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점입가경이다. 사드 보복의 핵심 조처는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들에게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 바람에 항공 여행에 이어 크루즈 여행에서마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한국으로서는 피해가 크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은 롯데다. 사드 배치에 필요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 내에서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한 채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 9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67곳이 영업 정지됐다.

불매 운동에 따른 고객 안전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문을 닫은 점포도 17곳이다. 매장 90%가 한 달간 영업을 못 하면서 피해 규모는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도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각종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등에 걸려 벌금도 부과 받았다.

또 선양에서 진행돼 온 중국판 롯데월드 건설 공사도 잠정 중단됐다. 3월 15일 중국의 한국행 단체여행 금지령이 내려진 이후 첫 주말(18~19일)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이 30% 감소했다. 다급해진 롯데는 3월 24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과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 안팎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因爲理解 所以等待)”라는 중국어 홍보물을 게시하고 반(反)롯데 정서를 달래는 일종의 읍소(泣訴) 작전을 펼쳤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기다릴 필요 없다”,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롯데 회장까지 나섰다. 신동빈 회장은 3월 24일 자 미국 유력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중국은 내 조상의 고토(故土)이기도 하다. 롯데는 앞으로도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중국은 롯데가 지금까지 50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하고 2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그룹 국내 사업장 가운데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판매가 초토화된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사드 보복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롯데면세점은 일본인 방문객을 위시해 외국인 고객 기반 다양화에 주력하는 등 이번 위기를 맞아 전면적인 영업 혁신 작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인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의 근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로 비중이 큰 관광 집단이다. 전체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약 70%인 롯데면세점은 3월 넷째 주 (20~26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었다.

중국인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분위기 속에서 롯데면세점은 롯데호텔·롯데물산·롯데월드어드벤쳐와 함께 일본에서 ‘한국 여행상품 박람회’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3월 23~24 양일간 도쿄와 오사카를 돌며 면세점, 롯데월드타워전망대, 어드벤쳐, 호텔로 구성된 롯데월드타워 여행상품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4월 3일 문을 여는 롯데월드타워 여행상품 홍보에 중점을 두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부터 ‘일본인 관광객 활성화 대책반’을 구성해 도쿄와 오사카는 물론, 후쿠오카·홋카이도 등 일본 전역의 여행사를 방문해 한국 여행상품을 홍보해 왔다. 또 일찍이 2012년부터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해 ‘한국 여행상품 박람회’를 통한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에 노력해 왔다. 지난해 태국인 방문객은 26.5% 늘어난 47만여 명, 인도네시아인 방문객은 52.6% 증가한 29만여 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013년 275만여 명을 기록한 이후 2014년 228만여 명, 2015년 184만여 명으로 급격히 줄다가 2016년 230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19만여 명이 방문해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했다.

현재 중국 내에서 롯데에 집중되고 있는 사드 보복을 중지시켜 달라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호소해 봤자 별 소용이 없으리라는 전문가 분석이 있다. 사드 보복은 결국 국제규범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해질 것이며 이미 시행한 보복들도 모두 소비자 안전이나 건강 관련 규제(롯데마트 소방법 규제, 화장품 허가요건 심사 강화 등), WTO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허하지 않은 분야(한류 규제, 전세기 운항 금지)나 유보한 부문(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 금지)에 대한 것들로서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교묘하게 고안됐다고 한다(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정부·정치권·산업계가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가 중국 정부에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의 영업정지를 풀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고 한다. 주중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김 대사는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공안부에 각각 서한을 보내 “롯데마트의 영업 재개는 한·중 관계와 중국의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된다”며 “영업정지를 풀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설득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때맞춰 중국 학계 일각에서 사드 보복이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국제대학원) 원장은 중국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하는 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홈페이지에 의하면, 자 원장은 지난 14일 폐막한 정협에서 “경제제재는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 정도가 높다”고 지적한 뒤 “(경제적인 보복조처는) 상대 경제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북중 관계 전문가인 선즈화(沈志華) 화둥사범대 교수는 지난 19일 다롄(大連) 외국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북한은 잠재적 적”이라며 사드 보복이 도리어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의회의 중국 사드 보복 규탄 결의안에 대해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가 침묵한 것이나, 홍콩 유력 매체가 “사드 보복은 실패”라고 지적한 것은 사실상 사드 보복의 수위 조절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봄이 깊어가면서 온 나라에 대선 열기가 번지고 있다. 사드 보복을 단념하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대선 정국 때문에 약해져서는 안 된다. 의연하면서도 지혜롭게 ‘사드 국면’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