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역대 가장 추잡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투표일을 약 5주일 남겨 둔 시점부터 힐러리 클린턴과 도날드 트럼프간 대선전은 무차별 폭로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탈세 의혹이 제기되자 트럼프는 클린턴에 대해 '이메일 의혹'으로 맞섰다.
 
  TV토론에서 둘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저급한 내용으로 서로를 공격했다. 클린턴이 성 추문 의혹에 휩싸인 트럼프에 “(음담패설) 비디오가 트럼프를 말해준다. 성·인종 차별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자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의 과거 ‘섹스 스캔들’을 거론하며 “내가 한 것은 단지 말이었지만 그가 한 것은 여성들을 학대한 행동이었다. 힐러리는 그 여성들을 악의적으로 공격했다”고 반격했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메일 스캔들 수사 특검을 임명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클린턴을 ‘악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역대 최악의 '깜깜이' 검증에 졸속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제19대 대선도 미국 대선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아직 정식 선거전에 돌입하지도 않았는데도 상대방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싸움은 볼썽사납기만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안 후보의 ‘사면’ 발언에 문 후보 측이 시비를 걸자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에 의혹을 제기하며 맹공을 펼쳤다. 문 후보 측도 이에 질세라 국민의당 불법 경선 동원 진상을 밝히라고 했고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민정수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 교통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히라고 맞받아쳤다. 문 후보 측도 지지 않았다. 급기야 안 후보 측의 조폭 동원의 실상을 밝히라며 “조폭과도 손잡는 게 안 후보의 미래인가”라고 공격했다.

  양 측 모두 서로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거나 나름 해명을 하고는 있지만 서로에 대한 흠집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자고 나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다. 맞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식 폭로전이다.

  우리는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허무맹랑한 내용을 터뜨려 유력 후보가 낙선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도한 바 있다. 또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흑색선전)는 도를 넘었다.
 
  마타도어는 주로 공신력이 약한 마이너 언론 보도를 통한 공론화되는 게 특징이다, 이후 후보가 속한 당은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해 의혹을 정치 쟁점화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 정치 쟁점의 확산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 후 메이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시민단체를 이용해 유권자들을 선동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인터넷과 SNS가 보편화되어 있는 지금 이 같은 단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의 마타도어는 그 어느 때보다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 후보가 제기한 무차별 마타도어에 대한 진위 여부를 밝힐 시간이 너무 짧다. 때문에 자칫 대선 결과 불복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의혹 수준의 제기가 돌이길 수 없는 마타도어로 확대될 경우 이번이 역사상 가장 추잡한 대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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