇴했다. 당시 영남대 재단 이사장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후 2007년 김 총장의 부친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과 경쟁하던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당시 정계에서는 김 총장이 고등검사장으로 승진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부친의 행보 때문이라는 설(說)이 떠돌기도 했다.
 
본인의 임명권자 쳐낸
김수남, 부담감 컸나?

 
김 총장은 지난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 대통령이라는 신분의 특수성과 조기 대선에 미칠 영향, 본인을 검찰총장에 앉힌 임명권자라는 점 등을 생각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김 총장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은 당시 오후 12시 경까지 청사에 머무르며 조사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에야 퇴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이 피의자의 소환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당시 소환조사와 이후 구속영장 청구는 김 총장에게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기에 앞서 검찰 원로 등에게 다양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총장은 3월 21일 박 전 대통령 조사 이후 1주일가량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며 여러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전직 검찰총장 및 검찰 선배, 수사팀 내부 의견과 참모진 견해까지 함께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총장은 회의를 주재해 전체의 의견을 취합하기보다는 대검 간부들의 개인 의견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하라 김수남”
보수진영 뿔났다

 
지난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삼성동 자택 앞에 속속 모여들었다. 오후에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자택 앞으로 도착했다. 정 회장은 자택으로 도착하기 앞서 박사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정 회장이 도착한 이후 기존에 지속됐던 집회의 분위기는 더욱 격양됐다. 당시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일제히 흔들며 “구속하라 김수남” “파면해라 김수남” “영장 기각” 등을 연신 외쳤다. 이처럼 보수단체에서는 일찍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수남을 ‘배은망덕’ ‘배신’의 아이콘으로 모는 양상을 띠었다.

또 보수단체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은 김 총장이 TK(대구·경북) 출신이고 그동안 공적도 있어서 검찰총장으로 임명을 했을 텐데 칼이 스스로 칼을 쥔 자를 칠 수 있느냐” “검찰은 촛불의 뒷배인 야당 눈치를 보며 검찰개혁 당하는 것을 막는 한편 비박계의 약진(?)을 고대(?)하며 마녀사냥에 나섰으리라본다. 자기네 조직 이익 추구, 야당 눈치보기, 지휘부의 박통(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바른정당 세력과의 우호관계 등으로 박통(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려 든다. 지극히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등 김 총장과 검찰에 대한 비판이 가득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김진태 의원 또한 김 총장을 향해 비판과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에 줄을 대서 그렇게 임기를 보장받고 싶나.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구속하면서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검찰총장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부정하면 자신의 존재의 근거조차도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을 무슨 잡범 다루듯 한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느냐”며 “(검찰이)공범단의 형평성까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영태와 손석희는 왜 조사를 안 하느냐. 직권남용과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김수남 본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책임지고 사퇴하라”라고 밝혔다.

이 밖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3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수남 검찰총장은 공직자로서도 사퇴를 하는 게 도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난 31일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김 총장은 끝내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과 여러 의견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본인의 사무실로 향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와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한 김 총장에 대한 경호 수위를 높여달라고 경찰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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