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장사법 시행 이전 설치된 분묘에 대해는 여전히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 즉 이러한 분묘의 경우 남의 땅에 허락 없이 설치 됐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됐다면 제사 등을 위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점유취득시효의 경우 남의 땅을 무단점유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데 반해 분묘기지권의 경우는 남의 땅이란 것을 알고 무단히 설치했다고 해도 인정되는 특징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원도 원주의 한 임야 소유자 A씨가 자신의 땅에 묘를 설치한 B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철거 소송(2013다1729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B씨 등이 자신의 땅에 허락 없이 분묘 6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1년 철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분묘 6기 중 5기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나머지 1기만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의 땅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상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통상 분묘기지권은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나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상황과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는 세번째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문제가 됐다. 특히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남의 땅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즉 취득시효를 부정한 것이다. 하지만 위 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의 경우는 위 법에 제한받지 않고 종전의 분묘기지권이 여전히 인정된다(동법 부칙 제2조).

문제는 존속기간인데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의 경우, 장사법에 의한 존속기간(30년 + 30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영원히 존속한다. 하지만 화장(火葬) 문화가 대세인 지금 남의 땅에 몰래 설치된 분묘임에도 20년의 점유로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나아가 사실상 존속기간을 무제한으로 인정하는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강민구 변호사  mkkpr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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