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기고 지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승부 세계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는 것 보다야 이기는 편이 낫긴 하겠지만, 딱히 응원할 팀이 없는 필자 입장에서는 어느 팀이 이기든 신경쓸 필요가 없다. 경기 내용 그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경기는 재미있어야 한다. 입장료를 낸 관중은 재미있는 경기를 볼 권리가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경기를 재미있게 할 의무가 있다.

프로야구가 개막됐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하루에 다섯 경기가 열리니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필자는 그 중에서도 한화이글스의 경기를 자주 본다. 한화 팬도 아닌데 왜 보느냐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필자는 선수들의 태도에서 재미를 찾는다. 그러니까, 선수들이 얼마나 경기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느냐가 관심사라는 말이다.

물론 타 팀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화 선수들은 좀 더 유별나다. 이들은 매 경기를 결승전 처럼 여긴다. 사생결단 식이다. 포지션을 파괴한다. 벌떼 야구다. 필승조의 개념도 없다. 지고 있어도 어제 던진 투수가 나온다. 이기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 마무리 투수도 정해진 게 없다. 임기응변식 야구다.

이를 두고 이른바 야구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고교야구 수준이다" "현대 야구 트렌드와 반대로 가고 있다" "선수들을 너무 혹사한다" 는 등의 말로 한화 야구를 폄훼한다.

좋다. 물어보자. 야구는 왜 보는가?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수준의 기준은 무엇인가? 메이저리그? 그럼 메이저리그를 보라. 고교야구 수준이라고? 재미로 따지면 고교야구만 한 것도 없다. 고교야구가 재미없고 수준이 낮다고 하는 사람은 진짜 야구의 재미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이 땅에 프로야구가 들어서기 전 한국야구계는 고교야구가 지배하고 있었다. 현대 야구 트렌드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도대체 현대야구 트렌드라는 게 무엇인가? 제 아무리 트렌드가 있다 해도 재미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아무리 유명한 가수가 콘서트를 한다 해도 재미가 없으면 입장료가 아까울 것이다. 선수들을 너무 혹사한다고? 물어보자. 그럼 선수들은 제대로 준비했나? 1억, 2억, 3억, 10억 받는 만큼의 준비를 했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화 선수들은 왜 이렇게 할까? 당연히 김성근 감독 때문이다. 사생결단식 야구가 몸에 벤 인물이 아닌가. 그런 감독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식은 절대 아니다. 철저한 데이터에 의한 야구를 한다. 때로는 그게 먹혀들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근데 웃긴다. 성적이 좋으면 온갖 미사여구를 사용하며 그를 극찬하다던 사람들(기자들도 포함)이 성적이 안 나오면 난리들이다. 하기야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도 그랬으니 김 감독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필자가 왜 '세이콘(김 감독의 일본식 발음)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냐고 비아냥댈 수 있다. 왜 김 감독을 쉴드하느냐고 공격할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그의 야구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김 감독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그를 옹호해애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화이글스의 올 시즌 성적이 어떻게 될지 필자도 모른다. 아니 별로 관심이 없다. 한화 팬들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한화이글스가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한화이글스의 경기를 자주 볼 생각이다.

장성훈 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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