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네트웍스 안팎으로 공격적 변화, 회사 가치에 독 될 수도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올리브영이 최근 공격적인 외연 확장과 함께 내부의 변화까지 모색하고 있다. H&B는 건강·미용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다. 올리브영은 최근 3년간 두 배 이상 점포 수를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몰 운영과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재계에서는 올리브영의 확장을 두고 그룹 차원의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너 3세가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만큼 회사 가치를 키워 그룹 장악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전략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H&B 시장 규모는 2013년 6320억 원에 불과하다가 지난해 1조2000억 원으로 두 배 뛰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는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의 독보적 1위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올리브영의 전국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790곳에 달한다. GS리테일의 왓슨스(128개), 롯데쇼핑의 롭스(90개)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2013년 375곳에서 2014년 417곳, 2015년 552곳, 2016년 790곳으로 늘려온 올리브영은 1000호점 개점이 멀지 않은 듯 보인다.
 
올리브영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 독립 운영에도 나섰다. 그동안 CJ오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숍(CJ몰)에 위탁 운영해왔지만, 이번에 이를 넘겨받아 직접 운영에 들어갔다. 온라인몰에선 그냥 물건만 주문하는 게 아닌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관심 매장을 설정해 원하는 상품의 재고 유무를 확인하고, 해당 매장의 다양한 이벤트 정보도 받아볼 수 있다.
 
올리브영은 최근 제주도에 ‘제주탑동점’을 개장했다. 여느 매장과 달리 쇼핑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문화 강좌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매장이 위치한 탑동이 현대 미술 전시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점을 공략했다. 지역마다 차별화를 둬 특색에 맞는 매장으로 꾸며 고객들의 접근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연 확장뿐 아니라 내부의 변화를 꾀한 셈이다. 이는 H&B 스토어에서 머무르지 않고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확장성’과도 연결된다.
 
재계는 올리브영의 공격적인 확장과 변화를 두고 ‘그룹 차원의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회사는 ‘CJ올리브네트웍스’로, 2014년 12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CJ시스템즈와 기존 올리브영을 운영하던 CJ올리브영이 합병해 탄생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오너가 3세들이 다수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과장(17.97%·31만7627주)과 장녀 이경후 상무(6.91%·12만5960주)가 보유하고 있고, 조카 2명(이소혜, 이호준)도 각각 2.18%(3만9736주)를 갖고 있다.
 
오너 3세들은 상대적으로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분 보유율이 미미하지만, 이 회사 지분은 상당량을 갖고 있는 셈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에 돌입하면 3세들이 지주사 CJ㈜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여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 CJ올리브네트웍스다. 이 회사의 덩치를 불린 뒤, 추후 CJ㈜와 합병하는 식으로 지주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룹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를 키우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활용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제기된다”며 “CJ㈜ 주식을 증여한 뒤 CJ올리브네트웍스로 상속 증여세를 지급하거나, CJ올리브네트웍스를 상장한 뒤 CJ㈜ 지분 일부를 증여하는 방안 등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건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합병이며, 어떤 방식으로 하든 회사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세 확장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무분별한 매장 확장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정 지역에 매장이 너무 밀집할 경우 상권이 겹쳐 가맹점에 피해가 갈 수 있다. 올리브영은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만 61개의 매장이 있으며,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리브영 측도 이를 감안한 눈치다. 최근 올리브영은 가맹점보다 직영점 위주의 점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권이 겹친다면 ‘제 살 깎아먹기 식’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으로의 확장은 적절한 전략으로 비춰진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매장 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말하기 곤란하다”며 “대부분 직영점으로 운영돼 왔고 현재도 그렇기 때문에 가맹점 피해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다. 직영점 역시 그런 점(상권 겹침)을 감안해서 출점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일축했다.
 
준비되지 않은 인력 투입 논란은 또 다른 우려 요소다. 최근까지 한 매장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에 따르면 올리브영이 화장품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상품 지식이 부족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민감한 피부를 위한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직원이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주지 못하는 일 등이다.
 
한 마케팅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급격히 늘어난 매장에 직원을 배치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 없이 급조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서비스와 신뢰,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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