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세월호 ‘說·說·說’

<사진공동취재단>
‘잠수함 충돌·고의 침몰’ 외력 의한 침몰 주장…별다른 흔적 없어
‘고의 수장·폭발설’ 등 황당한 괴담도…진상 규명해 의혹 걷어내야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완전히 부양되면서 그간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각종 ‘설(說)’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잠수함 충돌설’, ‘고의 침몰설’, ‘폭발설’ 등이 대표적 ‘썰’이다. 이 같은 설은 침몰 원인이 충돌·폭발 등 외부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세월호 선체에는 별다른 충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들이 침묵을 지키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잠수함 충돌설’은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설로 꼽힌다. ‘네티즌 수사대’로 알려진 ‘자로’는 지난해 12월 말 자신이 만든 영상 ‘세월X’에서 세월호가 외력에 의해 침몰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 중 잠수함과의 충돌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자로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적·고박불량·조타 실수라고 발표한 기존의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외력에 관한 승객 증언과 레이더의 ‘괴물체’ 등을 근거로 잠수함과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된 세월호 모습에선 별다른 외부 충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줄곧 외부 충격을 주장했던 자로가 이에 대한 입장 없이 침묵을 이어가자 비판이 쏟아졌고, 그는 이틀 뒤인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자로는 “현재까지 공개된 사진이나 영상은 제한된 정보만 보여줄 뿐”이라며 “결과를 섣불리 단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세월호의 좌현 측면은 바닥에 닿아 있어서 온전히 볼 수 없는 상태”라며 “전문가들의 선체 정밀 조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선 이를 두고 섣불리 판단한 게 누구냐며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진실을 봤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섣부른 판단은 안 된다?”라고 비꼬았고, 다른 누리꾼은 “양심이 있으면 세월호 인양에 기부나 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각에선 진실이 숨어있는 상태에서 이를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격려 섞인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었으니, 누구도 옳다 그르다 비난할 시기는 아니라 생각한다”며 “결국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안정을 찾게 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자로와 함께 잠수함 충돌설을 주장했던 김관묵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교수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는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세월호 선체 중) 아직 공개 안 된 부분이 일부 남았지만 지금으로선 잠수함 충돌이라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외부 충돌설이 최종적으로 아니라고 확인 되면 해군에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고의 침몰설’
‘영화’로 말한다?

 
‘고의 침몰설’도 잠수함 충돌설 못지않은 논란거리였다.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지난해 1월 ‘세월호 선원들이 닻(앵커)을 고의로 내려 배를 침몰시켰다’는 취지로 ‘고의 침몰설’을 주장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해군 레이더에 나타난 세월호의 비상식적인 ‘지그재그 항적’, 침몰 영상 속에서 찾은 ‘에코사운더’(음향수심측정기) 등을 꼽았다.
 
이들은 당시 세월호 관계자들이 배를 탈출하면서 하얀색 특수 용지를 가지고 나왔는데, 이 용지를 쓰는 선박 내 장비는 에코 사운드이며 이 장비는 닻을 내릴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레이더에서 나타나는 세월호의 급변침 항적이 침몰 주변 해저 등고선과 일치하며, 이를 근거로 닻을 고의로 해저 지형으로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양된 선체에 닻줄이 긁힌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세월호에 그와 같은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로도 고의 침몰설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파파이스 측은 현재 고의 침몰설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 영화가 개봉되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는 올해 세월호 3주기에 맞춰 개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신 공양설’ 까지…
선체 조사위 공식 출범

 
‘고의 수장설’, ‘폭발설’ 등 황당한 괴담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태민 부활 제사’를 위해 학생들을 고의로 수장시켜 ‘인신 공양’ 했다는 괴담이 나돈 것이다. 또 세월호가 핵폐기물을 싣고 가다가 폭발하면서 침몰했다는 글도 유포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낸 직후에는 ‘선미 방향타 조작’ 등 또 다른 의혹이 등장했다. 인양된 세월호와 침몰 당시 세월호의 선미 방향타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세월호의 방향타는 하늘을 향한 우현 전타로 돼 있는데, 3년 전 침몰 당시엔 바다 쪽을 향한 좌현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향타와 조타 시스템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조타기 고장’으로 침몰 원인을 몰아가기 위한 조작이라는 얘기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곳곳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괴담을 막기 위해서는 선체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각 정당이 추천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위원 5명을 선출했다. 유가족 측이 선임한 3명을 추가해 해양·선박 전문가 8명이 진상 규명을 위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음날 29일 가장 먼저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착수했다. 세월호 조사와 관련해 김창준 선체조사위 위원장은 “법의 절차에 따라 법에서 규정되고 부여된 모든 책무를 빈틈없이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이번 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