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부터 과거행적까지 이미지 타격 ‘심각’

유나이티드 항공 CEO 사임 촉구에도…“사임 안 한다”

개인 상해·기업 상대 전문 변호인 고용 ‘거액 소송’ 나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유나이티드항공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오버부킹의 이유로 공항경찰을 동원해 아시아인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일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탑승객이 촬영한 동영상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고, 이후 유나이티드 항공이 자신들의 직원 4명을 태우기 위한 사측 과실로 비롯됐다는 점 등이 속속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강제로 끌려 나간 당사자가 유명 변호인단을 고용해 수억 원대의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매운동, 각종 패러디 영상, 과거 행적 등이 연일 관심에 오르내려 유나이티드 항공의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사과문 발표 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오버부킹(비행기에 마련된 좌석보다 많은 예약과 승객을 받은 것)된 비행기에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건은 이렇다. 시카고에서 켄터키주 루이빌로 가는 3411편 항공기는 좌석표가 매진돼 모든 탑승객이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나 유나이티드 항공이 다음 기항지로 출근하는 승무원 4명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무작위로 4명의 승객을 내리게 했다.

지명을 받은 탑승객 데이비드 다오 씨는 자리 양보를 거부했다. 그러자 공항경찰들이 강제로 끌어내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출혈이 발생했다. 피를 흘리는 그의 두 팔을 잡고 강제로 끌어내리는 모습을 탑승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고 동영상에 그대로 기록됐다. 해당 영상은 SNS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그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지목됐다는 사실에 전 세계는 분노에 휩싸였다. 다오 씨는 베트남계 내과 의사로 밝혀졌다.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 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사건 다음날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해당 승객은 무례하고 호전적이었다”라며 승무원들이 앞으로도 이렇게 대처하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사실들이 알려지자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되고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가 하락으로 시가 총액이 증발하는 등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유나이티드 항공은 전세계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맞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무노즈 CEO는 지난 11일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바로잡기를 바란다”며 “잘못을 바로잡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또 무노즈 CEO는 지난 12일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현장의 관리자와 개인이 상식을 통해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절차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로 돌린 그에게 비난의 화살을 계속 이어졌다. 또 무노즈 CEO는 해당 영상이 퍼진 직후 사과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의 대처는 사실과 상황을 수집하는 것”이라며 “초기 대응은 부끄러움을 진정으로 표현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 올라온 진상 조사 촉구 청원에는 하루 만에 20만 명 넘게 동참했다. 또 다른 청원 사이트 ‘change.org’의 무노즈 CEO 사임 촉구 서명 운동 참가자도 7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사임 요구에 대해서 무노즈 CEO는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 세계 여론과 언론의 뭇매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과거 행적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세 명의 할로윈 파티 사진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 속 남성들은 찢어지고 피가 묻은 검정 정장을 입고 있다. 이는 2013년 7월 국내 한 항공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방파제와 충돌하면서 활주로를 이탈해 반파되는 사고를 조롱한 것으로,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307명 가운데 중국인 10대 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가슴에는 국내 항공사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부착했고, 각각 섬팅왕(SUM TING WONG), 위투로(WI TU LO), 호리퍽(HO LEE FUK)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뭔가 잘못됐어(Something Wrong), 고도가 너무 낮아(We‘re too low), 불만표출 비속어(Holy F***)를 뜻하는 비속어들이다. 당시 해당 사진은 사상자를 낸 사고를 조롱해 많은 논란이 불러일으켰으며 외신들은 사진 속 세 남성이 유나이티드항공 소속의 승무원이 맞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과의 뜻을 전했고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해당 승무원들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지난 2015년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를 타고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가던 이슬람교 사제는 캔음료를 요청했지만 승무원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승무원은 “따지 않은 캔은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캔음료 제공을 거절한 것.

문제는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맥주를 요청하자 승무원은 별다른 제재 없이 개봉하지 않은 캔을 건넸다는 점이다. 당시 히잡을 두르고 있었던 이슬람교 사제는 자신의 사연을 SNS에 올렸고 유나이티드 항공 측은 사과와 함께 해당 승무원은 더 이상 유나이티드 고객을 응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일단락됐다.

고소장 제출 법정으로

한편 피해자인 다오 씨는 12일 사건관련 보도 내용과 각종 자료를 첨부해서 쿠크 카운티 법원에 항공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 외신에 따르면 그는 변호사 2명을 고용했다. 각각 개인 상해 관련 전문 변호사와 기업 상대 소송 전문 변호사로 두 변호사는 관련 소송 전문 변호인으로 알려져 유나이티드 항공과의 ‘거액 소송’ 판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현재 시카고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입은 부상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해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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