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나올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초미의 관심
흑자는 좋은 것이지만 보는 입장에 따라 판단 달라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지우고 있는 데 더해 우방인 미국도 자국이 보기에 과도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FTA)을 재협상하자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외부 충격이 오면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다. 2015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6%는 수출에 의한 것이었다. 이 수치도 2012년 최고치 56%에서 그나마 낮아진 것이다. 미국·일본·중국은 13%, 18%, 22%이며 모두 강력한 내수 기반이 있다. 게다가 한국 수출은 품목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전체 수출의 약 48%는 전자제품과 관련 부품, 31%는 자동차·선박 등 운송수단과 그 관련 부품이다. 이렇게 일부 품목에 치우친 수출 주력 상품 구성은 시장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3.9% 증가해 4812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재화와 서비스 부문은 물론 해외 투자까지 아우르는 가장 광범한 교역 계정이다. 미국 경제는 무역(수출+수입) 의존도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17% 정도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 규모를 구실로 한국 등과 맺은 10여 개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미국 재무부에서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일이 없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에게도 재무부 환율보고서와 관련한 우리나라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17, 18 양일간 독일의 온천 휴양지 바덴바덴에서 열린 세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 참석해 17일 바덴바덴의 도린트호텔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라가르드 총재에게 환율과 경상수지 등 IMF의 회원국 대외부문 평가에서 공정하게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IMF가 회원국의 환율·경상수지 등 대외부문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해 주기를 바란다”며 “세계경제ㆍ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IMF 대외부문 평가 결과를 적극 참고하는 것을 고려할 때 국가별 특수성을 고려해 공정하고 신중하게 회원국의 대외부문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이상,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이상, 연간 GDP 대비 2% 이상 달러 매수를 통한 외환시장 개입 등을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본다. 이 중 우리나라는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이상과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에 해당돼 2회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오늘날 무역흑자는 어찌된 셈인지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 미국이 볼 때 특히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독일·멕시코와의 사이에서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각종 무역규칙을 새로 써야 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째서 흑자가 문제인가? 흑자란 좋은 것이 아닌가?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9%이며 한국의 그것은 7%다. 물론 이들 나라의 흑자, 다시 말해 수출에서 수입을 뺀 초과분이 지금보다 더 적다면 독일인과 한국인은 소비를 더 할 것이다. 무역 흑자로 인해 생긴 자금은 증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은 독일인과 한국인, 그리고 네덜란드, 스웨덴 및 다른 흑자나라 국민들 명의로 글로벌 금융자산에 보관된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보면 무역흑자는 무역적자와 대등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교역 상대국들은 같은 가치의 수출을 받아들임이 없이 수입을 허용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무역적자는 거의 언제나 소비가 생산보다 높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균형무역 상태에서 그렇게 할 것보다 더 유용한 외국인 투자를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은 언뜻 공짜인 것처럼 들린다. 그리스에서 그것은 확실히 여러 해 동안 공짜인 것처럼 느껴졌다.

경제학자들이 무역흑자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이 흑자가 있으면 적자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에 주로 기초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다른 불평 거리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흑자의 원인에 대한 그들의 설명과 더불어 다양하다. 그러므로 “독일 사람들이 지나치게 절약하는 바람에 독일의 수입(輸入)이 상대적으로 적다”라고 말할 때 독일은 지나치게 인색한 국가로 희화(?)된다. 수입 부족의 원인이, 소비를 억압하는 빈약한 임금인상이라고 간주될 때, 독일인의 조심성이나 게르만족의 수출 숭배가 책임을 추궁당한다. 그런가 하면 해외 투자에 대한 국민적 열망 때문에 무역흑자가 생긴다고 보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이런 학자들은 적대적인 국내 사업 환경을 질책한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독일의 재정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통화나 재정적 실책이 독일 무역이 응당 해야 할 일을 못하도록 막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여기서 ‘응당 해야 할 일’이란 비(非) 독일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늘림으로써 해당 제품·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역흑자에 대한 설명과 비판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가 하나 있다. 흑자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추종자들이 가장 칭송하는, ‘경솔의 경계에 닿을 때까지 늘 소비하라’는 덕목의 결여를 보여주게 돼 있다는 것이다. 케인즈 식 세계관에 의거하면, 생산능력의 미(未)사용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악(惡)에 맞서는 싸움에 흑자국들은 기여하지 않는다. 케인즈 경제학에서 규정한 죄(罪)는 확실히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둘 다 방대한 정부지출에 의해 치유되었다는 사실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훨씬 덜 명확하다. 지속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감안할 때 ‘무역흑자가 많은 나라들은 흑자를 줄여 교역 상대국들로 하여금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권고가 있을 있다. 하지만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는 미국과 영국의 실업률이 상당히 낮음을 감안하면 이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오늘날 무역 불균형이 갖는 진짜 문제는 한국과 독일 같은 만성 흑자국의 잉여 자금이 글로벌 금융 체계 속에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데 있다. 이렇게 보는 사람은 금융 분석가 에드워드 하다스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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