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장님 400만 명 3년 생존기업은 단 38.8%뿐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돈 벌었다는 건 옛말이다’ ‘손님보다 파리가 더 많다’ 자영자의 하소연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꼽는다. ‘소비 침제’라는 표현보다 더 압박적인 자조의 표현이자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원을 두고 일한다는 자영업자도 줄었다. 이들 역시도 ‘하루살이가 됐다’는 표현으로 자신들의 피로 누적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벌이는 월급쟁이보다 못한데 준수의무는 대기업 수준”
 서울시, 자영업자에 자금 지원·상가임대차 1:1 상담

우리나라에서 한 해 새로 생겨나는 기업 숫자가 80만 개를 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으로 시작하는 도·소매와 숙박, 음식점은 창업 준비 부족과 불황이 겹치면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창업한 기업 가운데 1년 후 살아남은 생존 기업 비율은 62.4%, 2년 생존율은 47.5%로 떨어졌다. 창업 3년째 생존하는 기업은 전체의 38.8%에 불과했다.

3년 생존율은 숙박, 음식점이 30.3%, 도소매업이 35%로 낮았고 제조업, 운수업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신생기업 창업 3년 생존율은 OECD 회원국 26개국 중 25위로 스웨덴,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사업자 중 상시근로자가 10명 미만인 소상공인이 한 달 평균 순이익이 2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의 순이익은 187만 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3배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첫 5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들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달 29일 김종민 더불어 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신용평가사 한국신용정보(나이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영업자 차주수는 160만4023명에 대출 총액은 520조1419억 원으로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3억2400만 원으로 드러났다. 전수조사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 총액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웃돈다는 점도 문제다. 2012~2016년 사이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46.7%가 늘어나 이 기간 전체 가계신용 증가율 39.5%를 훨씬 상회했다.

김 의원은 “한국은행은 이번에 조사된 개인사업자 부채 총액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맞춤형 대책 마련에 착수하고 가계부채관리협의체를 통해 관계기관과 공동대응 방안 마련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매출 하락→경영악화로 이어져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일 동대문 상가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대답을 내놓았다. 첫번째가 김영란법이고 두번째가 사드 정국 또는 정권혼란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다. 상인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는 취지의 답변을 이었다.

동대문에서 10여 년간 식당을 운영했다는 A씨는 “김영란법 때문에 기업 회식이 줄더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식당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4월 초가 되면 봄 축제 시작을 알리면서 손님들이 찾기 일쑤인데 올해는 그 기대도 쉽지 않다”며 “TV만 틀면 정국 혼란이니 문제가 되는 음식을 판다느니 식으로 우울한 이야기만 전하니 사람들이 밖에서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마찬가지다. 직원을 쓰기에는 현재 매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족이 함께 일을 해서 인건비라도 아껴야 점포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6개월을 맞아 전국 404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청탁금지법 시행 6개월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음식점 298곳(73.8%)이 3월 말 현재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율은 법 시행 전 대비 37%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한 음식점 298곳 가운데 36%(107곳)는 경영 악화에 대응해 ‘인력 감축’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자금지원 및 상가임대차 등에 대한 1:1 전문가 상담 ‘찾아가는 자영업지원센터’를 운영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지원 사각지대 해소 나선 정부

시는 센터를 통해 ▲경영진단 및 컨설팅 ▲자금·상가임대차·불공정피해 상담 및 교육 ▲상가임대차 분쟁 조정 등을 자영업자에게 제공한다.

센터는 10명 이상의 자영업자(상인모임 등)들이 모여 신청을 하면 신청인이 원하는 시간·장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구성해 출동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신청 희망 자영업자는 오는 6월까지 시 ‘눈물그만’ 사이트 내 ‘상가임대차 분야’ 게시판으로 접속해 신청서를 작성·제출하거나 소상공인지원과로 연락하면 된다.
곽종빈 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시에 자영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바쁜 생업활동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현장으로 직접 만나러 나가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업 활동에 지장받지 않으면서도 지원제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정책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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