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전쟁 위기설’로 격랑에 휩싸였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전례 없이 심상치 않다. 굽기야 4·27 북폭설과 김정은 망명설과 같은 밑도 끝도 없는 ‘괴담’들이 SNS에서 마구 떠돌아다니고 있다. 국방부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안심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이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유사시 상륙작전에 투입할 해병사단을 창설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일본은 호들갑을 떨면서 이 같은 한반도 위기를 더욱 부각시켜 전쟁가능국가로의 개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패권다툼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사세가 이러하자 대선 준비에 한창이던 진보성향의 당 후보들은 화들짝 놀라며 급작스레 ‘안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한다면 사드배치는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5당 대선후보 긴급안보대책회의’를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다가 찬성 쪽으로 급선회했다. 

  왜 그랬을까? 간단하다. 표 때문이다. 현재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 안 후보는 사실상 보수와 중도층 표 흡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번 대선에서의 키는 안보 문제에 민감한 보수와 중도층이 쥐고 있음을 두 후보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기야 이들의 말 바꾸기는 선거판에서 그리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뒷맛이 영 개운하지 않다. 이들에게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거짓말 같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모름지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일관성 있는 철학을 지녀야 한다. 특히 안보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명확한?원칙이?있어야?하고?논리적?타당성과?일관성이?있어야?한다.?그런데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원칙은커녕 논리적 타당성과 일관성 없이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다. 안보에 관한 소신과 철학은 상황에?따라?오락가락?할?수?있는?것이?아니다. 이들이 표를 의식해 말을 바꾸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국민들은 이런 두 후보의 태도 변화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금은 당장 표가 아쉬워 사드 배치를 찬성하지만, 대통령에 당선 된 후에도 그 태도를 견지할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고나면 또 태도를 바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차기 한국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국민들이 이 같은 의구심을 품지 않게 하려면 문, 안 두 후보는 자신이 한 발언에 진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지금 두 후보의 말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한 발언에 끝까지 책임을 지라고 강조하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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