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적자 경쟁’ 승리한 자유한국당, 다음은 안철수다!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역시 그랬다. TK의 ‘배신자 응징’은 혹독했다. 대선 전초전인 4·12 재보선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바른정당은 처참히 무너졌다. 당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올인’한 TK에서 이들은 자유한국당에 전패(全敗)했다. 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인 지역 기반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선에서 지지율 15% 문턱마저 넘지 못해 선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유승민으로는 안 되는 건가’라는 불안감까지 커지면서 다른 후보와의 연대가 불가피해졌다는 기류도 포착되고 있다. 반면 완벽히 부활한 자유한국당은 기세를 몰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가 있는 ‘집토끼’까지 모두 되찾아 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 ‘샤이(shy) 박근혜’ 층의 존재는 확실히 증명됐다. 이로써 여론조사 결과가 전부는 아니게 됐다. 안철수 문재인 양강 구도로 굳어진 대선 지형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朴의 ‘입’ 김재원의 생환, TK에서 확인된 ‘샤이 보수’의 존재
- “보수층 安에 관심 갖는 것은 차악(次惡)의 선택일 뿐”


자유한국당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4·12 재보선 결과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심장’ TK의 6개 지역에서 바른정당에 전승을 거뒀다. 놀라운 ‘싹쓸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바른정당을 TK 민심이 준엄하게 심판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대구시의원(수성구 제3선거구), 달서구의원(달서 사선거구), 구미시의원(구미 사선거구), 칠곡군의원(칠곡 나선거구), 군위군의원(군위 가선거구) 등이다.

‘샤이 보수’ 심금 울린 김재원의 ‘눈물’

지금껏 언론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외형상의 민심은 자유한국당을 외면하는 듯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샤이(shy) 박근혜’ 층이 이미 결집해 있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을 뽑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에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선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김 당선인이 눈물을 머금으며 말한 이날 당선 소감은 ‘샤이(shy) 박근혜’ 층의 결집력을 더욱 끈끈히 하기에 충분했다. 김 당선인은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데도 용서해주시고 다시 한번 일할 기회를 주신 유권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라며 “요즘은 TV를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천하대란의 상황이지만,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세력 틈에서 그가 받았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김 당선인의 승리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판결을 기점으로 급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3월 넷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TK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은 전 주(13.8%) 대비 10.3% p 급상승한 24.1%를 기록했다. 탄핵 인용 판결을 기점으로 TK 민심은 이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서 ‘연민’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12 재보선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27일 앞둔 시점에 치러졌다. ‘대선 바로미터’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샤이(shy) 보수’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 값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이번 재보선 선거에서 ‘안보 정당’으로서의 자리도 확고히 했다. 한국당은 여권 후보 난립으로 민주당의 어부지리 승리가 점쳐졌던 포천 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했다.

포천의 경우 접경지라는 특성상 ‘안보 불안’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야권이 단 한 차례도 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 야권 내에서 ‘그래도 이번에는…’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긴 했으나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하나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었다.

한국당의 승리는 안보에 민감한 포천 지역과 ‘보수의 심장’ TK지역뿐만이 아니다. 한국당은 이번에 공천한 23명 중 50%가 넘는 1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더불어민주당 7곳, 국민의당 4곳, 바른정당은 2곳에서만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완벽한 대승이다.

‘安 때리기’ 시동 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은 따로국밥 정당”


기세를 탄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옮겨간 중도·보수층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자유한국당 홍 후보와 당 지도부는 지난 12일을 ‘터닝 포인트’로 삼고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압승한 것은 홍준표 후보를 중심으로 범우파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한국당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원 당선인 역시 지난 13일 “우리 당의 홍준표 후보께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 지향점을 분명히 밝히고 지역 주민들에게 대안으로 모습을 보인다면, 지금 보이는 그런 현상(TK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현상)은 극히 일부분의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의구심 내지 거부감이 또 다른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며 “잠깐의 부동표적 성향”이라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공개회의 때마다 문재인 후보를 먼저 비판하던 한국당은 지난 13일에는 순서를 바꿔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를 먼저 공격했다. 정 권한대행은 “민주당 2중대인 국민의당에서 자중지란이 시작됐다”며 “문병호, 황주홍 최고위원이 박지원 대표에게 선대위에 참여하지 말고 백의종군할 것으로 요구했다.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는 말이 회자되자 뒤로 물러나게 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대표는 원내 정당 최초로 사드 반대를 주도한 사람이고 안철수 후보는 보수 표가 탐나자 찬성으로 기우는 듯했지만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콩가루 정당, 따로국밥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의 완벽한 부활에 중도·보수층을 빼앗길까 초조한 모습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원내 정책회의에서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TK에서 자유한국당이 대부분 승리했다는 것이다. 소위 ‘샤이 자유한국당’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보수층이 안 후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차악(次惡)의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는 우려감에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안 후보에게 전략적 표를 던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홍 후보가 ‘홍준표를 찍으면 홍준표가 된다’는 확신만 TK 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안 후보와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중도·보수층을 단번에 제 집으로 귀가시킬 수도 있음을 뜻한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 ‘3자 구도’에서 홍 후보가 집토끼를 되찾아 오고 진보층이 문 후보와 안 후보 둘로 분열된다면 대선 판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홍 후보가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포함시켜 주장했던 ‘4자 필승론’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어떤 식으로든 소멸될 것

한편 4·12 재보선 이후 ‘보수 진영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돼 있다’며 홍 후보의 ‘4자 필승론’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일각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게 됐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4월에만 TK를 3번 방문하며 ‘배신자’ 낙인 지우기에 사활을 걸었다. 당초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보수의 심장’ TK에서조차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불안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을 주도했을 당시만 해도 유 후보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유 후보는 자신에게 시원한 그늘이 돼 주었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이제 친박계는 끝났다는 판단하에 자신이 보수의 새로운 중심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한 이후부터 그의 지지율은 끝을 모르고 떨어졌다.  “내가 느끼는 민심은 다르다”며 애써 현실을 외면해 왔지만 대선 바로미터인 4·12 재보선에서도 참패했다.

TK 주민들의 ‘배신자 응징’은 혹독했다. 특히 바른정당이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 대구시의원 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에 패배한 것은 유 후보가 다음 총선에서 본인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지역에 재출마했을 때 결과를 점쳐 볼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에 정치권은 유 후보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것이고 바른정당은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평가한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 어디로든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스스로 완주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TK에 사활을 걸었음에도 ‘배신자’ 낙인은 더욱 짙어진 상황 아닌가. 여기에 본인의 1~2%지지율로 보수 분열을 고착화시키기까지 한다면 어찌 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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