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징계는커녕 감싸기…휴직 허가 두고 교육부와 대치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무단결근과 휴직을 하며, 학교 대신 전교조 사무실로 출근해 교육계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인 만큼 탈법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전교조는 정당한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교조의 전임자 휴직 허가를 두고 교육부와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청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학교 일선에서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의 임무에 전념해야 한다며 개학 이후 학교에 안 나오는 전교조 교사들 때문에 각 지역 학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맡은 수업을 다른 교사들이 대신 진행하거나 임시로 시간강사를 채용해 대체한 상태지만 학교들은 혼란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충청 지역 학교로 발령받은 A교사는 전교조 지부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개학 후 한 달 넘게 무단결근하고 있다. 학교 측은 네 차례나 출근 독촉을 했고 교장이 직접 A교사를 찾아가 간곡히 타일러도 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교육청에 스무 차례 넘게 전화를 해봤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이 학교 교장은 교육청에 A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 수도권 학교의 교장은 한 달 넘게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전교조 소속의 B교사에게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가 무단결근하면 되겠느냐”고 설득했더니 B교사는 “조직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정치적인 발언만 되풀이할 뿐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은 뒷전이었다고 한탄했다.

법외 노조인 전교조 활동을 위한 근무지 이탈이 불법임에도 경남의 한 고교 C교사는 오히려 “정권이 바뀌면 나의 모든 행동이 합법화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법외노조’인 전교조
노조 전임자의 휴직은 불법

 
올해 전교조 전임 신청자는 서울 2명, 인천 2명, 대전 1명, 울산 1명, 세종 1명, 경기 3명, 강원 1명, 전남 2명, 경남 2명, 제주 1명 등 16명이다. 현재 강원·서울·경남·세종교육청은 각 해당 지역 전임 신청자의 휴직을 허가한 상태고 전남교육청은 휴직을 허가했다가 교육부의 취소명령에 따라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 대전·울산교육청의 경우는 연가를 허가했고 경기·제주교육청은 전임 신청자를 직위해제했다. 인천교육청도 며칠 안에 직위해제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월 전교조 본부로부터 “교사 16명을 노조 전임자로 승인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법에 어긋나는 사안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강원·서울·경남·세종교육청 교육감이 현재 ‘법외노조’인 전교조 노조 전임자의 휴직을 허가한 상태다. 이에 교육부는 강원·서울·경남·세종교육청에게 휴직 허가 취소를 요구했으나 강원·서울교육청이 불응함에 따라 교육부는 직권취소에 돌입했고 현재 검토 중인 경남·세종교육청도 불응할 시 교육부는 직권취소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관이 교육감에게 권한을 위임한 사무이기 때문에 처리가 위법하거나 부당할 경우 취소하거나 정정할 수 있다”며 “무단결근 교사 등에 대한 복무의무 실태조사를 통해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가 사용에 있어서도 노조 전임 활동은 허용 사유가 안 된다”며 “부당성이 밝혀지면 징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전향적인 인식전환과 근본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해 법적 노조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전향적인 판결을,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로 인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법률 개정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교사들에 대한 휴직 철회 압박을 중단하고 새 정부 이후로 미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은 “전교조는 한국교총, 교원노조와 함께 교권을 보호하고 변화와 개혁을 통해 미래 교육의 희망을 열어가고자 하는 소중한 교육단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OECD 가입 당시 약속했던 ‘교사와 공무원의 결사 자유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도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고 시도교육청에 압박을 가해 전교조 2017년 신규 전임자의 휴직 인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따라서 전임 휴직 인정을 직권취소한다는 방침도 부당 외압”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 전임 허가
최종 결정 권한 국가에 있어


전교조 문제는 지난 2010년 3월 노동부가 전교조에 규약을 시정하라고 명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교원노조법 2조와 노동조합법 2조 4호 등에 따라 ‘현직 교원만이 조합원 자격이 있다'며 '해직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노조 규약을 시정하라’고 전교조에 촉구했다.

당시 전교조는 우열반 편성에 반대하다 파면된 교사 등 9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부의 거듭된 시정명령에 2013년 전교조는 규약 수정여부를 조합원 총투표에 붙였으나 결과는 69%가 반대했다. ‘참교육 실천을 위해 일하다 해직된 만큼 이들을 안고 가는 것이 전교조의 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법상 노조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전교조에 통보했다. 출범 14년 만에 전교조는 법외 노조가 됐다.

‘법외 노조’란 현행법이 규정한 권리를 누릴 수 없는 노조다. 정부 해석에 따르면 ‘법내 노조’가 누릴 수 있는 단체교섭권과 전임자 배치 및 사무실 비용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다. 법내 노조였을 때는 가능했던 조합비 원천징수도 중단된다.

정부의 법외 노조 통보에 따라 지난해 각 시도 교육청은 전교조 전임자 배치를 철회하고 해당 교사들에 대해서는 소속 학교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거부하고 계속 전교조 전임자 근무를 해오던 교사 33명은 결국 지난해 해직됐다.

이에 반발한 전교조는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상고하고 효력정지 신청을 한 상태다.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교조는 이번 교육부의 전교조 전임자 휴직에 대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확인한 뒤 관련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 집권 기간 중 법원의 판단이 가처분 인용 결정을 포함해 7번이나 바뀌었고 전교조의 법적 지위 역시 7번 바뀌었다”며 “이 중대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계속 흔들려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전임 허가 사무도 국가 위임 사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법조계와 노동법학계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노사 간 자율적 합의에 의해 교원의 사용자가 재량에 따라 전임자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육감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로 전교조 전임자 휴직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법률상 노조 전임 허가 사무는 위임 사무가 아닌 자치 사무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법적으로 노조가 아닌 전교조에서는 노조 전임자도 둘 수 없기 때문에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 조합원은 현재 교원의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 단체 소속 교원”이라며 “교육청의 노조 전임 허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행정행위”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의 휴직 불허는 물론 학교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는 전임 신청자는 모두 ‘무단결근’이라고 밝혔다. 2주 이상 무단결근을 하면 해임·파면·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또 노조 전임 허가 사무는 국가가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 권한도 국가에 있다고 말한다.

교육부가 휴직을 허가한 각 교육청에 보낸 ‘소위 전교조 서울지부 노조전임자 허가 취소 요구’ 공문에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허가는 전임허가사무의 성격, 그 권한의 위임에 관한 교육공무원법령의 규정 형식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 위임 사무”라는 내용이 담겼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전교조 전임자 휴직 허가가 줄줄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전교조 전임자 허가를 취소하라는 명령에 응하지 않은 교육청들에 대해서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직권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불이익 처분의 경우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등에 필요한 기한(보통 15일간)을 주기 위해 직권취소 사전통보를 하게 돼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최종 직권취소가 되면 전임자 휴직 허가를 신청한 교사는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근무지 이탈 등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해당교사가 학교로 복귀하지 않으면 선출직인 교육감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교육청 담당 직원들은 지휘·감독상 책임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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