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제3지대론 현실정치 한계 부딪혔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두 후보 간 네거티브 싸움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비문연대 대표주자인 만큼 김 전 대표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함께 ‘통합정부’ ‘제3지대’를 위한 세력화에 나서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연대보다는 독자 생존의 길을 걷는 모양새다.

연대·단일화 위한 구체적인 계획 내놓지 못해
洪… 오리무중, 鄭… 민주당으로 입당타진?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경쟁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등장은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들이 통합정부를 기치로 하는 제3지대론에 대한 희망 섞인 국민들의 바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무소속 출마
파급력·영향력 없다

 
각 정당의 당내 경선이 한창이던 3월만 해도 김종인, 정운찬, 홍석현 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정당은 많았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사실상 ‘제3지대론’은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많다 보니 이들을 대하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6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들 세 사람을 거론하며 “국민의당에 그냥 입당해 주셔서 저희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선 후보를 도와주시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적극적인 구애가 아닌 제안 수준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현실이고 정당의 기반 하에서 출마를 하셔야만 실질적인 어떤 정치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데 (세 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하는 것은 실제 정치에서는 큰 파급력과 영향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종인 전 대표라든지 또 홍석현 회장 같은 경우는 나이도 원숙하시고 사회의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계시지 않은가”라며 “그럼 정말 힘 있게 일할 수 있는 50대 중반의 이 에너지와 이 경륜이 합쳐졌을 때 정부 정권, 수권 능력으로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저희한테 좀 입당해 주시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조직의 연대 및 통합보다는 개별 영입 수준의 발언이다.
    “셋 모두 대통령
되고 싶어 한다”

 
당초 이들 세 사람은 대통령 출마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정 전 총리는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를 비롯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등 우리 셋 모두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연대나 단일화를 위해 물밑접촉을 해왔던 이들 사이에서도 대권을 향한 의지가 확실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연대나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제3지대론’이 물 건너 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 사람이 소속 정당 없이 인지도에 기반 한 정치를 하려다 보니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지난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세 명 중 하나를 뽑을 수도 있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하고 넷을 묶어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 “유승민 후보에게 의논은 안 해봤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말해 실현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당장 구체적인 계획도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언주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후보가 있는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 의원이 국민의당을 선택하자 여의도에서는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친김종인계로 불린다.

이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운 정치질서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간다”며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당의 많은 동지들과 함께 진정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김종인과 안철수 사이에서) 만약 역할이 필요하다면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거국정부 구성?
민주당과 국민의당 NO

 
김종인 전 대표의 국민의당 행 얘기가 나오면서 정운찬 전 총리와 홍석현 전 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 전 총리는 꾸준히 더불어민주당 행을 타진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측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전문가였던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대신할 카드로 정 전 총리 카드가 적격인 만큼 영입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반면 홍 전 회장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당초 과거의 인연으로 더불어민주당 행이 점쳐지긴 했지만 대선 출마 의지가 있는 만큼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김 전 대표가 여전히 ‘연대론’에 대해 집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김 전 대표는 비문·비패권지대 구축을 노렸지만 사실상 동력을 상실하자 안정적인 정국운영을 위한 거국정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전 대표가 생각하는 거국정부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연합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실상 연대를 거부하고 있어 이같은 계획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에는 연대를 꿈꿨던 김종인, 정운찬, 홍석현 세 명이 독자생존을 위한 길을 걷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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