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복마전 같은 아파트관리 회계 비리는 민생 안정을 위협하는 암적 존재여서 꼭 뿌리뽑아야 할 적폐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만 지적될 뿐 이를 근절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의 절반 이상이 엉터리 부실감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 1년간 아파트 비리 실태 2차 점검을 벌인결과 비리가 여전하고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외부회계감사도 부실 투성이다.

특히 1개 아파트 단지를 0.66일 동안 건성으로 감사한 뒤 문제가 없다고 보고서를 작성한 사례도 적발됐다.

외부회계감사 ‘구멍’…50%가 부실 감사
부패 근절 대책 필요…대한변협, 입법 추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 6일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한국공인회계사회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아파트 관리비 비리에 대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3월 발표한 1차 점검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청주의 모 아파트 단지는 경리 직원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각종 경비 청구서를 조작해 관리비 2억7000만 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다 적발됐다.

비리 근절해야 할 회계법인이 도둑질

부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광고나 재활용수입 8000여만 원을 무단 사용했고 수원의 모 아파트 단지 주민운동시설 위탁관리업체는 회원 회비 1300만 원을 횡령했다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는 시설 노후화에 대비해 46억 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해야 하지만 7억 원만 적립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토부와 지자체가 입주민의 민원이 많이 제기돼 비리가 의심되는 아파트 816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도 충격적이다. 713개 단지(87.4%)에서 3435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적발 유형으로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등 예산·회계분야 비리가 1627건(47.4%)으로 가장 많았고, 시설물 보수 공사·용역분야 비리가 892건(26.0%),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등 공동주택관리규약 위반을 비롯한 기타 비리가 916건(26.7%)을 자치했다.

아파트 외부감사 의무화에 따라 한국공인회계사와 함께 실시한 심리에선 3349개 단지 중 1800곳(53.7%)에서 부실감사를 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모 공인회계사는 구미시 모 아파트 등 무려 156개 단지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업무를 맡았으나 감사 대상 단지 전체(156개)에서 부실감사를 벌여 적발됐다.
회계사 1명의 1개 단지 평균 감사일이 1.3일에 불과했고 예적금 확인이나 공사계약 관련 기본 검토도 소홀히 했다.


모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대구 수성구 모 아파트 등 무려 192개 단지를 수임했고 대부분의 단지에서 부실감사가 적발됐다. 1개 단지 평균 감사일이 0.6일로 제대로 감사를 하지 못했다.

전국 아파트 관리비는 연간 12조 원 규모다. 관리비 비리는 2014년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폭로하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정부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법을 개정했다.

김종학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사각지대’로 꼽히는 오피스텔이나 다른 복합주택에 대해서도 외부 회계감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도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 관련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아파트 감사를 변호사로 선임해 사전적·법적 통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도시민의 약 60%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아파트 관리비 부담이 가중돼 입주민들의 권익 보호가 절실하다”며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관리법규 준수 감독에 필요한 법률지식을 보유한 감사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택관리업자가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 대한 회계법인의 외부 회계감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연간 약 11조 원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비 배임,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변호사의 대규모 아파트의 상임감사 또는 중규모 아파트의 비상임감사 선임 의무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를 아파트 감사로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입법 추진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솜방망이 처벌 아닌 강도 높은 처벌 받아야

한편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드러난 감사단체와 회계사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다.

회계법인 등 15개 감사단체에 무더기로 주의 또는 경고조치가 내려졌고 회계사 65명이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절차 진행 중이다.

하지만 주의나 경고 차원의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견해가 많다.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더 뜯어낼 수 있도록 눈감아준 대가로 자기들 뱃속을 채운 사람들이다.

정기적으로 감사보고서 점검을 실시하되, 비슷한 잘못이 또 다시 적발되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업무정지 처분으로 징계해야만 한다. 또한 정부는 부실 감사를 차단하고 비리 발생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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