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종구 전 사장의 사의로 공석이 된 SGI서울보증보험 후임 대표이사 인선 작업이 이유도 없이 미뤄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후임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구성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임추위가 동력을 잃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대표이사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현실이 되면 SGI서울보증은 또 다시 대표이사직을 관피아 전용석으로 내줬다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한다.

사장 두 번 연속 중도하자…3년 임기 채울CEO 찾아
이번에도 낙하산 선임되면 ‘관피아 전용석’ 오명 얻어

최종구 전 사장이 취임 1년여 만인 지난 3월 사의를 표명했다. 수출입은행장으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최 전 사장의 전임자였던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도 서울보증 사장을 맡고서 1년여 만에 지금의 자리로 이동했다.

공교롭게도 두 전임 사장이 취임 1년 만에 중도 이탈했다.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논란이 됐던 사람들이라 이들의 사의는 뒷말을 낳았다. 현재는 김상택 전무가 사장 직무 대행 업무를 맡고 있다.

후임 공모 언제쯤?

SGI서울보증은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임추위를 구성하기만 하면 이후 후보 공개모집과 검증을 통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를 정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SGI서울보증의 대표이사 선임이 온전히 SGI서울보증 이사회의 권한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예금보험공사 추천 1명, 민간위원 4명 등 외부인사를 포함시켜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사외이사 4명, 비상무이사 1명 등 SGI서울보증 이사회 멤버로만 대표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SGI서울보증은 대표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명확한 이유 없이 미루고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서울보증의 민영화 가능성이 솔솔 나오는 데다 전세금보장신용보험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올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표이사의 결정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후임 대표이사 인선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업계는 과거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선임이 외부에서 결정된 바 있어 이번에도 그런 의도에서 내부 임추위 구성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정부의 후임 사장 선정 동력도 떨어졌고, 혹여나 현 정부가 지목한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를 흔쾌히 수락할 금융권 인사도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 모든 상황에서 서울보증이라는 회사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GI서울보증 노조관계자는 “서울보증은 주식회사지만 공적 기능도 하고 있기 때문에 잦은 사장 교체는 회사를 흔들리게 만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또는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있고 임기를 책임질 수 있는 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서울보증 수장 선임이 사실상 정부의 영향권 내에서 이뤄진 것에 대한 반감이다. 표면적으로는 회사 내 임추위를 통하는 모양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독점해 온 자리라는 점을 지적한다.

노조 “정부 개입 없어야”

실제로 서울보증 수장은 김옥찬 전 사장을 제외하면 대대로 관료 출신들이 독식해 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척결 여론이 커지면서 KB국민은행 출신인 김 사장이 선임돼 관행이 깨지기는 했지만, 곧바로 기획재정부 출신인 최 전 사장이 자리를 차지하며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서울보증은 6명의 전임 사장 가운데 정기홍·방영민·김병기·최종구 등 4명이 관료 출신이다. 박해춘 전 사장과 김옥찬 전 사장도 정부에서 내려보낸 인물들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관피아 천국’으로 알려진 서울보증보험이 관료 출신의 자리보전을 위한 정거장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울보증 사장 후임에 당국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정치적 혼란으로 후임 선임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하마평이 나오는 것은 신임 대표이사 선정때마다 불거진 사안이다”며 “이번 역시도 그때와 유사한 정도지 특정 인물이 확정되거나 밀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임추위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라고 말해 임추위 결정조차 논의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이때문에 서울보증보험 후임 대표이사 인선이 언제쯤 시작될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998년 정부가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구조적으로도 금융공기업인 예보가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정부의 입김을 비껴가기 힘든 실정이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보증보험에 11조9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4%를 보유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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