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창당 나선 국민저항본부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반대·무효를 외치며 아스팔트 위에서 매주 집회를 열어왔던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국민저항본부)’가 정당 창당에 나섰다. 보수 단체의 결집체인 국민저항본부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새누리당 중앙당 창당 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새누리당’을 당명으로 정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을 만들어 낸 당이며 과거 새누리당을 버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대신해 애국 보수 정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신당 창당에 이어 제19대 대통령 후보까지 낼 계획이다. 기자는 뜨거웠던 새누리당 창당 대회 현장을 찾아가 봤다.

태극기 집회 주역들 결집 정치세력화 ‘대선 후보까지 내세울 계획’
조원진 “여러분의 힘이 하루빨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할 수 있는 길”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5일 오후 1시경, 장충체육관은 새누리당 창당대회 행사를 앞두고 몰려든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는 2시부터였지만 1시 30분을 넘어서자 체육관은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체육관 입구에서는 국민저항본부 회원들이 태극기, 식순, 행사 관련 스티커 등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이 부르는 군가와 함성은 마치 자동차를 운행하기 전 예열할 때 나는 소리처럼 우렁찼다. 참가자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회 사회는 태극기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와 김경혜 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스피커를 통해 손 대표의 목소리가 들리자 참가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순간 대한문광장의 태극기 집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손 대표는 “탄핵이 잘못됐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썩어빠진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말하며 참가자들에게 구호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화답하듯 “탄핵 무효” “국회 해산” “헌재 해산” 등을 연신 외쳤다. 이어 손 대표가 “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며 “석방하라”라는 구호를 선창하자 참가자들이 복창했다.
행사장에는 태극기 집회에서 봤던 꽹과리, 북, 호루라기 등의 응원도구도 보였다. 흥겨운 장단은 행사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창당 행사 전 예열(?)이 끝나자 전향운 새누리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시작하겠다”라고 개회를 선언을 했고 참가자들의 환호와 함께 창당대회가 시작됐다.
 
    영웅 대접받은 조원진
한국당·바른정당·민주당에 독설

 
창당대회에는 정광택 국민저항본부 대표,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정광용 박사모 대표, 권영해 전 안기부장, 서석구 변호사,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 등이 참석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정광용 대표의 옷차림이다. 정 대표는 평소 즐겨 입던 군복 대신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섰다. 서석구 변호사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태극기 망토를 걸쳤다.

개회 선언 후 국민의례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전원 기립했으며 주요 인사들은 물론 너나할 것 없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애국가를 불렀다. 이어진 축사는 조원진 의원이 연단에 나섰다.

조 의원이 축사 인사로 소개되자 체육관에는 ‘조원진’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참가자들의 열띤 환호는 현직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다.

축사에 나선 조 의원은 “여러분의 힘이 하루빨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러분과 자유한국당은 뿌리는 같지만 형태는 다르다. 한국당이 배신자들(바른정당)과 힘을 합치겠다는데 맞는 말이냐. 이번 대선이 탄핵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라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이번 대선은) 애국우파 세력과 종북좌파 세력의 전쟁이다. 북한 인권법을 10년 이상 반대한 정당이 국민 투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다”라며 “테러방지법을 9박 10일간 필리버스터로 방해한 세력들이고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 세력들이 천안함을 보러 몇 번 왔다간 것이 안보를 지킬 수 있겠나”라 일부 야당과 대선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남재준, 김진태
축전 메시지 보내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행사 참석 대신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발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혼돈의 시기에 새누리당 창당의 출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라며 “태극기를 든 애국국민들의 순수한 나라사랑 마음을 잘 안다”고 전했다.

사회자의 남 전 원장 메시지 대독이 끝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남재준”을 외치는 함성과 함께 “남재준 장군이 대통령이 돼야 보수가 산다” “남재준을 지지하자” “남재준 파이팅” 등의 구호가 이어졌다.

김 의원의 메시지도 사회자가 대독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창당을 축하한다. 그동안 아스팔트에 뿌려진 피와 땀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의미 있는 날이다. 정통보수정당으로 역할 해주길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나는 자유한국당 대선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새누리당 창당대회에 참석하거나 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선 불복이 보수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공동대표 정광택·권영해
사무총장 정광용 선출

 
정광용 박사모 대표도 축사 인사로 마이크 앞에 나섰다. 정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울지 마” “힘내라” 등의 구호로 격려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정 대표를 따라 눈물을 보이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날 당명은 새누리당으로 결정됐고 새누리당 공동대표는 정광택 국민저항본부 대표·권영해 전 안기부장, 사무총장은 정광용 박사모 대표가 선출됐다. 주요 인사에 대한 선출 결과가 발표되자 참가자들은 커다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정책위의장 등 주요 부서장 인선은 추후 공동대표가 주최한 회의를 거쳐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주최 측은 5300여명의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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