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 시장과는 결별?

<사진=이상호 씨 블로그>
“향후 정치적 입지 위해 대세 쪽으로 간 듯”
李 캠프 관계자, “두 분 인간관계 변함없어”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미키루크’ 이상호(52). 이름보다 인터넷 아이디 미키루크(약칭 미키)로 더 유명한 이상호 씨가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 씨는 같은 당 대선 경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탁월한 경선 선거인단 모집 능력으로 ‘노풍(盧風)’의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조직의 귀재’라 꼽히는 이 씨가 ‘李 캠프’에서 ‘文 캠프’로 이동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씨가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것은 지난 2월경으로 알려졌다. 2월은 민주당 경선 경쟁이 본격화될 무렵이다. 이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문캠 합류 여부를 묻는 누리꾼의 질문에 “경선 때 문재인 대표를 돕기로 한 것은 진실”이라며 “공식 합류키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여론조사업계 전문가 A씨도 “이 씨가 문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시장과 ‘특수 관계’
“캠프 보좌진에 후배 다수”

 
이 씨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특수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성남에 근거지를 두고 총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으며, ‘정동영계’로 꼽힌다. 이 씨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당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결성을 주도했고, 이 시장은 이 모임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이 씨와 가까운 사이인 정치권 관계자 B씨는 이 씨와 이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미키는 이 시장과 원체 오래된 관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이 시장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좌진들이 이 씨의 직속 후배가 많다”고도 했다. 과거 ‘화려한 회원 확장 실적’을 선보인 이 씨는 이재명 캠프에서 SNS 활동을 하며 이 시장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이 씨가 문 캠프에 합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다소 튀고 독자적인 행동으로 팀워크를 해쳐 쫓겨났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이 씨와 이 시장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이캠프 보좌진 관계자는 “말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 두 분의 인간관계는 여전히 좋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며 “아시다시피 이재명 캠프가 꾸려진 지 얼마 안 됐다.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고, (이 씨가) 캠프에서 일하고 말고 그런 개념은 아니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캠프로 간 것은 사실이지만 항간에서 제기하는 ‘변절’과 같은 비판에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미래 위해 ‘결단’
“요직 맡기는 힘들 것”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압승이 점쳐지는 만큼 이 씨가 향후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씨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B씨는 “추후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문 캠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역할 분담일 수도 있는데 이 시장과 관계는 맺어나가면서 향후 입지를 다져 나가는 식이다. 능히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업가 출신으로 ‘조직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이 씨가 문 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2002년 ‘노사모’를 주도하며 선거인단 모집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인 만큼 조직 확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는 어떤 구체적 활동이나 공식 직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씨는 이 씨가 캠프 중앙에서 ‘요직’을 맡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는 “문 캠프 내 당 사람들 중 미키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는데, 정동영계인 미키 쪽과 사이가 안 좋은 쪽이 바로 정세균계”라며 “지금 전현직 의원들 중 캠프 등 당직을 맡고 있는 쪽이 정세균계라서 미키가 중앙에서 활동하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과거 부산을 기점으로 노사모 열풍을 이끌었던 이 씨가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 확장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업 시절 다져놨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본선에 대비해 부산 지역에서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굳어가는 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회원 확장 파괴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사모의 전설
李와 ‘정통’ 인연

 
‘노사모의 전설’, ‘조직의 귀재’ 등으로 알려진 이 씨는 부산 지역의 고졸 출신으로, 정치권과 원래 끈이 있던 인물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부산백화점 상품 판매·구매 담당자로 10년가량 일하고, 이후 양말 사업을 해 큰돈을 벌었다.
 
인터넷이 발달할 무렵인 2000년대, 온라인 쇼핑몰로 양말 판로를 넓히기 위해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노사모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이후 열혈 노사모가 됐다. 사업 당시 터득했던 ‘영업 스킬’로 오프라인 회원을 급속히 확대해 요직을 맡으면서 노사모 돌풍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00만 명에게 1만 원씩 거둬 대선을 치른다’는 100만 서포터스 운동의 핵심인 ‘희망돼지 분양사업’과 노무현 후보의 상징인 ‘노란 손수건 착용’ 등의 아이디어를 직접 고안해 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당선 뒤 노사모는 ‘참여정부의 성공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발전적 해체를 추진하면서 이 씨는 사실상 노사모와 결별했다. 이후 새로운 단체를 결성해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친노 인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씨는 2007년 이재명 시장과 함께 ‘정통’을 주도해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대선을 도왔다. 2011년엔 민주당 전국 청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2011년 10월 성남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과 대의원, 당원, 지지자 등 2000명이 운집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시장은 무대에 올라 “어려웠던 시기에 이상호 위원장을 만나 열정을 배우고 에너지를 축적했는데 이 위원장은 정치 동지이자 형제다. 에너지의 결정체, 이상호 사랑한다!”고 외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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