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방식은 ‘극과 극’, ‘소명’하겠다는 安, ‘고소’하겠다는 文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검증’과 ‘네거티브’ 사이 줄타기가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5·9 대선’이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형성되면서 양 후보 간에 ‘검증’을 빌미로 한 ‘네거티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두 후보가 자신을 향하는 화살에 대처하는 방식은 극과 극인 모습이다. 안 후보는 관련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고 있지만 문 후보는 구체적인 해명은커녕 되레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대선 출마자는 본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성실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정치권은 말한다. 특히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한 달여 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그 의무는 더 크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방어 차원에서의 법적 대응은 있을 수 있으나 이보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가족 전쟁’ 먼저 해명한 安, “이제 문재인 응답 차례”
-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의혹’ 해명 못해 대선 패배했는데…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자녀들이 대선 전면으로 떠올랐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후보 가족 문제이지만, 이번에는 짧은 선거 기간으로 인해 유례 없는 치열함을 보이고 있다.

딸 재산 vs 아들 취업
‘탈탈’ 털리는 대선 후보 가족


안 후보는 딸 안설희 씨의 재산과 관련된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안 후보가 딸에게 거액의 재산을 불법 증여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2014년부터 재산 공개를 피해왔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제기한 의혹의 골자다.

문 후보에겐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의 아들 준용 씨가 지난 2007년 1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다. 5급 일반직 1명 모집에 단독 지원해 취업했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정보원이 내부 인사규정을 어기며 채용공고 기간 단축과 A4용지 1장 분량이 안 되는 자기소개서를 이력서로 제출한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8년 2월 휴직을 신청했고, 2010년 1월 퇴사한 준용 씨가 휴직 기간을 포함해 퇴직금을 받았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이처럼 두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이 동시에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지만 이를 대처하는 방식에서는 두 후보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안 후보는 자신을 향한 화살에 ‘교과서’적인 대응으로 맞섰다. 민주당이 제기한 자신의 딸에 대한 재산 의혹에 자료를 들어가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는 안 후보의 딸 설희 씨의 재산이 예금 1억 1200만 원과 2만 달러 상당의 자동차 한 대뿐이라는 것이다.

안 후보 측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재산은 부모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받은 것과 본인의 소득(원화 기준 연 3000만~4000만 원)의 일부를 저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 “안 후보 딸의 재산은 (국민이) 요구를 하기 때문에 밝힌다. 공개한다”며 “왜 문재인 후보는 남의 딸 재산 공개 안 한다고 야단을 치면서 자기 아들 취업 비리는 공개하지 않느냐”라고 역공을 가했다.

박 대표의 말처럼 문 후보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들의 취업 의혹에 대해 적극적 해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후보는 최근 인터뷰 등에서 “10년간 고장난 라디오처럼 되풀이해온 이야기다. 내용이 다 밝혀졌는데 언론에서 자꾸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채용 특혜가 없었다는 것이 할 수 있는 해명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정작 공격을 받은 안 후보 측은 딸의 재산 문제를 공개적으로 해명한 반면 문 후보는 본인의 아들을 둘러싼 의혹에 시원한 해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선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을 받고 있는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의 딸 재산과 관련된 의혹들을 ‘물 타기’ 차원에서 제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에게 중요한 것은 결백 주장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라며 “상식의 차원에서 수용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공개 신체검사로 맞선 것이 좋은 예다”고 말했다.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대선 후보의 의무”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 후보는 한 술 더 떠 준용 씨 관련 의혹을 제기해온 국회부의장인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의혹 불식을 위한 적극적인 해명 대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논리에 따른 ‘초강수’를 둔 것이다.

문재인 캠프 박광온 공보단장은 지난 7일 오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잘못된 허위사실에는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을 포함해 단호하고 분명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면서 “이에 첫 번째 조치로 심 부의장을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의 법적 대응은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유력 대선후보라면 의혹에 대한 해명을 통해 국민들의 ‘찝찝함’을 덜어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해명을 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해명을 한 안 후보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팩트를 통해 조목조목 답변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 안 후보와, “마 고마해”를 외치며 해명 대신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는 문 후보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이는 그가 두 번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시는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 대선에서 대선후보들의 ‘가족 문제’는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변수가 됐다”면서 “특히 양측이 의혹 대응을 어떻게 해나가느냐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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