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불법입국 1인당 800~1000만 원 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의 일방적 ‘금한령’ 조치에 국내 관광업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은 지난 3월 15일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을 내렸으며 국내에서는 면세점 매출 하락과 제주도·서울 명동 등 인기 있던 관광지에 중국인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버렸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세계적인 온라인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중국인 해외여행 트렌드 설문조사(Chinese International Travel Monitor)’를 진행한 결과 중국인 여행객들이 꼽은 가장 친절한 국가로 한국(11%)이 2위에 올랐으며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4위로 꼽힐 정도로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일부 중국인들이 ‘의료관광’으로 위장해 입국하거나 제주관광 ‘무사증’ 제도를 악용하며 ‘비정상적 루트’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증면제·무사증 제도 차이 있다?···무사증 방한해 지역 이탈까지
계획적 불법 입국 사례 증가···의료관광 악용해 유치업체 속이기도

 
지난 8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에서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불법취업을 알선한 중국인 알선 브로커 A씨를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모집책과 연계해 국내 취업을 원하는 중국인들의 불법 취업을 알선해 왔다.

A씨가 취업을 알선한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총 7명으로 이들은 모두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됐다.

이 밖에 전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입국한 뒤 불법 취업한 혐의(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위반)로 B씨 등 중국인 3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입국 후 제주지역에서 배를 통해 불법 이탈 행위까지 벌였다.

경찰은 B씨 등 중국인 3명이 2012년 7월경 중국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입국한 뒤 브로커를 통해 경기 광주시 한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 불법 취업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한족 브로커에게 개인당 한화로 1000만 원가량을 지불하고 입국했으며 전남에 위치한 항구에서 몰래 배를 타고 경기도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불법 입·출국 브로커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구속된 무사증 입국으로 불법 취업했던 중국인만 해도 20명 정도다.
 
방한 무사증 제도
‘제주도’ 유일해

 
‘무사증’이란 출입국 허락의 표로 여권에 찍어 주는 보증 없이 해당 나라에 드나들 수 있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개인이 외국을 방문할 때 사증(이하 비자)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이는 주로 알고 있는 사증면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증면제는 국가와 국가 간의 비자 면제협정을 통해 양 국가의 국민이 상대방 국가를 방문할 때 아무런 제한 없이 왕래 가능한 제도다.

보통의 경우 비자를 받기 위해 상대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방문한 뒤 방문국가가 요청하는 서류 및 사증 수수료를 지불하고 경우에 따라 인터뷰까지 거쳐야 하지만 사증 면제 시 이런 과정이 생략된다.

즉 사증면제 제도는 국가 간의 협정이며 조약을 맺는 상대방 국가 어느 지역이나 입·출국이 자유롭다. 하지만 무사증 제도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개인에 대한 제도며 입국 시 이동이 허용되는 지역도 한정돼 있다.

현재 한국인은 사증면제협정에 의거해 145개 국가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입국 가능한 나라는 체류기간이 90일인 경우 뉴질랜드, 대만, 마카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태국, 홍콩,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40여개 국가다. 이 밖에도 6개월, 4개월, 60일, 45일, 30일, 15일 등 기간에 따라 사증면제 적용국이 다르다.

반면 외국인이 무사증 제도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지역은 제주도뿐이다.

앞서 말한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사증의 특정한 조건이란 ‘관광·통과’ 등의 목적으로 제주도의 공항만을 이용해 사증을 소지하지 않고 입국하는 외국인이어야만 한다.

체류기간은 30일이며 허가지역 및 행동범위도 제주도로 한정돼 있다. 허가 조건으로는 허가 대상자가 제주 지역으로 직접 도착하는 항공기 또는 선박을 필히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입국한 뒤 불법 취업을 하거나 제주지역을 이탈하는 중국인들이 꾸준히 발생해 허점 많은 무사증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능화된 불법 입국
의료관광 빙자까지?

 
중국인들의 불법 입국·취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의료관광을 통한 불법 취업도 증가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 후 무단이탈한 중국인 의료관광객 8명에게 불법입국을 알선한 혐의(출입국관리법위반 등)로 브로커 C씨를 구속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또 잠적한 중국인 8명 중 3명을 같은 혐의로 붙잡아 1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밖에 C씨와 중국인들의 국내 입국을 알선한 공범 D씨와 E씨, 잠적한 중국인 등 5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대구지역 내에 위치한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업체를 물색하고 의료관광을 원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입국한 혐의를 받았다.

또 결혼이주여성이자 공범인 D씨는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중국인을 모집, 일자리까지 알선한 혐의를 받았으며 E씨는 재직증명서위조 등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C씨 등 3명은 역할을 분담해 중국인 1명당 한화 800만 원 상당의 알선비용을 받아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씨는 대구지역에서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업체를 운영하는 F씨에게 접근해 ‘대가없이 중국인 의료관광객을 소개시켜 줄 테니 병원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초청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F씨는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승낙하고 C씨가 보내준 중국인 입국 관련 서류로 병원검진 예약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사증발급인정신청을 대행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씨는 의료관광객 관리부실로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업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C씨는 지난해 3월 3차례에 걸쳐 중국인 8명과 입국을 동행하며 F씨가 불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중국인들을 데리고 예약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한 뒤 공범 D씨에게 인계해 공장·건설현장 인부로 일자리를 소개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 브로커와 연계해 국내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계획적으로 입국시키는 다양하고 지능화된 불법 입국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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